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산병원에서] ② 곡괭이를 든 간호사들

한 달 간 대구동산병원에서 일한 간호사의 수기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한국 병원 중환자실의 현실

22:26

[편집자주] 코로나19 최전선이 되어버린 대구에 자원해 3월 3일부터 31일까지 환자들을 돌보고 돌아간 김수련 간호사가 그간의 경험을 본인의 SNS에 올렸습니다. <뉴스민>은 김수련 간호사의 동의를 얻어 김 간호사의 경험기를 연재합니다.

[글쓴이주]저는 3월 초 서울에서 대구로 파견을 자원해 한 달간 일하고 돌아온 간호사입니다. 집이 낯설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당황스럽습니다. 남겨두고 떠나온 다정하고 선량한 대구 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요. 어떤 고난에도 여러분들이 삶이 온전하기를, 지극히 평안하기를 빕니다.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밥은 잘 먹었습니다. 대구 전역에서 많은 분들께서 끼니마다 먹을거를 양껏 보내주셔서 더치커피도 마시고 따뜻한 삼계탕도 먹고 영양 가득한 도시락도 잘 챙겨 먹었습니다. 홍삼도 먹고 아로니아도 먹고 귤도 사과도 토마토도 먹고 하여간 먹는 건 고루 잘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먹은 것들은 시민분들의 우려와 걱정인 것을 잘 압니다. 꾸역꾸역 잘 챙겨먹고 보무도 씩씩하게 들어가 일도 걱실걱실 했습니다. 건강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매스컴에서 간호사들의 모습을 숱하게 보셨을 거예요. 방호복을 입거나 땀에 절었거나 얼굴에 뭘 덕지덕지 붙인. 그렇지만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긴 시간 환자와 접촉하고 있고 매일같이 온갖 드라마들이 펼쳐지는데, 이상하게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저 그 겉모습만, 그 고생의 외양들만 눈에 띌 뿐 우리 목소리는 음소거 처리한 영상처럼 잘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속에 옹골차게 차오르지만 내뱉지 못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를요.

[대구동산병원에서] ① 간장에 조린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③ 공공재가 된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④ ‘존버’하는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⑤ 맨 앞에 선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⑥ 대구의 희망이었던 사람들

아니 왜 뜬금없이 곡괭이가 나오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번에는 범위를 좁혀 중환자실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나마 가장 잘 아는 영역이죠.

코로나 거점병원의 중환자실

저는 중환자실 5년 차 간호사입니다. 모든 임상 경력을 중환자실에서 채웠지만 대구에 처음 올 때는 제가 여기서까지 중환자를 볼 줄 몰랐어요. 코로나를 너무 만만하게 여긴 탓일까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중환자실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병원을 지정하고 세팅할 때 경증환자만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부가 악화되고, 대구·경북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구 전역 중환자실들이 코로나 환자로 포화되어, 악화되는 환자까지 수용하기는 부족했다고 해요.

그래도 초반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갈수록 상황이 별로 안 좋았죠. 그래서 이 병원 건물의 비어있던 중환자실에 만든 격리실 병상 세 개가 중환자실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중환자실은 총 20병상이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의 환자는 거의 대부분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습니다. 개중 체외 심폐 순환기(에크모)와 24시간 투석기를 달고 있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코로나 거점병원에서 중환자실의 일과

▲코로나19 대응하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들(사진=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저희는 교대로 근무합니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자들은 각각 A조와 B조로 나뉩니다. 원칙적으로는 이 두 조가 두시간씩 두 번 교대를 해서 여덟시간을 채워요. 물론 중환자실은 아오지탄광이기 때문에 저것보다는 긴 시간 일합니다. 보통 업무 시작 40분쯤 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대기실에 수탉처럼 외칩니다. “중환자실 선생님들!” 쫑쫑 몰려가면 선생님들은 조를 조정합니다. 이 과정이 왜 필요하냐면 중환자가 많은 데 비해 에크모나 24시간 투석기를 만질 수 있는 간호사 수가 적기 때문이에요.

