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6) 포스토 박형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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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가 멋진 밥상을 차려 놓으면 저는 먹기만 하면 되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는다. 그게 죄송스럽다.”

배우 황정민이 2005년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남긴 수상 소감은 아직도 회자된다. 영화계에서 스태프는 숨은 공신이라는 뜻에서다.

▲박형철 포스토 대표는 다시 꿈꾸고 있다. 다시 타오른 창작 욕구는 혼자가 아닌 지역 작가들과 함께 분출하는 것이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주식회사 포스토 박형철 대표는 오랫동안 영화계 현장에서 일했다. 박 대표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나홍진, 김광식 감독 등 충무로의 유명 감독들과 영화를 찍었다. ‘영화감독 데뷔’라는 목표를 위해 열악한 처우를 견뎌내고, 고뇌의 밤을 지새웠다.

박 대표는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2010년)> 스태프로 일한 것을 끝으로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왔다. 10년 가까이 수족관을 운영하면서 창작 욕구는 가슴 속에 억눌렀다. 그간 한국영화는 보지 않았다. 오랜 스태프 생활로 생겨난 직업병처럼 영화 화면 밖의 모습들까지 보인 탓에 영화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10년 전에 묻어뒀던 꿈은 결국 다시 되살아났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다시 창작을 하려 해도 교육받을 곳도, 작품을 내놓을 곳도 없었다. 혼자서 방황하다가 만난 사람들과 창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작품집도 펴냈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창작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나처럼 경력이 단절된 작가가 있지 않을까? 창작 공부를 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박 대표는 출판사를 직접 차려 작가들의 작품도 내주고, 작가 교육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주식회사 포스토의 설립 계기다. 포스토의 사업은 교육과 출판 두 가지로 나뉜다. 철저히 지역성에 맞춰 지역주민과 작가를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출판 사업은 동화책 제작으로 출발해, 영상물과 영화 제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별 따는 해녀>는 포스토에서 시제품으로 제작한 첫 그림동화책이다. 대형서점과 독립서점 등에 입고되어 판매되고 있다. 또 지역 작가 10여 명과 상호협력 협약을 맺어 작품 및 정보에 대해 교류하고 있다. 박 대표의 꿈은 ‘지역에서도 수도권에 못지않은 작품’이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10년 전 원하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나서 자신감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별 따는 해녀>가 출판된 이후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덕분에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