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1) 이주와 가치, 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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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고명숙 대표(오른쪽). 인터뷰는 공정옥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장(왼쪽)이 진행했다.

Q. 간단히 단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속해 있는 단체는 ‘이주와 가치’라는 단체이고, ’12년도부터 대구지역에서 결혼, 노동, 학업으로 한국에 온 여성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Q. 국적이 다른 이주민을 지원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정부가 마스크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부터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어 마스크를 지원해 주셨어요. 그때 저희가 미등록 이주여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주변에 연락되는 분들 중심으로 실태 조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는 선주민(한국인)들도 마스크 수급이 힘들 때인데,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이주민들 사이에 가짜뉴스가 펴져서 힘들었어요. ‘마스크를 나눠주는 동장들이 다 신천지 교인이다. 그거 받으면 안 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걸 받아서 다 버렸다고 하시더라구요. (한숨)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본국에 있는 가족들도 전화가 와서 걱정을 하시는 거예요. 본국의 가족들이 특히 대구가 심각했던 상황이니깐 돌아오라고 하셨대요.

근데 이분들은 비록 미등록으로 살아가지만, 한국에 터전이 있기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마음은 불안하고 바깥 활동도 못 하고 직장은 다 끊기고.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었냐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저희의 도움을 받게 된 거죠. 저희도 마스크를 나눠주면서 ‘이분들이 더 힘들구나!’ 이런 파악을 하게 되었죠. 특히나 이번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지금도 여러 통의 전화를 받는데 이주민 중에서 특히 난민들이 힘드신 거 같아요.

난민들도 지역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른데 대구에서 사는 미등록 이주민들이 더 열악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이주민들끼리 농담 삼아 같은 이주민이라도 부천 살면 좋겠다 그렇게 얘기해요. 선주민들도 지역에 따라서 받는 혜택들이 차이가 나지만 특히 이주민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확연하게 지자체 간의 차이가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는 이주와 가치 (사진=김민규 제공)

Q.평소에도 이주민 지원 활동을 하셨는데, 이번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 활동들이 있었나요?

마스크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아름아름 주신 거 가지고 주변에 자립해 있는 여성들에게 주기 시작했고, 미등록 여성들에게도 나누기 시작했어요. 마스크라는 게 최소한의 남에 대한 배려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방어책이다 보니 이주민들도 사고 싶지만, 일하고 있는 평일에 고용주들이 마스크 사러 가라고 보내주지 않죠. 그리고 요일제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주말에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이런 상황을 알게 되신 분들이 마스크를 많이 기부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가서 2시간씩, 총 5일 정도 했는데 한 번에 나갈 때마다 2,000장씩 마스크 나눔을 했어요. 마스크 나눔 할 때 마스크에 제 전화번호 스티커를 붙였었는데, 지금도 마스크 나눔 하고 있냐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아직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겠죠.

마스크 나눔이 제일 많았고 후원금 주시면서 미등록 여성들을 도와달라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감동했어요. 본인 저금통 털어 짜장면 사 먹으라고 10여만 원 보내준 여학생도 있었죠. 그렇게 나눔을 받으신 분들은 감사의 표시로 머핀, 반찬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손편지를 직접 써주기도 하셨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고 저도 느끼지만, 우리 이주민 여성들도 많이 느끼시는 거 같아요.

Q. 이번 활동으로 많은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후원금 주시는 분들이 미등록 여성, 어려운 가정들을 위해 쓰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냥 주변 아는 이주민들에게 나눠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경북까지 수요 조사도 하고, 저희가 직접 전달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하나하나 다 방문을 했어요. 방문하면서 느낀 건 시골에 모여 살면 도시보다 도움의 손길이 더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다문화가족 중 열심히 활동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더라구요.

이 시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가정이 있었는데, 방문 전 필요한 게 뭐지 확인하고 3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가지고 방문했거든요. 보통 우리가 집에서 쓰는 생필품이었는데 엄청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이들 간식도 준비해갔는데 엄청 좋아했어요. 우리가 미안해할 정도로. 이럴 줄 알았음 더 준비해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은 작년 12월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전치 12주를 당한 여성이었어요. 아이가 3명이나 있는데 이미 남편이랑은 10년 전에 이혼을 했고, 남편으로부터는 양육비 한 푼 받은 적이 없대요. 근데 첫째 아이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이에 시설에 보내졌어요. 장애가 있어서 도저히 못 보니깐. 그 밑에 쌍둥이 둘은 그 마을에서 각각 키우기 시작했던 거죠.

