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0)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 김봉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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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위로, 치유. 음악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는 음악을 가리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 말을 하거나, 듣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은 다른 사람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기 어렵고 본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공 달팽이관(와우) 수술을 받으면 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다 인공 달팽이관은 청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소리를 듣게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에 그쳐 음의 높낮이를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한다. 아직은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제약이 많다.

주식회사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는 청각장애인 대상 음악교육을 위한 교구를 제작하는 사업을 한다. 교구는 무지개의 일곱 색깔을 활용해 감각 치환하는 장치다. 청각 장애로 손실된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조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계이름 도 소리를 시각 패턴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각으로 음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어서, 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는 교구를 활용하기 위한 교육법도 연구개발 중이다. 현재 개발한 교구는 무지개 일곱 색깔을 계이름으로 나눈 피아노 건반과 타악기 2가지다.

▲김봉준 대표는 ”음악교육에서 소외된 청각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는 시제품 연구개발을 위해 쉴 틈 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코딩과 아두이노(컴퓨터가 명령을 수행해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나 부품 연결 장치를 만드는 도구) 사용법을 익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측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기술 자문도 얻었다. 교구를 당장 사용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연회도 가졌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시연회에서 프로토 타입의 교구 2개가 부서졌다. 김봉준 대표는 “교구 시연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교구 2개가 망가질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에서 청각장애인 대상 음악교육 교구를 개발하게 된 건 김 대표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청각장애인에게 피아노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청각장애인이 음악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음악 활용 훈련이나 재활 치료는 있지만, 그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교육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소리를 듣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실용음악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이케이뮤직스튜디오는 처음에는 청각장애인의 음악교육을 위한 교보재나 교육법 정도만 고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변화를 단계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신생아 1천 명 중 3명은 심도성 난청을 가진 채 태어난다고 한다. 사회 소수자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음악교육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청각장애인의 음악교육을 위한 교구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서, 현실적인 청각장애인 음악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