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시민단체, “권영진 시장, 기자 고소해 언론 탄압···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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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논평을 한 대구MBC 기자를 고소하자, 대구지역 노동·시민단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고소 취하를 촉구하면서, 권 시장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민중과함께,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을 겁박해서 비판 논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무차별 소송으로 언론을 탄압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길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구지부장은 “언론의 비판은 시민의 눈과 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대구시와 대구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시민들이 가장 잘 안다”며 “늑장 대응으로 여러 논란을 낳고도, 권영진 시장은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비판한 기자를 상대로 고소한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부정하고, 대구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도 “대구에서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대구시 대응은 어떠했나. 도대체 대구시장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중앙정부를 향해 징징대기만 했다”며 “그에 대해 과감하게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 언론노동자들이었다. 그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면 대구시장은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남은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지금은 그동안 대구시의 대응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화자찬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와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며 “대구시는 언론과 시민을 향한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라. 대구시민사회는 더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언론이 제 할 일을 못하게 됐을 때 궁극적인 피해자는 대구시민”이라며 “권영진 시장은 지금이라도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재난 극복과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장태수)도 성명을 내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고소를 즉각 취하하고 언론과 시민의 다양한 비판적 견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1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MBC 라디오 <뉴스대행진> 진행자인 이태우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가 언론중재위위원회에 정정보도·반론보도 신청한 내용과 같다. 당시 언론중재위는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이 기자는 4월 7일 <뉴스대행진>에서 권 시장이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이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했다”고 논평했다. (관련 기사 = 대구시, 권영진 비판 대구MBC에 정정보도 청구…조정 불성립(‘20.5.7), 권영진 대구시장, 비판 논평한 대구MBC 앵커 고소(‘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