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년Pre-Job지원사업] (5) 대구여성인권센터 남예은

09:51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성착취 없는 세상, 희망 상상 행동! 대구여성인권센터의 청년활동가 남예은이다.

▲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n번방 사건 해결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의 모습.

어떻게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청소년 시절부터 모두가 ‘정치적인 삶’을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언가로 표현하며,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것이 NGO가 추구하는 정체성과 닿아있다고 생각했고, 그 정체성을 입어보고 싶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여성들을 위해 말하고,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참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페미니즘은 내가 꽤 오래 지녀 온 감각이었으나, 그 사실을 온전히 직면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학부 수료 직전에야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역사를 공부하고 한국 여성들의 운동을 마주했고, 다양한 활동에 연대하면서 ‘이렇게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어떤 단체인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행위인 성매매를 반대하고, 성매매여성비범죄화와 성매매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다. 부설기관(상담소·쉼터·그룹홈·자활지원센터)을 통해 성매매경험여성을 지원하고, 성매매를 포함해 여성 인권에 반하는 모든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캠페인 및 액션, 조사연구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갈마당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사업’을 수행하며, <1909 자갈마당 기억공간>, <darkherstory> 등 시민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36회 한국여성대회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페미니스트 정치, 바로지금!]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소식지 제작, 캠페인 관련 디자인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데, 주요한 역할은 <자갈마당 기록사업>을 위한 녹취록 해제다. 지난해, 대구 시민이 뽑은 베스트 시정 1위로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폐쇄’가 뽑혔다. 그러나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참 무색하게 느껴진다. ‘불법 저지른 것들이 뭐가 불쌍하냐’, ‘인신매매도 아니고 원해서 가놓고’, ‘성형하고 명품 사며 사치하는데 세금 퍼주지 마라’ 등 성매매의 착취구조에는 흐린 눈을 하고 피해자인 여성들을 향해 온갖 왜곡과 혐오를 퍼붓는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성착취의 역사와 그 속에서 축적된 여성들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그 공간을 채우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성매매의 착취구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초에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재화’로 취급하는 성매매는 그 자체로 착취행위이며 존재해서는 안 되는 폭력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하면, 그 시장 규모는 30~37조 원에 달한다. 이는 커피시장의 4배, 영화시장의 13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하경제라는 특성상, 각종 변종 업태(키스방, 귀청소방, 오피스텔 성매매,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등)가 판치는 현실상 실질적인 규모는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어디에 시선을 던져야 하나. 실질적으로 착취행위를 수행하는 성매수자와 이를 조장, 방조, 묵인, 적극 활용하여 이익을 얻는 개인/집단에게 레이더를 겨누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성매수자와 그 뒤에 존재하는 여성혐오/성착취적 구조는 가려진 채, 성매매여성들의 ‘무결함’에 대해서만 따져 묻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합법화’를 말한다. 성매매는 없어지기 어려운 ‘필요악’인데 합법화가 되면 여성들은 권리를 보장받고, 세금을 내면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실제 합법화를 진행한 독일을 통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전하고 싶다. 합법화 이후 성산업의 규모가 늘어나고, 업주를 비롯한 사업자의 이익만 불어났다.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극심해졌지만, ‘합법’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결국 성매매합법화는 여성을 ‘재화’로 취급하고 싶은 이들의 허울 좋은 수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법에 근거해(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 성착취적 ‘접대’행위를 허용하는 국가로, ‘접대’ 장면은 물론, 갖가지 여성혐오와 성적 대상화를 줄기차게 재현하는 미디어로,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업소를 찾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성매수자에게로.

활동가 본인에게 그 구조의 실체를 직면하게 한 계기가 있는지?
=‘여성들의 말’이었다. 지난해 9월, 자원활동가로 성매매추방주간에 참여했다. 그중 대구지역 캠페인에서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발화를 소개하는 피켓을 만들었다. 여러 발화를 쭉 살펴보면서 나는 단번에, ‘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이 경험을 마주하고도 성매매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성매매경험당사자이자 반성매매활동가, 봄날 님의 저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표현으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 없고, 여성들마다 삶의 궤적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들의 말과 삶에 닿아보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 대구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한 반성매매활동가들의 존재 역시 큰 계기이다. 왜곡되어 재현되었던 것들에 대해 막연하게 비판하던 나는 그들이 쌓아 온 경험과 사유를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단단한 언어를 다질 수 있었다. 지면을 빌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지난 6월 5일, 21대 국회 개원을 맞이하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주관한 <n번방 사건 해결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에 함께했다. 처음 ‘텔레그램성착취’에 대해 인지한 순간부터 분노와 참담함, 답답함을 가지고 지내고 있다. 많은 활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에 그 마음이 점점 더 커졌던 것 같다. 온라인 캠페인으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피켓을 제작하던 찰나 시위 소식을 듣게 되었고, 활동가 선생님들과 기쁘게 동참했다.

최근, ‘박사방’ 사건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가입죄를 적용받은 유료회원 2명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소식에 분통이 터졌다. 역할극으로 인지했다고 하면 강간이 무죄가 되고,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 남성의 주거보호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무엇보다 국민적 공분에도 굴하지 않고 갖가지 성착취방이 성행하는 이곳에서, 신상공개는 그 무엇보다 ‘실익이 높은’ 처벌이 아닌가.

이 외에도 답답한 소식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날의 활동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함께 시위한 이들의 모습, 또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 내는 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 시위 때 사용한 피켓을 모아 사무실 문 앞에 걸어두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다른 콘텐츠가 있다면?
=앞서 언급한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페이스북에 소개된 발화들과 봄날 님의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여성인권티움이 발행한 『이건 내 싸움이다』를 통해 대전지역 반성매매활동가들, 그들과 함께한 청년예술가들의 이야기들도 접해보셨으면 좋겠다. (『이건 내 싸움이다』는시판하는 책은 아니다.)

그리고 미디어 그룹, <하말넘많>과 <소그노>를 소개하고 싶다. 책만큼이나 나를 페미니스트로서 생각하고, 더 움직이게 했던 것은 여러 경로로 마주하는 여성들의 ‘말과 행동’이었다. 그래서 개인 여성으로서 치열하게 사유하고, 팀원들과 함께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여성들과 나누는 이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다양한 영상을 기쁘게 누리면서, 본인의 마음에 콕 박히는 책 등을 찾아보고, 주변 여성들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하말넘많>과 <소그노>의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고, 이들 외에도 정말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목소리 내고 있으니 두루 살펴보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켜보고있다 #지치지않기 #지겹다고생각하지않기
#NO_MORE_NTHROOM
#성범죄는_판결을_먹고자랐다
#가해자는_감옥으로_피해자는_일상으로
#성착취카르텔_박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