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통합공론위, 통합 전제한 운영 규칙 일부 수정

21일 공론위 출범···전체회의서 통합 전제 규정 문제제기
권영진-이철우, “통합은 생존의 문제” 공감대 보여

15:58

21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통합공론위)가 출범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각각 15명씩 위촉하고 김태일 영남대학교 교수(대구시), 하혜수 경북대학교 교수(경북도)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첫 전체회의에서 통합공론위는 공론위 역할에 대한 이견으로 오랜 시간 논의를 이어갔다. 행정통합을 기정사실로 한 공론위 운영 규칙이 회의의 핵심 이슈가 됐다.

▲21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사진=대구시)

오후 4시부터 진행된 통합공론위 출범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통합을 대구·경북 ‘생존’을 위한 당위적 과제로 규정했다. 두 단체장은 공동의 과제를 앞에 두고 공론위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주문했다.

권영진 시장은 “대구·경북이 행정이 서로 나뉜 지 이제 내년이면 40년이 되는 해”라며 “대한민국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을 취하고 있고, 수도권으로 대변되면서 수도권은 계속 비대화해서 문제고 지방은 수도권과 경쟁은 커녕, 늘 수도권으로 인한 공동화를 겪는 4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대구·경북이 생존할 수 있을까. 미래는 과연 우리에게 희망으로, 번영으로 보장이 될까. 여기에 대한 두려움, 여기에 대한 회의에 대한 대답이 대구·경북 통합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며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대응해 지방의 생존하는 전략으로서 통합을 정의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라며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함께 뭉쳐서 우리나라 내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장 간단히 이야기하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존’에 방점을 찍고, 생존의 핵심으로 ‘일자리’를 강조했다.

이 도지사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대구·경북 통합을 한다. 살아남는 방법은 청년 일자리 만드는 것”이라며 “공론화위에서 만들어주시길 당부드린다. 힘을 뭉쳐야 한다. 왈가왈부하다간 놓친다”고 덧붙였다.

“통합은 많은 이견이 제시되는 게 당연, 반대 의견 없는 게 문제”
“역사의 죄인 될 수 있어···시·도민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 만들어야”

▲공론화위원회는 21일 첫 전체회의에서 통합을 전제로 구성된 공론위 운영규칙 일부를 수정했다.

출범식 이후 이어진 공론위 첫 전체회의는 두 단체장의 ‘신속함’에 제동을 거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공론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도민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직접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큰 틀에서 동의를 이루었다. 공론위 첫 회의에선 행정통합을 전제로 마련된 공론위 운영규칙에 이견이 표출됐고, 이를 수정하는데 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조광현 위원(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론위는 시·도 통합의 담론을 형성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통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한 이슈인데, 그 내용이 없다. 통합을 전제로 나아가는 느낌”이라며 “행정통합이 굉장히 많은 이견이 제시되는 게 당연한데, 지금 보니 반대 의견이 없는 게 문제”라고 운을 뗐다.

김태운 위원(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도 “공론위는 담론을 위한 여건과 기반을 만드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통합은 주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통합을 결정하고 거기로 유도해서 집어넣는 것이 아니다. 규칙 3조 임무는 이것을 결정해놓고 가는 느낌이다. 통합은 여기서 전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규칙 3조은 공론위의 임무를 “행정통합을 위한”으로 일로 정했다.

윤영애 위원(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공론위 운영 규칙은 통합을 전제하고 진행하는 방식 같다”며 “위원님들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앞서 이야기도 있었지만 ‘행정통합을 위한’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을 늦추는 것도 어떨까 싶다”고 공감을 표했다.

지민준 위원(뷰티인사이드 대표)은 “기본적으로 위원회 역할은 시·도민이 행정통합을 통해 어떤 득과 실이 있는지 생각하고 시·도민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역할까지라고 생각한다”며 “시도지사님들께서 역사적 순간이라고 하셨는데, 잘못하다간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위원 한 분, 한 분이 통합을 하자, 말자는 내용으로 가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재혁 위원(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이유가 지방의 여러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행정에서 이뤄져셔 대구·경북 지도자들이 합의를 하고 공감하는 분을 모셔서 제대로된 행정통합을 하자는 취지라고 생각된다”며 “공론위 역할을 보면 공감대 형성 및 확산이다. 공감대는 행정통합 공감대다. 이런 것을 참고해주시고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창호 위원(경상북도 청년CEO협회장은 “기본적으로 공론위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목적이나 배경, 범위를 정해놓고 위원회 참석 여부를 동의를 구해서 위촉된 거로 안다”며 “오늘 가장 시간이 길어지고, 다음번에도 똑같은 문제로 진행이 안 될 것 같다. 원론적인 임무, 배경, 범위를 새롭게 바꾸거나 새롭게 규정하려고 하다 보니까 회의가 길어지고 사실상 정해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론위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공론위는 긴 시간 논의 끝에 운영규칙 중 행정통합을 기정사실로 하는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의결했다. 김태일 위원장은 “시·도민의 에너지를 결집하지 않으면 저항 관리를 해낼 수 없다”며 “무엇이 바람직한 통합안인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 큰 저항이 있다. 시·도민의 마음을 모으고 에너지를 결집하지 않으면 돌파하기 어렵다”고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도 시·도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