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자 유족, “청구권 자금 받은 정부, 이제 피해자에 돌려줘야”

기한 끝나는 강제동원조사위..."못 받은 돈 달라는데 기한이 왠말이냐"

19:21


고향에 내려가 아버님 친구분들을 찾아다니느라 몇 년 걸렸어요. 일제에 끌려갔다는 증인이 있어야 하니까… 이제 우리 아버님들 친구분들도 나이 들어 살아계신 분이 많이 없는데…

24일 오후 1시,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새누리당 조원진 국회의원(안전행정위원회 간사) 사무실 앞에 10여 명의 어르신이 피켓을 들고 모였다. 이들은 ‘사단법인 전국일제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연합회) 회원들로 일제시대 일본으로 강제동원됐다가 일본에서 사망했거나 한국으로 돌아온 생존자 유가족들이다.

_DSC6263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의 신고를 받고, 신청인, 증인 등의 증언과 피해 장소 실지조사를 통해 피해자임이 확인되면 위로금, 미수금 지원금, 의료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일본으로 징용된 후 일본에서 받지 못한 임금, 예탁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위원회는 지난 2004년 처음 만들어져 수차례 활동 기간을 연장했지만, 이달 말로 그 기한이 종료된다. 위원회를 상설 조직화하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현재까지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김태곤(61, 대구 동구) 씨는 “아버님이 일제?탄광에?끌려가서 가슴에 돌이 박힌 채로 돌아왔다. 돌을 빼내는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몸이 너무 쇠약해서 수술도 못 하고 67세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며 “아버님이 돌려받지 못한 돈을 달라는데 기한을 정해서 주는 게 어디 있느냐. 이건 국민의 편에 선 정치가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현재 신고된 수만 전국 22만6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신고하지 못한 이들은 이보다 3~4배 많을 것으로 연합회는 추정하고 있다.

백장호 연합회장은 “안전행정위원회 소관인데, 조원진 의원이 유독 이 법을 반대해서 연장을 못 시킨다고 들었다”며 “지난 1965년에 일본에서 받은 청구권 자금을 경제발전 종잣돈으로 썼으면 이제는 그 피해자들에게 어느 정도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연합회 회원은 최근까지도 일본은행으로부터 군사우편저금 확인서를 받았다. 군사우편저금은?일제가 전쟁 당시 군인과 군에 속한 징용자에게만 가입시켰던 급여 강제 적립 제도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1965년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는 끝났고 군사우편저금 유효기간이 만료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강제노동을 시킨 것에 대해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손해배상을 인정한 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백장호 연합회장은 “얼마 전에도 일본 유초오은행에서 군사우편저금이 6,045엔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신고된 피해자 유가족 중에서도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며 “국가가 나서서 피해자를 찾아내고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51224_171159635
▲일본 군사우편저금 확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