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기 대구, 심각한 시스템 실패 상황이었다”

대구시 민간 상황관리반장 이경수 영남대 교수 인터뷰
“쪼가리 DB로 버텨···지금도 마스터 DB는 없어”
“생활치료센터 운영 두고 중앙-지방 핑퐁”
“위험 감내하며 ‘위드 코로나’ 준비해야”

17:41

‘시스템’.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터뷰 중 십여 차례 ‘시스템’을 언급했다. 시스템을 언급한 후엔 어김없이 “없다”, “부족하다”, “보강해야 한다” 같은 말이 따라붙었다. 이 교수는 대구에서 SARS-CoV-2 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환자가 처음 확인된 지난 2월 18일부터 민간전문가로 대구시 감염병 대응 현장에 뛰어들었다. 상황관리반장을 맡았고, ‘시스템의 부재’를 온몸으로 실감하며 때워냈다.

▲지난 5월 31일 이경수 교수를 만났다.

지난 5월 31일 영남대 예방의학과 사무실에서 만난 이경수 교수는 “상황관리반장을 초장에 맡았는데, 상황 관리가 안 됐다. 전부 따로 일하고 있어서, 심각한 시스템 페일류(system failure). 시스템이 없다”고 부재한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 집단감염 이후 현재의 우리 사회를 두고 ‘K방역의 성공’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에 일부분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부족한 3가지를 짚고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3T(Test 검사, Trace 접촉자 관리, Treat 치료)라고 말하는 K방역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3S라고 새로 고안을 했는데, 이걸 새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3S는 현장위기대응 및 감시 시스템(System·Surveillance), 시나리오(Scenario), 안전(Security)이다. 이 교수는 특히 시스템 부재를 십수 차례 지목했다. 그는 감염환자를 일목해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atabase)가 여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짚으면서 ‘쪼가리 DB’로 ‘하늘이 도와’ 상황을 막아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트레이싱(Tracing, 접촉자 관리)하고, 무슨 디지털 역학조사를 잘하는 것처럼 이야길 한다. 현장에선 엑셀하고 카카오톡으로 대응을 하는 거다”며 “환자가 등록되면 확진, 분류, 이송, 병원 등 각 단계에서 데이터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다 쪼가리로 있다. 하나로 모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대응정보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각각에서 작성한 것이 모여야 효율적으로 관리도 되는데 쪼가리 DB가 100개씩 만들어지는 거다. 매일 이렇게 하니까 2주 전에 어떤 DB가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저는 많이 열 때는 30개씩 카카오톡방을 열고 퍼 나르고 있었다. 카톡방에 모든 게 남아있어서 중요한 정보는 지금 다운받아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말은, 지침이 있는데 시간 개념이 없다는 의미”라며 “1단계는 어떻게 하고, 2단계에는 뭘 할지, 단계별로 시간대별로 계획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을지훈련 같은 게 그런 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작동을 안 했다”고 짚었다.

그는 “대구시에서 만드는 재유행 계획에는 시간 계획을 넣으라고 했다. 환자부터, 모든 영역을 하나의 마스터 파일로 해서 상황에 따라 무슨 조치를 해야 하는지 1일 별로 만들도록 해서 대구는 이제 준비가 됐다”며 “얼마 전에 중앙 회의를 갔는데 중장기 계획이 어떻고 하기에, 당장 한 달 후 계획부터 시간대별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안전(Security)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도입 논의 과정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단순히 감염병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와 모든 산업, 안보의 문제였는데 생활치료센터 만들어질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핑퐁 하던 걸 보면 이해는 되지만 용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기미를 보이고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게 확인되면서 이 교수는 병원이 아닌 곳에 경증·무증상 환자 수용을 방역당국에 건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도, 대구시도 환자를 병원 밖으로 빼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는 “감염병의 정치학이라고 해야 할까, 모두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며 “지금은 서로 잘했다고 말들 하지만, 그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두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나 대구시는 브리핑 과정에서 병상 부족 문제 해결책을 묻는 물음에 병원 병상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류의 답변을 반복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애초 정해진 지침대로 감염 환자를 수용할 음압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되자, 2월 20일 선제적으로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병실도 부족해서 대기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되어도 병원 밖 시설 논의에 대해선 일축했다.

결국 누적 확진 환자 1천 명을 넘긴 2월 27일 집에서 입원대기 중이던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후 병원 이동 중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장 이식 수술 이력이 있는 74세 고령이었지만 부족한 병상 때문에 집에 있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날 오전 브리핑 기준으로 환자 1,017명 중 447명이 병원 입원한 상태였다.

