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코로나 보도 실패 원인은 정파성 상품화”

남재일 교수, 대구사회연구소 토론회 발제
“대구 언론의 정부 비판 정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
매일신문, 초기 정부 실패+대구 시민 저력 담론
대구MBC, 대구시 방역 행정 실패 담론

12:08

‘잔인한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도 한국 언론은 고질적인 문제를 탈피하지 못했다. 남재일 경북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 실패에 대해 뉴스 생산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조건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서 그는 언론의 변화를 위해선 단순히 준칙을 제정하거나 기자들에게 윤리적 실천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민사회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6일 저녁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상상홀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 변화를 전망하는 토론회에서 남재일 교수는 “상업성과 정파성이 극에 달한 현재 한국 언론 상황에서 무료로 보는 뉴스에 정론을 기대하는 것은 그리 확률이 높지 않다”며 “현실 왜곡의 근본 원인인 상업성과 정파성을 완화하는 시민사회의 실천적 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재일 교수 [매일신문 생중계 갈무리]

지난 12일부터 매주 (사)대구사회연구소,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혁신포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가 함께 주최한 토론회는 재난대응 거버넌스 체계 점검을 큰 주제로 해서 이날 끝맺음했다. 토론에서 남 교수는 언론의 재난보도를 살피고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는 발제를 맡았다.

남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감염된 언론’을 제목으로 한 발제문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다수가 ‘가장 잘한 것은 방역 당국이고 가장 못 한 것은 언론’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왜 한국 감염병 재난보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걸까? 단지 기자들의 윤리의식이 낮기 때문이라면 해결이 쉽다. 하지만 언론윤리의 실천은 기자의 윤리적 의지 이외에 뉴스 생산의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연관된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재난보도의 장애 요인으로 크게 ▲사건중심 보도 관행 ▲상업성 ▲정파성 등 세 가지를 꼽으면서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 보도에선 ‘상업성과 만난 정파성’으로 인한 문제가 크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보도에서 사건중심 보도 관행과 여기에 작용하는 상업성 추구보다 더 큰 현실 왜곡의 원인은 정파성”이라며 “극도의 재정 악화로 상업성의 유혹에 빠지고, 둘로 쪼개진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에 편승해 정파성을 상품화하는 뉴스 생산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나 4.15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정파성은 더 기승을 부렸다는 게 남 교수의 평가다. 그는 “보수매체는 정부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부실 대응 프레임’이 강하게 나타난다. 감염병 재난보도의 기본은 방역 성공을 위해 방역정책 자체에 대해 평소보다 신중한 자세를 갖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초기부터 과도한 비판을 앞세운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정파적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언론의 정부 비판 정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 
매일신문, 초기 정부 실패+대구 시민 저력 담론
대구MBC, 대구시 방역 행정 실패 담론

남 교수에 따르면 대구 지역 언론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남 교수는 현장 취재 기자 전화 인터뷰를 바탕으로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MBC, 대구KBS, TBC의 코로나 보도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현상적으로 대구 지역 언론의 정부 비판 정도는 평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두 가지 담론의 갈등구조를 축으로 대구 언론의 코로나 보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중앙 정부의 초기 중국 봉쇄 실패와 신천지라는 무책임한 집단 때문에 바이러스가 확산됐고, 이는 지역 시민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극복됐다는 담론 구조다. 매일신문이 가장 선두에서 이 담론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는 대구 코로나 사태는 대구시의 무능과 신천지의 비협조가 협업한 결과고 이를 극복하는 것도 결국 방역 행정의 효율성에 달렸다는 담론이다. 이는 대구 공공의료 행정의 부실, 그로 인한 소외계층 피해를 대변하는 보도로 강화된다. 두 번째 담론은 대구MBC가 선두에서 이끌었다.

남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로 보고 비판한 것은 근거가 약한 비판이다. 정략적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구시의 행정적 무능에 대한 비판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MBC 보도 기조는 정당하다”면서도 “하지만 신천지와 대구시의 관련성에 의혹을 제기한 몇몇 부분은 비판의 강도에 비해 사실 검증이 부실했다”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론이 해야 할 감염병 재난보도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감염병 재난에서 언론의 공적 역할은 방역성공을 위한 협력자의 역할과 재난 상황으로 인한 2차적 사회문제를 감시하는 비판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감염병 재난보도에 대한 논의는 방역성공을 위한 협력자 역할 안에서 부실 보도에 대한 비판에 집중됐다”며 “때문에 이 역할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은 많이 개선됐으며 대안적 실천의 방향 역시 보도준칙의 형태로 상당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2차적 사회문제에 대한 언론 감시기능은 논의 자체가 부족하고 기자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며 합의된 원칙도 없다”며 “언론이 재난 상황으로 인한 2차적 사회문제에 대한 감시기능에 지금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면 상당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보도행태가 초래하는 폐해에 대한 보다 예민한 성찰을 통해 개선 의지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남 교수는 전반적인 언론 환경 개선은 단순히 기자들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며 시민사회의 인식 전환 및 언론과 새로운 관계 설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수용자 조사에서 나타나는 뉴스 소비자의 인식은 ‘뉴스는 무료로 오락물은 유료’라는 사고 패턴이 강하다”며 윤리적인 뉴스 소비와 직접 뉴스 생산에 필요한 재정을 분담하는 것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언론은 독자의 소비성향을 상업성 판단의 준거로 삼기 때문에 뉴스의 상업성 뿌리는 궁극적으로 독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에 달려 있다”며 “정론을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상업적 보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시민의 집단적 실천은 정론이 결과적 상업성을 담보하는 뉴스 생태계 조성의 핵심적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 모금으로 창간된 한겨레 신문, 시민기자제로 운영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부로 운영되는 최근의 독립매체들이 정론에 얼마나 기여해왔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며 “비영리 독립매체들의 활동은 자체 뉴스 생산을 통한 정론 확산은 물론 기존 매체를 자극함으로써 언론 전체의 상업성 완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