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K의료는 성공 아냐”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K의료는 혼란 그 자체”

20:11

“K방역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K의료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K의료 같은 경우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단순히 코로나 환자를 잘 봤느냐는 첫 번째 평가일 것이고, 코로나 유행 시기에 코로나 아닌 환자를 잘 봤느냐, 그게 두 번째 평가 기준인데 두 가지 기준에서 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21일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시기, 의료 공백 발생과 환자 인권 보호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K의료’의 실패를 언급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이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건치신문 라이브 방송 갈무리)

이 연구위원은 경산에서 코로나19로 오인 받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진 고 정유엽 씨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유엽 군처럼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환자는 코로나인지 아닌지가 확진되기 전까지 붕 뜬 상태가 된다”며 “그 공백 동안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치료 받을 권리가 박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유엽 군 차트를 봤는데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코로나 확진 전까지 공백이 생기는데, 확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통정리도 잘 안 됐다”고 짚었다.

이어 “보건소건, 의료기관이건 빨리 결정지을 수 있는 루트로 안내해야 했는데 둘 다 안됐다”며 “당시는 신종 키트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위중한 경우는 상급종합병원에 보내서 6시간 만에 결과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그걸 제안하거나 안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K방역은 컨트롤타워가 잘 서 있었다고 하는데, K의료는 혼란 그 자체였다”며 “어느 환자를 어떻게, 어느 병원에 보낼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교통정리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환자나 보호자가 ‘내가 어디 가야 해?’ 아는 의사한테 물어보고, 그렇게 처리되었다. 의사도, 보건소도 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병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진 공공병원의 감염병 전환 과정에서 생겼거나 우려되는 의료 공백도 지적했다.

그는 “감염병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공공병원 병상을 비웠는데 거기 있던 환자들은 어디로 갔느냐는 문제도 있다”며 “다른 병원에서 많이들 받아주셨다고 들었다. 그러나 치료는 연속성이라는 것이 있다. 연속성이 깨진 상태에서 다른 병원을 가거나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분들의 치료 받을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었을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병원 자체를 코로나 병동으로 비울 경우 대구는 큰 문제가 없었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은 공공병원 밖에 의료 자원이 없다. 공공병원 병상을 비워서 다른 환자를 안 받으면 임신, 출산을 하거나 수술을 급하게 받아야 하는 경우 멀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감염병 때문에 늦어진 의료 조치로 인한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많은 분이 추측하지만, 한국에선 실증적인 데이터나 사례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미국에서 나온 연구를 보면 실증 데이터가 나오는데, 심장 시술 건수가 실제 감소했다고 하고, 뇌졸중 검사 수가 감소했다.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데, 딜레이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