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생’ 중단 선언 포스코 노조, 민주·정의당-기협 노조 비판 나서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마라> 방영 여파

13:31

11일 <포항MBC>의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마라’ 방송 이후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이 지역 상생을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한국기자협회가 포스코 노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 쇳물 쓰지마라’는 퇴직 후 폐암 등 질병에 걸린 노동자 이야기, 포스코 인근 지역 유해물질 노출 문제 등을 담은 52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다큐 방송 이후 포항에서는 포스코에서 근무하다가 직업성 암에 걸렸다는 산업재해 신청이 이어지는 등 반향이 있었다.

포스코는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이 나서서 <포항MBC>를 비난했다. 포스코노조는 11일 지역 사회 상생 활동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포스코노조는 “계획하거나 검토 중인 지역사회 투자 사업에 전면 보류를 요청하고 원천 차단할 것”이라며 “<포항MBC>가 갈등을 조장했으니 일체의 사회공헌활동, 중식, 간담회 등 소비 활동을 중단하고 주소지를 단계적으로 이전해 50만 이하의 포항시가 가져올 변화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노조는 성명 발표 이후에도 <포항MBC>를 압박했다. <포항MBC>는 지난 1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 공개에 유가족과 현장 동행 취재를 하려 했으나 포스코노조 반대로 무산됐다.

<포항MBC>는 16일 ‘뉴스 데스크’ 저녁 지역 편성 방송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다큐로 포스코 노동자가 일군 성과를 폄하할 이유가 없다. 직업병 실체를 드러내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노동자를 위한 방송이었다”며 “포스코의 지역 투자와 공헌 활동은 당연한 책무이지 시민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포항시민을 볼모로 협박하는 행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포항제철소에서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국 3위, 각종 법 위반과 산재 사망, 폭발 사고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는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 아니다. 상시적 감시를 받아야 할 포항의 구성원”이라고 덧붙였다.

▲16일 <포항MBC>보도 화면 갈무리

정당과 기자협회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남구울릉군 지역위원회와 포항시북구 지역위원회는 “포스코와 포스코노조는 포항시와 포항시민에 대한 협박과 압력을 중단하고, 최정우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며 “포항시민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시설이 노후해서 안전사고나 사망사고가 있을 수 있다. 왜 사전에 안전에 많이 투자하지 못했나 하는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포스코 내부의 억압적 분위기, 억압적 취재 거부 관행, 내부 구성원에 대한 억압적 관행이 계속해서 사고를 불러올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도 16일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숨졌는데 노동조합이 이 사건 취재를 막는 일이 벌어졌다”며 “포항MBC는 유가족의 요청, 노동청 협조 아래 현장을 찾았다. 노조는 안전 헬멧을 집어던졌고 기자가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포스코 홍보 담당 직원도 기자를 완력으로 붙잡아 취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큐멘터리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한 절차로 항의하면 된다. 언론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비판했다고 취재를 방해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그 쇳물 쓰지마라’는 <포항MBC>유튜브 채널이나 <포항MBC>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