보통 에크모 보실 수 있는 선생님을 먼저 찾습니다. 그리고 한 조에 최소 두 명은 들어가도록 조정해요. 물론 여의치 않을 때는 살면서 에크모는 구경만 해봤거나 혹은 구경조차 못 해봤던 선생님이 긴급 트레이닝을 받고 에크모를 봐야 하는 상황도 있고요. 막상 현장에 투입되면 상황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한명 한명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어떤 때는 도움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기꺼이 감수하십니다.

보통은 한 조에 6명에서 8명까지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역할을 정해요. 보통 2명에서 3명은 에크모를 달았거나, 상태가 중한 환자를 봅니다. 한 분은 전체를 종괄하고, 다른 간호사들은 남은 환자를 나눠 담당하고, 한 명 정도는 약 믹스나 보조 인력 역할을 도맡습니다. 보통 코로나 중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간호사 한 명이 환자 한 명, 1대 1로 본다면, 여기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간호사 0.6명이 환자 한 명을 보고 있는거죠. 물론 중증인 환자는 1대 1로 봐야 할 때도 있으니까, 어떤 간호사는 혼자 세 명도 봐야 합니다. 안간힘을 써야 하죠.

조가 짜여지면, 저희는 공식적 인계 시작 시간, 즉 업무시작 시간으로부터 30분 전에 출발해서 상황실에서 필요 물품과 약물을 챙깁니다. 손에손에 들고 기자들에게는 이미 공공재가 된 저희의 초상권을 열심히 뿌리며 컨테이너에서 보호복을 입고, 병원에 들어갑니다. 이전 글에서부터 여러 번 강조합니다만, 여기서는 물자도 인력도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병동에서보다도 갑절로 힘을 쏟아야 하고, 실제로도 여기에 투입된 모든 사람들은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 파견된 3년 차 이상 현직 중환자실 경력자 간호사 선생님들은, 상태가 불안정하고 간호하기 까다로운 환자들만 계속해서 담당하게 됩니다.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중환자실 경력이 없거나, 짧은 선생님들은 환자를 보는 업무에 더해 온갖 도움이 필요한 데 속속 들어오셔야만 합니다. 다리가 없어지도록 움직이세요. 모두가 아주 힘들지만, 서로를 도와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일이 고되고 많기 때문에 태반은 제시간에 일을 끝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은 추가 근무를 해요. 매 교대 시마다 짧게는 30분씩, 길게는 한 시간을. 그래서 타 병동이 하루 4시간을 일한다면, 중환자실은 6시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기꺼이 감당하십니다.

궁금하실 거예요. 왜 그런 심각한 환자들이 누워있는 중환자실에 중환자실 경력이 없는, 짧은 선생님들이 들어오셔야만 할까요? 분명히 간호사 몇천 명이 파견을 지원했다고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개중에 중환자실 현직 간호사는 수가 적습니다. 전국의 모든 병원 중환자실은 3년차 이상의 간호사가 부족해요. 어느 병원에서나 중환자실이 아오지탄광이기 때문이에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만둡니다. 이곳에서 경력을 쌓기는 매우 힘듭니다.

한국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인 제 입장에서는 중환자실은 매력적인 부서예요. 급격히 악화되어 숨이 간당간당한 환자를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곳’입니다. 추후 숨도 쉬고 오줌도 싸고 콜벨(호출벨) 난타도 하고! 기운 넘치게 욕도 하고! 발길질도, 하···. 아무튼 회복된 환자를 스트레쳐카(이동식 침대)에 실어서 일반병동까지 보내게 될 때 끓어넘치는 뽕! 자부심! ICU(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 프라이드라고 하죠. 이 부서는 프라이드가 있어요.

그와 별개로 중환자실은 견뎌내기가 아주 힘든 부서입니다. 몇 년 전 자살한 박선욱 간호사도 중환자실 간호사였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를 밀착해서 봐야 하는 만큼 이곳에 배정되는 간호사는 배워야 할 것도 주의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대부분 프리셉터, 즉 선배 간호사가 도제식으로 가르칩니다. 프리셉터는 이미 자기 환자를 보면서, 이미 인력이 모자라거나 환자가 중환이라 그것도 버거운데, 신규 인력까지 가르쳐야 하는 책임을 집니다.

