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안 연속기고] (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 절규에 대한 응답

14:23

우리는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 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대재해 사고는 모두 302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월 대구 가창댐에서는 안전진단 업무를 하던 잠수사가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상수도 사업본부가 노동자 안전보다는 일부 지역의 단수로 생길 수 있는 민원을 걱정해서 취수구를 잠그지 않아 잠수사가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건이다.

11월에는 수성구에서 야간에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던 차량을 음주운전 차량이 들이받아 차량 뒤 발판에 서 있던 환경미화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수성구청이 2019년 3월에 발표한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지침’을 제대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6일 새벽 근무 중 음주 차량과 추돌사고로 사망한 대구 수성구 환경미화원 사고 장소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대구시당)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는 앞의 두 사건은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정안은 ‘동시에 3명 이상 사망자’가 나와야 하거나, ‘1년에 3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곳’에 100억 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의 기준은 사망자 1명 이상으로 정해두면서, 강한 처벌은 3명 이상 사망자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중대재해 중 1명이 사망한 사업장이 전체 97%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대상은 총 6곳뿐이다. 전체 2%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8%는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으로는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이 이런데 노동자들이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또한 어떻게 1명이 죽으면 경미하고, 3명이 죽으면 엄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가창댐과 수성구청의 노동자도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자식이다. 그 가족의 고통은 온 세상을 잃은 고통인데, 우리의 법은 숫자로 고통의 경중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더불어민주당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1명, 3명의 숫자가 아니라 단 1명의 사망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그 예방의 핵심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최소 5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벌금의 하한액을 500만 원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재해가 일어났을 때 부과되는 벌금이 평균 450만 원이다. 기껏 50만 원 올려놓고 사업주 처벌이 강화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어디 갔는가? 더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 며칠 전에도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매일 7명, 1년에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살기 위해 일하러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막자고 하는 데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더 망설이고 있는가?

우리는 ‘갔다 올게’라는 평범한 아침 인사를 저녁에 지킬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그리 큰 요구인가? 더는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그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함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