제가 갔을 때는 엄마가 퇴원을 막 해서 첫째는 여전히 시설에 있고, 둘째, 셋째 쌍둥이들이 엄마랑 같이 살기 시작할 때인데 시골집이 다 그렇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그 집이 8년 전에 불이 나서 그 동네 사람들이 다시 집을 새로 지어 주었대요. 근데 바닥이 안 평평해요. 저희가 상자를 놓고 사진을 찍는데 물건을 놓았는데도 울퉁불퉁해요. 본인은 일도 못 하고 있고, 택시 공제회랑 사고 합의도 봐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걸 알고 우습게 보는 듯도 했고요.

Q. 이주여성이 이런 사연을 주변에 말하지도 못하고 외로웠겠네요.

그렇죠. 저희가 이 사연을 알게 되어서 지원을 해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합의를 하면 안 된다. 이후 치료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는 절대 합의 볼 수 없다. 저희가 손해사정인 통해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겠다. 안되면 변호사 선임해서라도 합의할 거니깐 절대 일방적으로 합의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어쨌든 저희가 후원 물품을 전달하러 가서 알게 되었는데, 그런 여성 이주민을 보면서 코로나19가 일어남으로써 이렇게 연이 닿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정부나 지자체 정책이 아쉽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까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마스크나 재난지원금 등에 대한 지원 폭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약국에 갔을 때 건강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사람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면 미등록 난민들은 사지도 못하거든요. 그런 어려움을 알고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이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는 이주와 가치 (사진=김민규 제공)

Q. 코로나19가 시민사회에는 또 다른 과제를 던지기도 한 것 같은데요. 공익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 기대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자화자찬같지만, 저희와 같은 단체들이 없었다면 이분들이 얼만큼 힘든지 잘 못 보여줬을 거 같아요. 이것들이 사회로 드러나고 우리로부터 정책 제안들이 나와야겠죠.

그렇다면 대구시 정책으로 녹아나게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 부과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마스크를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던가 하는 대안들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런 부분들은 시민사회가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놀라웠던 게 저희가 마스크 나눔을 했을 때 걱정 했던 것이 성서 쪽 두 번, 북부정류장 쪽을 세 번 했었는데 성서는 이미 지원 활동을 하고 있던 단체들이 있어 두 지역의 온도차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마스크를 나누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우리는 안 주냐 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라고 말씀을 하시며 걱정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그냥 다투지 말고 마스크 한 장 나눔 하지라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북부정류장 쪽 마스크 나눔 할 때 주민들이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받아 가시려고 줄도 서셨어요. 저희가 수기로 적게 하니깐 그때서야 한국 사람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죄송하지만 이번 마스크 나눔은 이주민을 위한 나눔이고, 이주민들은 마스크를 잘 못 사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단 한 분도 항의를 하지 않으셨어요.

좋은 일 하신다고 응원도 해주시고, 어떤 분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주민이 어떻게 하면 받아 갈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제 전화번호 동봉된 마스크를 주면서 이 번호로 연락하라고 말씀드렸죠. 우리 머릿속에서만 의식이 덜 되었던 거죠.

그리고 북부정류장쪽이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밀집된 지역이었어요. 이미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우리만 괜히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라는 어리석은 염려를 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되었어요. 시민들의 마인드가 훨씬 앞서 나갔던 거죠.

Q. 저희도 처음에는 도움 주겠다는 문의가 많이 와서 연락받고 도움받을 곳을 연결하기에 정신이 없었는데요. 왜 이렇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데 발 벗고 나서는 걸까? 그 또한 인간의 선한 본능이겠구나 싶었는데, 활동 과정에 많이 느끼셨겠어요?

사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이용자 제한하고 사업이나 활동도 줄어든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공익활동센터도 그렇겠지만 저희센터도 여러 지역 이주민들 위해 지원물품 계속 나르고, 매주 나가서 마스크 나눔 해야 하고. 그 활동들이 싫지 않았죠. 다른 것보다 마음 짠한 경험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세상이 좋으면 좋은 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공익적인 활동은 늘 존재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