몹시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고, 본인이 가르치던 신규 간호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본인에게도 넘어오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물론 환자 안전을 위해 서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 ‘엄격’을 잘못 해석하는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지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저는 ‘태움’이라고 지칭하고 싶지 않아요.

타 직장에 비해 간호사들은 잘 보호받지 못해요. 교육이 아주 폐쇄적인 도제식인 데다가, 실수의 대가는 환자의 목숨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간호사들은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차마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하지 못해요. 그게 자기 잘못만은 아닌데도요. 중환자실은 이런 괴롭힘과 책임감, 죄책감이 가장 자주 일어나고 또 가장 혼재되어 있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이 직장 내 괴롭힘은 선배의 탓만은 아니에요. 근본적인 원인은 과중한 업무를 주면서 후배의 교육까지 다 맡겨버리는 병원에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일을 해도 제때 끝날까 말까지만 어쨌든 후배도 가르쳐가면서 일해야지. 하지만 추가 근무를 하게 되면 그건 제때 다 해내지 못한 네 탓이야. 교육도 추가 근무도 네가 알아서 감당하고 해내야 하지만 물론 수당은 못 줘. 그렇지만 그 일들을 다 하다가 환자가 위험에 빠지면 그건 다 네 탓이고, 후배가 무슨 잘못을 하면 그것도 다 네 탓이야.”

이렇게 되면 실수 한 가지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예민한 곳에서 어느 간호사가 다정하기만 할 수 있겠어요. 병원이 간호사들을 이렇게 대접하는데, 어떻게 간호사들이 병원에 애정을 가질까요. 그래서 쉽게 그만둡니다. 신규간호사도, 경력간호사도, 병원을 그만두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병원이 아닌 어느 곳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병원보다는 사람대접 받으면서 일을 해요. 감당해야 하는 업무에 비해 트레이닝 기간은 짧고 지워진 짐은 무겁습니다. 누구나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저도 몹시 고통스러웠고, 제 소중한 동기들도, 후배님들도 어렵게 견뎌냈고, 일부는 그만뒀습니다.

이런 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어야 합니다. 박선욱 간호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떴을 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망한 간호사가, 견디다 못해 그만둔 수많은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죽음으로, 사직으로 저항하고 있는 동안 나온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그렇죠. 간호사 뭐 머릿수만 충족되면 되죠.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 해결책에 딱히 이의가 없습니다. 그냥 신규 간호사를 사직할 것까지 계산해 많이 받아서 기존 멤버한테 던지고, 교육이 잘 안 되면 해당 간호사 탓으로 돌리고, 알아서 잘 지지고 볶다가 그만두면 뭐 다른 신규를 넣으면 되거든요. 어쨌든 간호사 대 환자 비율만 맞추면 간호등급은 받으니까요.

그래서 보통의 중환자실은 중간 연차 간호사 수가 적습니다. 조직의 허리가 약한 겁니다. 힘드니까 신규간호사들도, 중간연차들도 자꾸 그만두고 그 빈자리를 트레이닝되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이 메꾸고, 그럼 얼마 안 되는 중간 연차들이 가르치느라 또 죽을 맛이고, 또 그만두죠. 그 사이 환자들은 질 좋은 간호를 받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물론 간호의 질이나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크게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분들은 ‘저 아가씨’ 혹은 ‘미스 김’ 혹은 ‘언니들’이 수가 모자라거나 경험이 적다는 게, 어떤 사고로 이어지는지 잘 이해하시지 못하실 거예요.

