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국-대구 시민사회’ 기부 연결고리, 대구시민센터

정부 손길 닿지 않는 곳곳에 있는 시민사회

13:43

“이럴 줄 몰랐어요. 많은 분들이 기부해주시고, 지역에서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됐죠” – 문창진 대구시민센터 사무국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무료 급식이 끊긴 노숙인들, 쪽방촌 주민들, 코로나 정보에 취약한 이주노동자들, 학교 개학 연기로 갈 곳이 없어진 어린이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돌보는 대구 시민사회의 하루는 분주하다.

지난 11일 대구시 달서구 대구시민센터, 활동가들이 모두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어디로 기부하면 좋을지, 어떤 물품을 기부하면 좋을지 물어오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온다.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인 대구시민센터는 지난 5일부터 기부를 하고자 하는 전국의 시민사회와 대구 시민사회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됐다.

▲기부가 필요한 시민단체 리스트를 보는 문창진 대구시민센터 사무국장

대구시민센터는 한국지역재단협의회, 대구시민센터가 위탁 운영 중인 대구시마을지원센터, 대구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각각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한국시민센터협의회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기부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자 시민센터는 기부가 필요한 시민단체를 찾아 나섰다. 이미 쪽방상담소, 장애인지역공동체, 성서공단 이주노동자회 등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긴급 지원에 나선 상태였다.

“저희가 맺고 있는 전국 네트워크도 다들 중간지원조직이에요. 여기서 먼저 대구 시민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느냐 얘기를 하신 거죠. 예를 들어, 서울 은평마을센터에서 마스크 100개를 보내고 싶은데 어디로 보내면 좋겠냐고 물으셨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몇 군데 연결하다가 아, 우리가 중간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어요”

시민센터는 상근자 4명으로 팀을 꾸리고, 기부를 원하는 곳과 지역 시민사회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특성에 맞는 필요한 물품도 정리했다. 어린이 돌봄 기관은 간식이나 보드게임, 외출이 어려워진 쪽방촌이나 장애인 단체에는 쌀, 라면 등 식료품, 노숙인 급식을 지원하는 곳은 도시락, 재료비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왔다.

▲기부 물품을 정리하는 대구시민센터 활동가

시민센터로 온 기부도 필요에 맞는 시민단체로 배분한다. 인천에서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시민이 부대찌개 200인분을 보냈는데, 양이 많아 대안 가정,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쉼터 등으로 나누기도 했다.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온 양말, 속옷 등은 보건의료노조나 의료진 숙소를 제공한 공감게스트하우스로 보낸다.

“저희가 리스트를 작성해서 올린 후에는 기부하고 싶은 곳을 지목해서 보내 주세요. 그런 분들은 그 단체로 직접 연결해드리고, 시민센터로 오는 기부 물품은 저희가 보낼 곳을 찾아서 매칭하구요. 기부자가 어디로 기부하고 싶은지와 시민단체에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해서 연결하는 게 가장 큰 역할입니다”

팀을 꾸려 플랫폼 역할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개인, 단체, 익명 기부 등 70여 건, 6백만 원 상당의 기부가 이어졌다. 대전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면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보냈고, 베트남에서 온 한 스님이 라면 등 식료품을 보내기도 했다.

▲대전 한 아파트 주민들이 보낸 면 마스크

기부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시민센터는 4명이 꾸렸던 팀을 현재 6명까지 늘렸다. 시민단체를 연결하다 보니 평소 알지 못했던 단체와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 지난 5일 기준 18개 단체를 시작해 9일 기준 20개 단체로 늘어났다.

“저희도 몰랐는데 플랫폼 역할을 하기로 하고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분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주여성폭력피해 쉼터에 전화했더니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회를 연결해주시고,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에 전화했더니 여성단체 내 쉼터들이 있고, 위기청소년 쉼터도 있고 이런 곳들이 더 있었던 거죠”

방역으로 분주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곳을 시민사회가 메우고 있다. 그런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곳 또한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다. 문창진 대구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시민센터 역할이 대구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중간 조직이다. 시민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했고, 시민사회 안에서도 열악하거나 취약한 단체를 돕는 역할을 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부 문의는 대구시민센터(070-8290-1011)로 하면 된다.

▲대구 시민사회 필요 물품 목록(자료=대구시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