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점 대구동산병원, 식당 조리원에게 해고 통보

식당 폐쇄 후 휴직 상태에서 계약 만료 통보
2010년 정규직화 투쟁 후, 10년 만에 다시 해고 위기
의료연대, "코로나19로 고용불안 야기한 정부 책임 묻겠다"

19:22

코로나19 대구경북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식당 조리원 노동자 전원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대구시가 대구동산병원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면서 병원 소개령이 내려진 후, 병원 식당 운영은 중단한 상태다. 노조는 사실상 코로나19 사태가 해고를 불러왔다며 대구시와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31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에 따르면 병원은 조리원 22명에게 오는 4월 14일자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 지역 거점 병원으로 지정돼 병원 소개령이 내려졌다. 병원 환자들을 모두 성서병원으로 전원하고, 식당, 장례식장 등도 모두 비웠다. 식당 조리원들도 갑작스러운 식당 폐쇄 통보를 받고, 식당 정리에 나섰다.

이들은 식당이 폐쇄된 후 휴직 통보를 받고, 현재까지 휴직 중이다. 병원은 도시락, 후원 물품 등으로 환자와 직원들의 식사를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복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사무국장은 “처음 거점병원으로 지정됐을 때 다들 멘붕 상황이었다. 조리원들의 불안감도 있었다”며 “하지만 병원에 환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다. 누군가는 식사를 환자에게 줘야 한다. 조리원들은 일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리원 22명은 지난 2010년 식당 외주화 철회, 정규직 전환 투쟁을 벌였던 당사자다. 당시 병원은 성서병원 개원 시기에 맞춰 직접 고용을 약속했고 매년 계약을 연장해왔다. 지난해 성서병원이 개원하면서 직접 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기대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간접 고용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직접 고용된 지 1년 만에 해고 상황에 처했다.

신은정 사무국장은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던 조리원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해고 위기에 놓였다.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식당 운영도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와 대구시에 고용불안 상황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산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코로나19 거점 병원 지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지면서 조리원 업무도 갑자기 중단된 측면이 있다. 당시에도 계속 업무가 가능한지 의사를 물었고, 조리원분들도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했다”며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노조와 원만히 협의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오는 4월 6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