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단체, “낙태죄 개정안, 여성은 결정권 없다는 국가의 선언”

12:44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를 비판하며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오전 10시 대구여성회 등 23개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낙태죄 정부 입법예고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검은색의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부 개정안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일 ‘낙태죄’를 다룬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한 조항인 형법 제269조(낙태) 전체와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형법 제270조의2(낙태의 허용조건)만 신설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관련기사=헌법재판소’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환영”(‘19.4.11))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인정된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다. 강간 또는 준강간 등 범죄행위로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한 경우,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이 심각한 곤경에 처하거나 처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정에 이른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270조의2(낙태의 허용요건) ①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14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269조제1항, 제2항 또는 제270조제1항의 행위가 임신 24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그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하여야 한다.

  1.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 등 범죄행위로 인하여 임신된 경우
  2.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3.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4.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에는 제2항제3호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66년 만에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죄로 하는 형법은 헌법불합치라고 했다. 이 판결에 따라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 낙태를 죄로 하지 않도록 하는 게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라며 “그러나 촛불로 만들어진 이 정부는 여성이 시민이 아님을,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이 없음을 선언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여성이 낙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생명을 잉태하면 모든 사회가 환영하고, 육아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어떠한 임신이라도 이 사회가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회적 낙인에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바꾸려 했던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낙태죄 부활을 반대하는 시민의 함성을 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 폐지라는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실행하라. 우리는 그 어떤 여성도 처벌받지 않도록 낙태죄 전면 폐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