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환경미화원 안전 기준 강화 예외 조례안’ 일부 수정 통과

예외 규정 구체화하는 조문 추가
내년도 대행위탁금 증가했지만,
예년 비해 큰 증가로 보긴 어려워

16:44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라 강화된 환경미화원 노동 안전 조치의 예외 규정을 둔 수성구의 개정 조례안이 일부 내용을 추가해 상임위를 통과했다. 수성구는 현실적인 조건에서 예외 규정이 없으면 위법한 상황이 발생하며, 안전 확보를 위해 대행위탁금도 큰 폭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성구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대행위탁금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보긴 어려워 추가적인 안전 대책 마련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는 26일 구청이 지난 10월 입법 예고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폐기물관리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사했다.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환경미화원의 노동 환경 안전 강화를 위해 개정된 상위법을 반영하기 위해 제출됐다. 구청이 발의한 개정안은 강화된 안전 기준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뒀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정안은 ‘생활폐기물 수입·운반 관련 안전기준’ 조항을 새로 신설해 상위법에 따른 안전기준 준수 의무를 뒀다. 동시에 안전기준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다섯 가지 예외 규정도 담았다. (관련기사=수성구, 환경미화원 ‘주간작업·3인 1조’ 안 지키는 조례안 추진 논란(‘20.11.24)) 수성구 환경미화원이 새벽 근무 중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여서 예외 규정의 적절성이 이날 의회에서 지적됐다.

박정권 수성구의원(더불어민주당, 범어1·4, 황금동)은 “수성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해운대구는 올해 폐기물 관련 조례를 개정했는데 이 내용(예외 규정)이 빠졌다”며 “서울도 마찬가지다. 많은 구에서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하면서 예외 조항을 삽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특히 박 의원은 다섯 가지 예외 규정 중 구체성이 떨어지는 첫 번째, 다섯 번째 규정을 문제 삼았다. 첫 번째는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주민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다섯 번째는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명시했다. 임의적인 규정 때문에 상시적으로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는 “주민생활에 중대한 불편이라는 부분은, 어떤 게 중대한 불편인가”라며 “조례를 이렇게 개정하면 우리 조례상 주간 작업을 안 해도 되고, 3인 1조를 안 해도 되는 근거가 생긴다. 안전수칙에 대한 노력이 먼저고, 그다음에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강천중 수성구 자원순환과장은 “현행대로 하면 모순에 빠지게 된다.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조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안전 기준이 강화된) 상위법 무시하고 현행대로 하겠다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 환경개선을 위해 예산도 많이 올라간다.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예외적 조건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새벽 3시 43분 수성구 범어동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대구소방본부)

수성구가 설명하는 현실적인 예외적 조건은 생활 차량이나 불법 차량이 증가해서 주간 근무가 불가피하게 어려운 상황, 소각 및 매립 처리시설의 반입 시간이나 운반 거리 때문에 불가피하게 새벽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 기계적인 결함 때문에 안전 조치를 못 하는 상황 등이다.

수성구는 3인 1조 원칙 등을 지키기 위해 수거 위탁업체에 지급하는 위탁금도 내년에 대폭 늘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수성구의 위탁업체 위탁금 증가 추이를 보면 설명처럼 환경개선을 위해 예산을 많이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 2018년 이후 위탁금이 꾸준히 증가해왔고, 내년도 예산안 증가분 역시 예년보다 특별히 더 증가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쓰레기 수집·운반 대행위탁금의 경우 2018년 52억 1,688만 원에서 2019년 56억 7,652만 원(8.8% 증가), 2020년 68억 7,548만 원(21.1%)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 예산안은 78억 6,988만 원으로 2020년 대비 14.5% 증가했다. 올해보다 증가폭이 오히려 7% 줄었다.

재활용품 수집·운반 대행위탁금도 2018년 28억 6,466억 원에서 2019년 36억 3,546만 원(26.9% 증가), 2020년 44억 6,962만 원(22.9% 증가)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엔 51억 2,508만 원으로 1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대행위탁금의 경우는 상리동음식물쓰레기처리장 처리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위탁금이 오히려 올해보다 약 11억 원이 줄었다. 인력 충원 등 안전 확보를 위해 증가되는 예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대형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위탁금만 2020년 대비 2021년 예산안이 6억 원 가량 증가해서 2019년 10.3% 증가, 2020년 17% 증가보다 큰 폭으로 증가(27.5%)하는 양상을 보일 뿐이다. 단순히 위탁금 증가만으로 수성구가 환경미화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조례안 심사 끝에 구체적이지 않는 예외 조항을 좀 더 구체화하는 조문을 일부 추가해 수정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