간호사들은 잘못된 처방이 나더라도 그게 환자한테 닿기 전에 싹싹 골라서 쳐냅니다. 그러려면 환자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해야 해요. 환자가 받는 치료와 처치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있어야 해요. 이전에 투여했을 때 기도가 붓는 부작용이 있었던 약이 뭔지, 환자의 혈구 수치가 어떤지, 기존 병력이 뭐고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무슨 약을 달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해요. 의사들이 완벽한 처방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의료진은 적고, 한사람이 감당할 업무는 너무 많습니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고 기민하게 알아채야 합니다. 심정지나 출혈부터 약 부작용, 혈압의 증감, 심전도의 이상,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처치되느냐는 간호사의 주의력과 기민함에 기대게 됩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의사가 기도삽관을 해야하면 저희는 손만 내밀면 모든 게 손안에 쥐어지게 준비합니다. 삽관할 관과 환자의 기도를 비춰줄 라이트와 산소줄과 앰부백과 고정할 테이프와 관에서 공기가 새지 않도록 부풀릴 시린지와 세팅된 인공호흡기와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을 가져옵니다. 의사 혼자 이 모든 과정을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길게 설명하고 싶지만요, 요약하자면 모든 의료행위는 팀플레이입니다. 그리고 그 팀엔 간호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들어온 지 한 달 된 간호사가, 역량 외의 환자들을 보면서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어떤 환자분들께서는 간호사의 일이 환자 열이랑 혈압 좀 재고 주사를 반드시 안 아프게 놔야만 하며 손발 좀 따뜻하게 해주고 이불 꼼꼼히 덮어주고 똥오줌 치워주는 존재로만 알더군요. 아마도 드라마들에서 간호사들을 멍청하고 환자 개인정보 아무데나 말하고 다니고, 멋있는 의사들이 수습해야 할 사고들을 왕창 치고 다니는 존재들로 그려서 그런 것 같아요(그것 좀 안할 수 없어요?).

그게 저희 일의 전부라면, 차라리 편하겠습니다. 환자 대비 간호사의 수가 적으면, 간호사의 역량에 비해 중환인 환자가 들어오면, 간호사들은 일을 해낼 수가 없어져요. 어찌해내더라도 지쳐갑니다. 기민함이 떨어지고, 업무가 느슨해집니다. 환자들은 그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협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사실 환자의 사망률에 의사 대 환자의 비율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들께서 안쓰럽도록 밤잠 안 자가며 몸 다 상해가며, 죽을 고생을 하며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환자 사망율에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은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여러 국가들에서 여러 통계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어요. 이건 간호사들이 죽을 고생을 해도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불가능한 일을 해내기 위해 무리를 하기 시작하면, 실수가 생기고 병원에서의 실수는 여러분들이 아는 그런 것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간호사들은 이미 죽을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원은 당장 문제가 없으니 더 시키죠. 그럼 간호사는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기운이 다 하면, 그만둡니다. 극한까지 견디고 나서요.

▲경북대병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 부족과 코로나 사태

이미 중환자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졌죠.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해서 기존 중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에요. 중환자실은 기존 환자들을 보면서, 추가로 코로나 환자들도 받아야 합니다. 기존 중환자들을 보는 것도 잘 트레이닝 된 중간 연차들이 없어서 허덕거렸는데, 거기에 코로나 환자를 끼얹습니다. 그럼 어느 병원이 여기 같은 거점병원에 파견까지 보낼 여력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사단이 난거예요. 물론 그 와중에도 여러 병원들이 인력을 쥐어짜 중환자실 인력을 몇 명씩 보냈습니다. 대부분은 두어 명이고요. 저희 병원도 그랬어요. 물론 승리의 하드캐리 국립중앙의료원은 예외로 합니다. 제가 많이 사랑해요!

코로나 거점병원이야말로 그 어디보다 경력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필요하지만, 없으니 어떻게든 일을 해내기 위해 병동출신인, 중환자실 경력이 있지만 요양병원인, 경력이 6개월인, 경력단절이 5년인 간호사 선생님들까지 총출동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거예요. 간호사 머릿수는 채울 수 있지만 경력 간호사는 어디서 빼올 수도 없고, 갑자기 만들 수도 없어요.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간호대 졸업생을 늘린다. 아주 편리하죠.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간호사들은 아오지탄광에서 석탄 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