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S재활원, 20년간 장애인 ‘노예 노동’ 드러나

장애인단체, 책임차 처벌과 시설 폐쇄 요구 "대구시가 나서라"

14:25

대구시 북구 S재활원이 20년 동안 거주 장애인에게 노예 노동을 시키는 등 대대적인 비리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 사실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업무개선 권고만 하는데 그쳤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시설 폐쇄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1월 19일 S재활원 법인과 시설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문을 발표했다. 결정문을 보면 S재활원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3급 손 모 씨는 1994년부터 20여 년간 시설 내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운동장 청소 등을 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월 1~5만 원의 돈만 받았다. S재활원이 양계사업을 시작한 2010년부터는 닭 사료 주기, 계란 수거, 분뇨 청소, 죽은 닭 수거 및 폐기 등 작업을 강요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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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또, S재활원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해외여행 경비(총 16,908,975원)를 거주 장애인 통장에서 임의로 사용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이루어지자 여행 경비를 다시 반환했다.

지난 2013년 사망한 거주 장애인 박 모 씨 재산을 시설 후원금으로 차입해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고가 없는 거주인에게 상속인이 없으면 법원에 상속인을 신청하거나 국고로 반환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시설보조금 유용과 회계부정 등도 드러났다. S재활원은 피복비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2,178,000원)으로 직원 옷을 사고, 겨울철 하루 30분만 보일러를 틀면서 남은 난방비(10,000,000원)를 국고에 반납하지 않았다. 남은 난방비로 근처 주유소에 등유 구입비로 지급했으나 실제로 등유를 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시설운영비로 양계장을 설치하고, 법인사업비로 돌리기도 했다. 발생한 이익금 가운데 일부만 시설로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 역시 법인 수입으로 처리했다. 상임이사가 시설 일부를 배우자와 함께 사택으로 사용하면서 상하수도,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법인 전입금에서 받아 지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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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복지시설 장애인의 의사에 반한 역할 강요 금지), 같은 법 제32조(장애인에 대한 금전적 착취 금지), 장애인복지법 제59조(장애인에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외 용도에 사용 금지), 사회복지사업법 제42조(보조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 22조(용도 외 사용 금지) 등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S재활원이 직권조사를 시작하자 지난 8월 20여 년간 작업을 강요당한 손 모 씨를 법인 산하 직업재활원에 정식으로 고용했고, 거주인에게 유용한 금액을 상당 부분 반환했다는 점을 고려해?관할 지도?감독기관인 북구청에 특별지도점검과 행정조치 등만 주문했다.

이에 22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등 23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재활원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시설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결정문 자체에 법적 위반 사실과 혐의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북구청에 다시금 지도점검으로 업무 개선할 것만 권고한 것에 유감스럽다”며 “수년 동안 인권침해, 강제 노동, 각종 비리 사실에도 시설 폐쇄나 법인설립허가 취소 권고는커녕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구시의 조치는 권영진 시장의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입장, 탈시설 지원 공약의 의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면서 △법인설립허가 취소 및 시설 폐쇄 △책임자 해임 및 법적 처벌 △대구시 특별감사 실시 △민관합동 거주인 인권실태조사 △인권침해 및 시설 비리 근절 대책 수립 △탈시설 추진 공약 이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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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대구에서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 시설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시설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시설에서는 이런 간 큰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대구시가 지금 이 속도로라면 절대 권영진 시장 임기 내 공약 이행 못 한다. 대구시가 책임지고, 해당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감사 계획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북구청과 협의해서 관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