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사태, “비리 족벌재단의 부실 운영 탓”

"입소자 다수 사망은 부실운영, 비리가 불러온 비극"

17:15

코로나19 확산 초기 첫 사망자가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나왔지만, 정신병동 거주인 사망은 한동안 이어졌다. 29일 기준으로 7명의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소자가 사망했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입소자 100여 명을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하던 기조를 바꿨다. 중증 확진자만 타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사망자가 늘어나자 27일부터 대남병원 내 입소자 전원을 타 병원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전국 사망자 상당수가 한 병동 내에서 나오는 동안 대남병원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신천지예수교회 교주 이만희 씨 형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장례식도 치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남병원과 신천지의 교집합을 찾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남병원에서 최초 감염자가 나오게 된 경위는 오리무중이다.

한편에서는 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이고, 열악한 환경은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이 각종 비리와 부실로 얼룩진 곳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스민>은 과거 구덕원 근무자를 인터뷰했다. 구덕원은 과거 부산지역 최대 복지법인이었고, 대남병원 운영진과 연관돼 있다. 전규홍 전 구덕원노동조합 현장대표는 구덕원의 신천지 연관성은 부족하다며 족벌 경영 체제가 이어지는 동안 벌어진 비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족벌경영 키워드, ‘구덕원’, ‘대남의료재단’, ‘부산대남병원’, ‘구덕병원’

1984년 부산시 사상구 구덕산 일대에 故오이선은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을 설립했다. 당대 부산 최대 복지법인으로 불린 구덕원은 구덕병원, 부산대남병원, 구덕실버센터, 부산시립노인건강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했다. 구덕원 운영 과정에서 故오이선의 아들 故오성환, 오성환의 부인 김현숙 등은 각종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

회계 부정에는 1988년 설립된 청도대남병원도 활용됐다. 2010년 김현숙 등의 횡령죄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김현숙은 페이퍼컴퍼니인 (주)미소커뮤니티를 이용해 청도대남병원에 용역 사업을 허위로 시행하고 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병원 자금을 횡령했다. 대남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장례식장도 공사비 부풀리기 등 유사한 탈루 창구로 활용했다. 정부 보조금 부정 수령 등을 포함해, 법원은 김현숙에게 약 3억8천만 원을 추징했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현숙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구덕원과 대남의료재단, 사회복지법인 에덴원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구덕병원과 청도대남병원의 행정원장도 겸임하며 법인 자금 관리와 집행 업무를 총괄했다. 김현숙은 2010년 9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되기 전 구덕원, 대남의료재단, 에덴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2012년, 구덕원은 각종 비리, 노조와의 갈등 등을 겪으며 결국 퇴출당한다. 이후 구덕원은 대남의료재단과 에덴원이 있는 경북 경산시~청도군 지역으로 눈길을 돌린다. 경산에서는 성경의료재단을 설립하고 경상병원을 운영했으나 2010년 파산했다. 현재 남은 대남의료재단과 에덴원은 오성환과 김현숙의 아들 오한영이, 구덕원의 후신 사회복지법인 이로운은 딸 오미정이 대표를 맡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격리 중인 환자 [사진=청도 대남병원 제공]

족벌로 이어지는 경영, 과거 처벌 기록은 지금의 청도대남병원 비리, 운영 부실을 의심토록 한다. 전규홍 전 구덕원 노동조합 현장대표는 “과거 부산대남병원, 구덕병원 모두 부랑자들을 끌어들여 정신병동에 넣었다. 부산도 지금 청도대남병원처럼 그냥 마룻바닥에 정신병동을 운영했는데, 그렇게 하면 몇 배로 더 많은 환자를 몰아넣을 수 있다”라며 “그런 환경에서 환자 건강이 오히려 악화된다. 영양공급도 안 될 것이다. 집단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부실 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천지와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이선 씨를 포함해 가족 중에는 일반 교회 장로나 목사도 더러 있었다. 재단 자체가 신천지와 관계있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