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긴급생계자금, 사실상 정책 실패···공무원 수령자도 다수

공무원·교직원 등 약 4천 명 수령 파악
대구시, “정확한 수치는 파악 중”
복지연합, “경제부시장 경질해야”

17:08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정책이 사실상 실패 선고를 받았다. 애초 준비한 것보다 150억 원이 덜 집행된 것을 넘어서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누차 밝혔던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도 다수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민단체는 정책 책임자인 경제부시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구시와 TBC 보도 등을 종합하면 대구시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기관 직원 약 4천 명이 긴급생계자금을 수령했다. 수령금액만 약 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시는 현재까지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 23일 긴급생계자금 지급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대구시는 애초 긴급생계자금을 설계하면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구원별로 차등해 50~9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100% 이하 기준에 충족되더라도 공무원, 교직원 등 공공기관 임직원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이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이 부재했고 그 결과 4천 명의 ‘부당한 수령자’가 발생하게 됐다.

대구시 혁신성장국 혁신성장정책과 관계자는 “수령자의 정확한 수치는 아직 파악 중”이라며 “대부분 급수가 낮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은 직원이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 취지를 보면 코로나19로 상황이 많이 힘들어진 서민 생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기관 직원들을 제외 대상으로 잡았다”며 “데이터를 완벽하게 갖고 있었다면 설계가 더 폭넓게 됐겠지만, 당시에는 시간적 여유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필수적인 분들에게 지급하는 게 급선무였다”고 덧붙였다.

대구시가 애초 계획대로 공무원 등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4월 23일 성명을 내고 “잦은 전산 오류와 먹통 등 전산망 불안정으로 대구시가 제시한 생계자금 제외 대상자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정규직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은 제외대상이었지만 명단이 없어 어떤 곳에선 행정기관 누리집에서 직원을 일일이 검색하여 검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구시는 ‘팩트체크’를 한다며 해명자료를 내고 “정규직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은 지급 완료된 이후 대구시에서 전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며 “직원들에겐 사전에 충분한 홍보를 통해 신청 대상이 아님을 안내했고, 향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대상자 조회를 통해 사후검증 및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선의’에 기댄 체 사후 검증을 계획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수령자가 확인돼 난색을 보이는 모양새다. 정책이 전반적으로 허점이 많아서 사후 수습에 더 많은 행정력과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애초 긴급생계자금 수령 대상 가구 45만 9,000가구 역시 추정치여서 대략 지급이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43만 7,000가구에 지급이 완료된 상태다. 배정된 예산 3,000억 원 중 150억 가량은 남게 되어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8일 성명을 통해 “대구시가 너무 보수적으로 긴급생계자금 지원 기준을 정하는 바람에 남은 150억 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에 이어 생계자금 제외 대상인 공무원 등 4천 명 정도가 부정수급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생계자금 기준, 검증, 지원방식 등을 기획한 대구시는 끊임없이 제기된 혼선과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부시장을 경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긴급생계자금 하나 제대로 못 주는데 대구경제를 어떻게 맡길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계자금을 엉망으로 만들고도 자화자찬하는 대구시는 목불인견이요, 백년하청”이라고 힐난했다.

은재식 복지연합 사무처장은 “애초 설계 단계에 고민해야 했던 지점들이 있었지만, 기왕에 선별하고 제외해서 지급하겠다고 했으면 그것이라도 제대로 되었어야 하는데 고민 없이 설계되고 진행된 정책으로 추가적인 행정 낭비만 이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