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료원장, “돈 못 번다 구박하더니···코로나에 감사해야 할 웃픈 현실”

“2015년 메르스 백서에 있던 내용, 완벽한 법 갖고도 실행 의지 있나”
"7월 출범 공공의료지원단, 싱크탱크 넘어 컨트롤 타워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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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대구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었지만 그간 공식적인 발언을 아껴왔다. 12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최전선 대구의료원의 역할과 과제 및 공공의료 확충 방안’ 토론회에서도 토론문은 관련 법률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실제 토론에선 심중에 담아뒀던 말을 일부 토로하기도 했다.

▲유완식 대구의료원장(가운데)이 12일 토론회에 참석해 그간 코로나19에 대응해온 소회와 향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유완식 원장은 “평소 대구의료원 돈 못 번다고 구박하던 분들이 이젠 어떻게든 지원해줄 수 있을까 걱정해주는 걸 보면, 코로나에 감사를 해야 할지, 웃픈 현실”이라며 자조적인 말로 운을 뗐다.

유 원장은 “사실 우리가 지금 의논하는 건 2015년 메르스 백서, 400페이지 책에 다 있는 것”이라며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오늘 또 이런 걸 하고 있다. 제가 법을 모르긴 하지만 시민의 눈으로 봐도 이미 완벽한 법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그 법을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답을 찾는 논의보다 실천력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전국에 지방의료원이 35개 있지만 의료원은 무언가 격이 떨어진다고 본다. ‘나는 그런 곳 가서 치료받을 사람 아니다, 적어도 서울 대형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만연하다. 이걸 일단 극복해야 한다”고 저평가된 의료원의 위상 제고 문제도 짚었다.

유 원장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소방서, 경찰서와 같다 이런 이야길 하곤 한다. 요즘은 군대라고 하는데, 하지만 사명감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다행히 7월에 공공의료지원단이 만들어졌다. 대구시에선 싱크탱크 정도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저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제2의료원이 필요한지 부터,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와 연계해서 좋은 계획 만들고 실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원장은 코로나19 대응 이후 적자 보전 문제에 대해 ‘손실보전’이란 표현으로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코로나19) 손실보상이란 말은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비용부담이다. 환자 치료를 할 때 비용을 누가 대느냐의 문제다. 정부가 대느냐, 의료원이 대느냐. 의료원이 대야 하나?”라며 “손실이 무슨 손실이냐,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지, 손실보상은 시혜적 접근이다. 그런 기본 인식을 갖고 있으니 안되는거다. 비용을 대줘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