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성탄 조명, 해고노동자 속 태운 구미시

[기고] 전구로 밝히고 싶은 게 예수의 정신인가, 천박한 물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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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청 앞. 아사히글라스 하청 해고노동자들의 천막에는 전기가 끊어졌다. 그리고 시청 앞 가로수에는 환한 장식 조명이 들어섰다.

구미시가 유치한 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억울하게 길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이 시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한지도 80일이 지났다. 하루아침에 쫓아낸 회사도 매정하지만, 추운 겨울에 전기까지 끊은 시청의 처사는 더 매섭고 비정하다. 그런 구미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청 앞 가로수 나무에 불꽃처럼 화려한 조명을 설치했다. 길거리로 쫓겨난 노동자의 처지와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야속하고 매몰차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는 가난한 자와 약한 자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 쫓겨난 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고단한 몸을 녹일 전기마저 용납지 않는 것이 구미시다. 구미시는 수만 개의 전구로 밝히고 싶은 게 예수의 정신인가, 천박한 물욕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항상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했다. 구미시가 크리스마스를 차가운 길바닥에서 보내야 하는 노동자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상처 난 곳에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화려한 조명을 보며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해고노동자들도 국민이고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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