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계약 남았는데 엘리베이터·공동전기 차단···세입자 고통

대구 서구 주택건설 사업으로 퇴거 앞둔 상가세입자

16:06

대구 서구 내당3지구 주택건설 사업 착공을 앞두고 상가 세입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지도 않았는데 지역주택조합이 건물 공동전기를 차단하고 엘리베이터를 폐쇄해 상가 운영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내당3지구 한 상가 건물 4층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56) 씨는 약 한 달 전부터 음료 등 물품을 계단으로 나르고 있다. 건물에 하나뿐인 엘리베이터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열흘 전쯤부터는 공동전기가 끊어져 복도와 통로에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A 씨는 당구장 전기를 끌어와 복도에 전등을 달았다. 매달 임대료를 내고 빌린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당구장 운영을 중단할 수 없다.

전 건물주와 오는 7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A 씨는 적어도 계약 기간 만료까지는 상가 운영에 지장 받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물 곳곳에는 빨간색 래커로 ‘철거’라는 글자도 쓰여서 사실상 영업이 어려운 지경이다.

▲대구 서구 내당동 한 상가 건물. 이 건물에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당구장이 운영 중이다.

동네에는 개발 소식이 있긴 했지만, A 씨는 전 건물주로부터 4~5년 이상은 운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2018년 7월부터 당구장 운영을 시작했다. 지인에게 빌려 권리금 4,800만 원을 냈다.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포함된 “계약 기간 내 명도 가능성 있음”이라는 문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A 씨가 들은 말과는 달리 개발 사업 추진 속도는 빨랐다. 대구시는 2019년 9월 조합의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승인했고, 같은 해 상가 건물 매입을 완료한 조합은 A 씨에게 부동산 점유자를 퇴거시키기 위한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차계약 만료까지 1년 가까이 남은 시점이었다.

“아직 빌린 돈도 다 갚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래커칠하고 엘리베이터를 끊었습니다. 개인을 상대로 폭력 행사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손님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4층까지 걸어서 오고 있습니다. 장사 그만하고 계약 기간 끝나기 전 빨리 나가라는 겁니다. 적절한 이주비나 영업 손실에 대한 비용을 합의하면 나갈 생각인데 무조건 법대로 하라고만 합니다.”(A 씨)

같은 건물 1층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상가세입자 B(64)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 씨는 나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상가를 열지 않는 이상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B 씨는 조합에 정당한 보상이나 대체 상가 조성을 요구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 상태에서 쫓겨나면 막막합니다. 대출금도 있는데 이 나이에 돈 벌 데가 어디 있습니까. 상가 조성을 못 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지금 보증금조차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B 씨)

A 씨의 명도소송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일맥 관계자는 “A 씨가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조합은 먼저 전 건물주와 매매계약을 하면서 2018년 1월 계약금도 받은 상황이었다. 개발 사업을 하는 조합과 매매계약 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면, 권리금 회수가 어려우니 당연히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합이 전 건물주가 A 씨와 임대차계약을 맺는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조합도 대략적인 사업 시행 계획을 고지해줬어야 한다. 영업 손실에 대해서 전 건물주와 조합이 연대해서 손해배상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사업 추진이나 명도 소송 등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전 건물주는 당구장 임대차 계약을 조합과 상의한 적도 없다고 한다. 조합 관계자는 “(당구장과) 협의하긴 했지만 결국 안 됐다. 당구장을 포함해 남은 4집과 앞으로 이주비나 권리금을 협의할 계획은 없다”며 “법상 협의할 의무도 없다. 공익적 사업이며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서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공동전기를 끊어도 당구장 영업에는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명도 소송을 임대차 계약 만료 전 미리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7월 21일(계약 만료일)이 되면 비워달라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매매 계약금이 (2018년 1월) 지급됐다고 해서 계약의 완성으로 볼 수는 없다. 계약이 진행 중이었다고 해도 조합이 임차인에 대한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며 “전 건물주가 우리와 얘기하고 당구장 계약을 한 것도 아니다.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내라도 명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있어서 임차인도 기간 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 서구 내당동 한 상가 건물. 이 건물에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당구장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