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국감, 실험실 폭발 피해자 구상권 청구 조항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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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가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 폭발 사고 후속 대책으로 피해 학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자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인 지적이 나왔다.

19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위원회는 경북대학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김철민, 박찬대 의원,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화학관 폭발 사고 후속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권인숙(비례) 의원은 사고 이후 김상동 총장이 피해 학생에게 무관심하며, 학생 치료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치료비 지급을 미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대학이 피해 학생에게 지급된 치료비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을 제정한 것도 지적했다.

2020년 8월 제정된 경북대학교 화학관 사고수습 및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에 대한 요양비는 대학이 가입한 보험사의 급여로 지급한다. 보험사 급여를 초과하는 비용이 필요한 경우 대학이 지급할 수 있으나, 초과 비용 모두를 지급한다는 명시는 없다. 향후 피해 학생의 책임이 밝혀진다면 학생 책임 만큼의 요양비 지급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권 의원은 “총장이 피해 학생에게 면회도 안 간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어찌 이렇게 무관심한가”며 “치료비 9억 2,000만 원 중 4억 2,000만 원이 미납됐다. 정산 후 8개월째 미지급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총장이 학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규정을 제정할 수 있나. 기본적 태도의 문제”라며 “4월 기준 가용 예산 2억 원도 생겼고 보험금도 1억 원 들어왔다. 그때 보험금으로 병원비를 납부했어야 한다. 학교 측이 돈을 못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난감했겠나”라고 말했다.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은 “왜 지도 교수 없이 학생들만 폐기물 처리에 관여했는지 의문이다. 지도교수의 지시로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철민(경기 안산시상록구을) 의원은 “피해 학생 책임을 귀속하는 구상권 청구 문제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내용이다.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구상권 조항 질의에 “일선에서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보험 관계와 법률 규정이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법률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답했다.

이어 “(폐기물 처리 지시 여부는) 자세히 모르겠다. 사건 보고 받고 바로 현장에 갔는데 책임교수는 없었다. 연말 맞이로 청소하는 거로 된 모양이다”고 답했다.

조경태 (부산 사하구을) 의원은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경북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설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의원에 따르면 대학 실험 실습실에서 3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사고 발생 수는 최근 5년간 594건이다. 2019년 기준 국립대의 실험 실습실 안전등급은 1등급 41.5%, 2등급 48.4%, 3등급은 10.1%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국립대 설립 주체는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시설이 열악해서 사고가 발생한다. 교육부가 대학 안전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오전 10시, 김상동 경북대학교 총장이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19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위원회가 경북대학교 등 국정감사에 나섰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경북대학교 국정감사장 앞에서 경북대 총학생회,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경북대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국공립대교수노조 경북대지회, 경북대 정의로운 대학 만들기 교수・연구자 모임, 전국대학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비 지급 계획 제출과 규정 중 독소조항 삭제 ▲연구실 안전 강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지난 12월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 폭발로 학생 4명이 부상 당했다. 사고 초기 경북대는 피해 학생 치료비가 수억 원대에 달하고 기존 편성된 예산 대부분을 쓰자 당시 사고에서 대학 측의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대학이 치료비 지급 보증을 했지만 실제 치료비 지급은 미뤄졌다.

8월에 제정된 경북대학교 화학관 사고수습 및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은 경북대가 공식적인 치료비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경북대 총학생회 등 학내 단체들은 치료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경북대가 언제라도 치료비 지급을 중단하거나 가족에게 구상할 수 있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