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나온 장애인자립센터···자가격리 중증장애인 지원 ‘구멍’

20:57

“지금 대구는 집단 패닉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청도대남병원 사례처럼 감염병에 가장 먼저 장애인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밝혀졌지 않습니까? 정부와 지자체가 당장 대처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해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후 체계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진자는 1,261명이다. 이 중 대구는 710명이 확진자로 밝혀져, 대략 56%가 대구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대구의 ㄱ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ㄱ IL센터) 근무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확진자와 함께 장시간 일했던 상근자와 센터 방문자 등 29명이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ㄱ IL센터도 폐쇄됐다. 지난 25일에는 대구의 또 다른 IL센터 소속 활동지원사가 확진자로 판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IL센터 차원의 자구책만으로 근근이 버틸 수밖에 없다.

자가격리 통보받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상근자’ 함께 격리

ㄱ IL센터는 지난 23일 일요일 오전 10시경 확진자가 나타나 그날 역학조사관이 구두로 자가격리 통보를 했고, 24일 저녁 보건소에 자가격리자로 등록되었다. 이것은 매우 빠르게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례라고 ㄱ IL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자가격리에 대한 검사와 통보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ㄱ IL센터 자가격리자 중에서 장애인은 13명으로, 이 중 8명은 센터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중 독거·최중증장애인 6명은 자가격리자로 판명된 비장애인 상근자 4명과 함께 격리돼 지내고 있다. 이들은 생활지원을 위해 ‘장애인-비장애인’이 짝을 이뤄 지낸다. 2명씩 세 그룹, 그리고 나머지 4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 외에 2명의 장애인은 생활지원을 할 수 없어 비장애인 상근자가 순회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장애인 5명은 가족이 있어서 통상적인 자가격리 상태로 지내고 있다.

ㄱ IL센터 관계자는 “독거·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생활지원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통보를 받은 비장애인 상근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함께 지내다 확진자라도 나온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현재 (ㄱ IL센터의 경우) 상근자가 결의를 하고 활동지원에 나서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현재 활동지원사가 활동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인데 추후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사회서비스원의 돌봄 노동자가 대체 활동지원을 하는 등 공적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지침? 현재로서는 무용지물

센터 차원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대책이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ㄱ IL센터 관계자는 “복지부는 자가격리자는 격리시설로 옮겨서 집단 관리를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자택 자가격리를 하라고 했지만, 복지부가 말하는 장애인 격리시설이 대구에는 없다”며 “현재는 온전히 활동지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활동지원사 대책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21일 복지부는 △활동지원사 노동 시간 8시간→24시간 허용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허용 등이 담긴 지침을 지자체로 내려보냈다. (관련기사=복지부 “코로나19로 장애인 자가격리, 활동지원 24시간 지원”)

그러나 복지부 지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4시간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혼란을 가중한다. 활동지원사에 대한 인센티브나 급여 등에 대해서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활동지원 추가 지원도 복지부 차원의 지원이 아닌, 시·도간의 협의를 통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활동지원사 인력 자체도 부족하고, 활동지원사에 대한 안전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시행 불가능한 지침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민제 사무국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감염의 우려가 있어 활동지원을 기피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가격리 중인 활동지원사 2명이 자가격리 사실을 숨기고 활동지원에 나서는 사건도 발생했다”며 “활동지원사의 노동에만 집중된 대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전했다.

복지부의 활동지원 지침은 장애인에게도 결코 좋은 대책이 아니다. 자가격리 14일간 24시간 활동지원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급여 시간에서 차감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그만큼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ㄱ IL센터 관계자는 “복지부는 현재 급여와 관계없이 재난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독립급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자가격리 14일간 24시간 독립급여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불안감 팽배···정부의 세심한 대책 요구돼

대구지역 활동가들은 정부가 장애인 자가격리자와 관련해서 세심한 대책을 다시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ㄱ IL센터 관계자는 “장애인 자가격리자를 한 곳에 격리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생활지원 인력 자체를 대폭 늘리고, 현재 장애인 자가격리자와 함께 현장에 투입된 활동가나 사회복지사, IL센터 직원에 대한 안전대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제 사무국장은 “(대구는) 현재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두려움이 매우 커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번 코로나19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대구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인 마스크, 손소독제 등의 위생용품도 구하기 힘들다. 지난 21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구지역에 위생용품을 보내 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위생용품을 보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조민제 사무국장은 “자립생활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마스크 착용 개념이 낮은 경우도 있고, 자주 교체를 해야 해서 지금보다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대구지역에 위생용품을 계속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허현덕 기자)

※ 대구지역 장애인에게 마스크, 손소독제, 소독스프레이를 보내주세요.

1.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 대구시 중구 명덕로 99 제일빌딩 6층 / 053)295-4240 / 이연희 사무국장(010-3008-4135)

2. 장애인지역공동체 :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83길13 보원빌딩 1층 / 053)215-9460 / 조민제 사무국장(010-4344-9460)

3.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명덕로 411 광덕빌딩7층 / 053)751-6904 / 허미연 사무국장(010-2511-7971)

4.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대실역북로1길 5-1 2층 죽곡메디힐 / 053)585-1577 / 윤재경 팀장(010-5967-7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