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교실 안의 야크’, 행복은 무엇일까?

10:06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는 유겐(셰랍 도르지)은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가르치는 일은 흥미가 없고 따분하기만 하다. 유일한 식구인 할머니는 그런 그를 나무라지만 유겐은 고향을 떠나 호주에서 가수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하지만 호주 이민을 위해선 교사로서 남은 계약 기간을 채워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벽지마을 루나나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루나나는 인구 56명이 모여 사는 고도 4,800m의 오지다. 유겐은 비자 문제를 친구에게 맡기고 겨울까지 버텨볼 요량으로 루나나로 떠난다. 자신을 마중 나온 루나나의 목동 미첸(유겐 노르부 렌덥)과 체링 도르지를 따라 루나나로 향하는 유겐은 금방 불만이 터져 나온다. 루나나로 가는 데에만 무려 여드레가 걸리는 데다, 엿새는 걸어서 산을 넘어야 한다. 등산을 할 때 의지하던 MP3는 배터리가 닳아 꺼졌고, 방수가 된다던 신발은 진흙으로 뒤범벅됐다.

고생 끝에 루나나에 도착한 유겐은 더욱 실망한다. 학교에는 칠판도 없고 책상에는 흙먼지가 가득 내려앉아 있다. 크게 실망한 유겐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촌장에게 말한다. 촌장은 아쉽지만 유겐을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유겐은 떠날 채비를 하는 며칠 동안만 수업을 하기로 한다. 그런 유겐의 마음을 돌린 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교육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야크의 노래’를 알려준 마을주민 살돈(켈든 라모 구룽)이다.

교사를 그만두려던 유겐은 미첸과 힘을 합쳐 칠판과 분필을 만들고, 팀푸에 남은 친구에게 부탁해 학용품으로 학교를 꾸민다. 종이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찬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에 붙여둔 전통지를 떼어내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교사로서 사명감을 찾아볼 수 없던 유겐에게서 생긴 변화다. 교육부 장관 면담에서 “교사 체질이 아니”라며 대꾸하던 그였다.

점차 마을 주민들과 동화되어 가는 유겐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진다. 부엌(kitchen)이라고 적혀 있던 푸세식 화장실을 보며 한숨을 쉬고 태양열로 충전하는 방식 탓에 전기가 자주 끊긴다는 말에 짜증을 내던 유겐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그가 루나나 마을을 떠나야 할 때가 오고 마을 사람들만큼 유겐도 이별을 아쉬워한다. 호주로 떠난 유겐은 펍의 무대에서 팝송을 부르다가 이내 ‘야크의 노래’를 부르며 <교실 안의 야크>는 끝난다.

유겐은 루나나에 지내며 무엇을 깨달았을까? 살기 불편한 산간 오지마을에서 행복을 느꼈을까? 영화는 유겐이 루나나에서 얻은 깨달음이 ‘행복’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은 유겐이 호주로 이민가지 않고 루나나에 머물기를 바란다. 유겐이 마을에서 내려갈 때 아쉬운 마음에 다시 마을을 돌아볼 때 그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유겐은 호주로 떠난다. 만약 유겐이 가수의 꿈을 버리고 루나나에 남았다면 다수(루나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소수(유겐)가 희생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교실 안의 야크>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루나나 주민의 순수하고 맑은 이야기로 힐링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유겐을 통해 루나나를 경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편리하고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은 뭘까? 부를 축척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이룩한 물질문명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 울창한 숲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것인가.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유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