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만난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이 목숨처럼 느껴져요”

민주노총 대구, "모든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해야"

18:31

21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체 취업자 2,656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다”고 밝혔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임시직 노동자 등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면서 사회안전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수입이 0원이 되면서 우리를 도와줄 제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찾으면 찾을수록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입니다. 꼬박꼬박 원천징수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는데도 그 어떤 사회적 보장도 없는 직업군임을 알고 한동안 강사들끼리 모여 울기도 했습니다” – 대구 방과후학교 강사 김진희 씨

방과후학교 강사는 지난 3월 학교 개학이 연기되며 수입이 없어졌다. 최근 고3부터 등교 개학을 시작했지만, 방과후 학교 개강은 불확실하다.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3~5월 기간에 대해 월 최대 50만 원이 전부다. 대구시가 1차 접수를 마감한 결과, 특수고용·프리랜서 지원에 모두 3만700명이 지원했는데 방과 후 학교 강사 등 교육 관련 강사가 8,256명(27%)으로 가장 많았다.

김진희 전국방과후강사노조 대구지부장은 “등교 개학이 시작됐지만 방과후 수업은 언제 개강할지 알 수 없다. 개강하더라도 얼마나 신청할까. 1학기는 통째로 날아갔고, 2학기도 보장이 없다”며 “정부의 특수고용직 지원 대책에 방과후강사도 들어가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사태를 견디기엔 너무나 역부족이다”고 하소연했다.

김 지부장은 “방과후 강사는 나라에서 사교육비 절감, 돌봄 기능 강화 등을 내세우며 직접 만든 직업이다. 공공기관의 교육 종사자이며 학교의 수많은 계약직 중 한 직군”이라며 “우리는 왜 고용보험 하나 못 들어서 이렇게 비참하게 생활해야 하나. 우리에겐 고용보험 가입이 절실함을 넘어서 목숨처럼 느껴질 정도다”고 강조했다.

“저희 조합원 중 단 한 명도 대구시에서 지원하는 긴급생계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에 ‘프리랜서’로 고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프리랜서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가입되어 있었고, 대구시가 다급히 지역가입자 기준을 상향했지만, 다른 지역의 완화된 기준과는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 대구MBC 보도국 자막CG 담당 윤미영 씨

방송국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는 또 다른 사각지대다. 코로나19 관련 생중계, 뉴스 제작 등이 많아져 업무 강도가 늘었다. 정부가 마련한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지원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할 때만 대상이 된다. 이들은 대구시 긴급생계자금도 받지 못했다. 프리랜서인 이들은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다. 1인 가구 지역 가입자 기준을 1만3,984원에서 2만 2,590원으로 올렸지만, 1인 가구 직장 가입자 59,118원에 비하면 훨씬 엄격하다.

윤미영 다온분회장은 “저는 대구시에서 발표하는 코로나19 브리핑 생방송에 투입돼 자막을 담당했다.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는 방송 노동자로서 책임감을 안고 임했다”며 “왜 긴급생계지원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지역 가입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직장 가입을 하지 못하는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생계가 휘청거려도 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분회장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고용보험 확대 적용 법안은 예술인으로 한정했고, 배제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는 K방역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진정으로 선진국이라 자랑하려면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21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고용노동자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모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 적용, 노조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생계 대책 마련 ▲모든 노동자 고용보험 전면 적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보장 등 노조법 2조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전체 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가 50% 수준이라는 수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용보험이 절반만 적용되는 사회에 현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노조할 권리도 없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요구하니 국회는 280만 특수고용노동자 중 겨우 7만 명 수준인 예술인 노동자만 포함했다. 코로나19는 재난을 넘어 노동자의 해고, 임금 삭감, 노동조건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지역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보험법 개정 관련 브리핑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임시·일용 노동자, 경력단절 여성, 청년 미취업자 등 구직자, 특고·프리랜서 등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며 “그 결과 전체 취업자 2,656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은 프리랜서가 70% 이상인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이번 법 통과를 계기로 고용보험이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게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며 “다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금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금년 중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