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 숨뮤직앤필름 유수미 대표

"후배 음악 인재에게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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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 경제학상이 빈곤을 연구한 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지금까지 주로 ‘성장을 연구한 경제학자들을 수상자로 꼽아왔는데, 지난해 분배를 연구한 학자들을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에 대해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모든 형태의 세계 빈곤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면서는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은 올 초 마스크 대란이 일었을 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스크를 대량으로 공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해외 명품 브랜드는 상품 대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만들었다. 정부 지원금을 더 어려운 기업에 양보한 기업도 있었다. 이들 기업에는 ‘사회가치경영’이라는 경제적 용어가 따라붙는다. 사회가치경영은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기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윤 창출이 지상 최대 목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선 기업들은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는 아직 낯설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도, 협력과 연대를 하는 것도 어렵다. 경제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쉽고 명확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모호하다. 가뜩이나 힘들고 바쁜데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원한다.

사회적경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윤 창출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을 꿈꾸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신생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제공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대구경북 창업팀을 소개한다.

▲ 0.1%. 국내에서 신인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는 확률이다. 기획사를 통하지 않으면 확률은 높아지지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낮아진다. 운 좋게 데뷔해도 스타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유수미 숨뮤직앤필름 대표가 생소한 창업에 나선 이유는 후배 음악 인재들에게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사진=(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사회적기업? 단어 자체가 생소했어요. 20년 넘게 음악만 해오던 터라서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CEO가 돼볼 생각도 해본 적 없었어요.”

유수미 ㈜숨뮤직앤필름 대표는 실력파 가수다. 2007년 여성 보컬 그룹 태사비애로 데뷔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에서 탈퇴했다. 그 후로도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주홍글씨>, <분홍립스틱>, <글로리아>, <그래도 좋아> 등 다양한 드라마의 OST 앨범을 발매했다. 동서울대학교와 세종대학교, 성신여대, 중부대 등에서 코러스 실습과 전공실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싱크로니시티’라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 중이다.

그런 유 대표가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뮤지션을 꿈꾸는 후배들이 과거 자신이 겪은 기괴한 고난을 답습하지 않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국내에서 뮤지션으로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음악에 재능이 남달라도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밥벌이를 할 정도의 수입이 없으면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대형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발탁되어도 데뷔할 가능성은 낮다. 유 대표 역시 여러 난관을 마주해야 했다.

“후배들은 저보다 나은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유 대표의 바람은 사업에 담겨 있다. 숨뮤직앤필름의 목표는 매년 배출되는 수많은 지역 예비 뮤지션에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주고 다양한 음악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 공개해 지역 뮤지션을 알리고 있다. 이미 메이크업 공간과 온라인 공연 등 비대면 영상 촬영이 가능한 무대를 마련해뒀다.

숨뮤직앤필름의 첫 성과는 지자체에서 주최한 ‘북끄러운스타킹’과 ‘수성은청년이다’ 등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1,000만 원의 매출을 낸 것이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위카페’, ‘대구 중구청소년지원센터’와 음악 인재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음악 교육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공연장이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고 공연계에 미치고 있는 유례없는 여파는 숨뮤직앤필름에도 영향을 끼쳤다. 공연 취소와 관객의 공연장 출입 중단으로 공연 재개 여부의 불확실성을 실감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유 대표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공연 아이디어를 고심하고 있다. 실험단계로 비대면 공연 방식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래의 공연을 상상해볼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방역과 관객 만족을 동시에 노리는 코로나 공연 아이디어다.

유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상 플랫폼의 다양화 등 코로나19로 예술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뮤지션의 창작활동의 저변을 넓혀주고 위드 코로나 시대에 관객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업을 펼치는 게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