당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사망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증환자에 대한 병상이 지역 내에서 확보 어렵다면 타지역으로 연결하고 배정하는 체계를 중앙단위에서 갖추겠다”고 했고, 전반적인 병상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지자체별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환자 소개로 경증환자 대량 발생 시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했다”고 병원 중심 대책을 반복했다.

28일 권영진 시장은 엑스코 같은 대형 시설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물음에 “병원 이외 시설에 격리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질본 지침상 환자는 병원에 입원 치료하도록 되어 있다. 여러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저와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대구시장으로서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이경수 교수는 전날 대구로 온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세종시를 찾아 병원 밖 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주말이 지나면 장관님 이하 여기 있는 분들이 책임지고 싶어도 아무도 책임을 못 진다. ‘확진 후 대기 환자가 2,000명을 넘길 것 같다’, ‘무슨 뜻인지 아시냐’고 했고, 세월호를 이야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금 와서 모두가 칭찬하는 생활치료센터의 뒷이야기다. 이틀 후(3월 1일) 정부는 전격적으로 생활치료센터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 환자가 2,569명으로 늘어났고, 입원 환자는 고작 898명이던 시점이다. 환자 중 65%가 병원 밖에서 대기했고, 이날 저녁 입원대기 중 자택에서 사망한 환자도 확인됐다. (관련기사=코로나19 입원 대기 사망, 경찰이 먼저 인지···대기자 관리 공백 커(‘20.3.2))

자택사망자를 포함해 1일에만 7명이 대구에서 숨졌는데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집에서 증상이 악화돼 병원 이송 직후 사망하거나 병원 입원 후 하루, 이틀 만에 숨졌다. 1명만 사망 닷새 전부터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 2일부터 센터에 경증·무증상 환자가 입소했다. 65%였던 입원 대기 비중은 센터 운영 일주일 만인 9일 절반(33.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경수 교수가 본인이 고안한 방역 수준 위험도 평가도(안)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초기 시스템 부재와 중앙정부-지방정부 간 줄다리기를 경험한 이 교수는 최근 들어 불거진 질병관리본부의 승격 문제나, 대구시의 조직 개편을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하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를 키워서 청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이고, 대구시도 별다른 고민도 없이 시민건강국을 만들겠다고 한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지역에 어떻게 만들 것인지, 시스템 걱정하는 사람은 몇몇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포스트 코로나와 재유행을 대비한 보건소의 감염병 기능을 강화한다든지, 시·도 기능 강화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중앙정부를 지적했고, “다른 시·도는 과를 하나 더 만들어도 공청회를 하는데, 대구시는 인력 확충 계획 같은 것도 미약한 상태에서 위기상황에 편승해서 과장 자리만 늘리려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달 20일 시민건강국 신설 소식을 알렸지만, 시민건강국의 인력 개편이나 예산 문제는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6월 15일부터 열리는 대구시의회에 상정되는 조직개편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대구시, 시민건강국·도시공간개발본부 신설 추진(‘20.5.20))

이 교수는 부서 신설보다 부재한 시스템 정비를 짚으면서 동시에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더딘 상황에선 일정 부분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은 감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건 개학이다. 그는 원칙적으로 개학에 반대했지만, 수능 등 교육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개학을 이어가야 한다면 지금 같은 대응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확진 학생 1명 생겼다고 주변 학교도 다 문 닫게 하는 건 굉장히 과한 대응이다. 이렇게 해선 개학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쳐만 지나가도 나오지 말라고 하고, 검사를 몇 천 명씩 해달라고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개학을 이어가려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도 높은 대응이 학부모나 시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런 긴장 상태를 몇 달 씩 유지할 수 없다”며 “개학을 하겠다면, 어셉터블 리스크(aceptable risk),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은 감내하면서 가야 한다. 교육감 가까운 곳에 전문가를 모아서 상황실을 두고 상황관리는 계속하면서 전향적으로 결정하고 학부모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위험도가 있다. 최고 위험도의 공간을 문을 닫아야 하는 거다. 최고위험인 클럽, 노래방은 열어놓고 학교는 닫는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학교가 수칙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공간이고, 위험도 낮은 곳이다. 학생들이 위험하다면서 제일 위험한 곳은 열어놓고 학교는 매번 닫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