“남의 행사 깽판”, 경북대 총장 ‘가짜 총장’ 졸업장 준 피고인 힐난한 판사

17:14

경북대학교 학위 수여식에서 김상동 총장에게 ‘가짜 총장’ 졸업장을 건넨 경북대 졸업생 A 씨와 현장에 있다가 학교 직원과 몸다툼을 한 B 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선 재판부가 피고인을 향해 “남의 행사에서 깽판을 친 셈”이라고 비판하는 등 판사와 피고인 A 씨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30일 오전 11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재판장 김형한)은 A(61) 씨, B(54) 씨의 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상해, 재물손괴, 공동정범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애초 검찰은 지난해 11월 29일 A, B 씨를 각각 벌금 500만 원과 200만 원으로 약식기소 했지만, 두 사람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재판이 열리게 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2월 경북대학교 학위 수여식에 박사 학위를 수여 받으려 참석해 ‘가짜총장 거부한다, 국정농단 속임수 임명’이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고 김 총장에게 ‘가짜 총장 졸업장’을 줬다. 그리고 “귀하는 2년 4개월 동안 가짜 총장으로 충분히 경북대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 권위를 심히 모욕한바 이제 그만하시도록 가짜 총장 졸업장을 수여합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A 씨가 본인을 촬영하는 일부 직원의 왼손을 내리쳐 전치 1주 상당의 손상을 입혔다고 보고 있다. 또, B 씨는 촬영하는 직원 휴대전화를 쳐 떨어뜨리고, 해당 직원의 목과 가슴 부위를 미는 등 전치 2주간의 상해를 입혔다고 한다.

▲2019년 2월 경북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A 씨가 김상동 총장에게 가짜총장 졸업장을 수여하려 하고 있다. (제공=경북대학교 졸업생)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장에서 ▲피고인 간 공모관계가 없고 ▲저지하는 직원이 공무원인지 몰랐으며 ▲상해를 가한 적도 없다고 변호했다.

피고인 측 의견진술을 들은 김형한 판사는 “대학 행사에 경호업체 직원을 부르느냐. 국립대학 직원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말이 되는 이야길 해야 한다”며 “총장 된 지 한참 됐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런 일을 하느냐.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저지하게 된다. 학위 주는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그 자리에서 드러냈다.

그러자 A 씨는 “제가 방해하려고 갔던 것이 아니다. 가짜 총장에게 졸업장만 주고 내려오려고 했다”고 말했고, 김 판사는 “거기서 가짜 총장 이야길 하면 되느냐”고 했다. A 씨는 다시 “졸업장을 드리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고, 김 판사는 “수여를 안 받으면 되지, 학위 수여 하는 자리에 가서 쉽게 말해 깽판을 부리나”라고 지적했다.

재판을 마친 후 A 씨는 재판부 태도에 당혹감을 표했다. A 씨는 “학위 수여 받는 당사자가 발언할 수도 있는 건데, 왜 ‘남의 행사에서 깽판친다’는 말을 판사가 하는지 모르겠다”며 “졸업장을 주고 그냥 내려오려고 했는데 강제로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자기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재판 청구 이유에 대해서는 “가짜 총장이 총장 행세하는 것을 재판을 통해서도 알리고 싶었다. 가짜 총장에게 학위 받는 것이 모욕적이었고, 받지 않는 것보다 의사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증인 중 경북대학교 직원 3명을 받아들여, 다음 기일에서 증인 신문할 계획이다. 다음 기일은 3월 2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