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언니 둔 20대 자살...기초법·복지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

10일 전 시설 퇴소한 언니와 동반자살 실패 후 혼자 목숨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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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7 18:29 | 최종 업데이트 2015-12-10 18:30

얼마 전 시설에서 퇴소한 지적장애인 언니를 둔 20대 여성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 탓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오전 10시경 대구 수성구 들안길 한 식당 주차장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A(2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식당 주인이 이를 발견했다.

A씨는 유서로 “할 만큼 했는데 지쳤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고 남겼다.

경찰과 대구 남구청에 따르면 A씨는 남구 봉덕동의 한 빌라에서 지적장애 1급인 언니 B(31)씨와 둘이 살았다.

A씨와 B씨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하면서 연락이 끊기자 광주 친척집에서 자랐다. 이후 대구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B씨는 2012년 1월 대구 동구의 한 장애인시설에 입소했다. 답답한 시설 생활이 힘들었던 B씨는 결국, 올해 1월 14일 시설에서 퇴소했다.

지난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A씨는 생활고와 함께 언니 B씨의 부양을 힘들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집안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언니 B씨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다행이 B씨가 살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 동반자살은 실패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B씨가 동반자살을 거부하는 표현을 확실히 해 차마 같이 죽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A씨가 살던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빌라. 언니 B씨는 광주 고모집에 간 상황이다.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가 언니 B씨의 퇴소 이후 자살까지 선택한?데는 복지의 사각지대 탓이라는 지적이?나온다.

언니 B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이 되어 있지만, 숨진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했다. 현 기초생활보장법 아래에서 장애인 언니를 실질적으로 부양하더라도, 동생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다. 근로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B씨가 그동안 받던 장애인연금 20만 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다 합쳐도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아, 두 자매가 생활을 꾸려나가기는 어렵다. 시설에서 퇴소하면 활동보조인 제도 등 지원 정책이 있지만, A씨는 이를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관청도 적은 인원으로 단시간에 복지 대상자를 모두 파악하고 안내하기 어려웠다. 대구 남구청도 장애인복지 담당 공무원이 4명에 불과하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법 자체의 문제가 있다. 수급권자인 동생과 가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수급권자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시설에 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사회에 정착해서 살 수 있도록 정책마련이 부족하다”며 “또, 장애인 복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복지 사각지대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구청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B씨는 광주에 있는 고모집으로 갔다. 수급권자라 기초수급비, 장애인연금 등을 안내했다. 친척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일반시설과 정신시설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는데, B씨가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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