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보고서] (9) K방역 밖에 선 사람들

'정부 방침'을 이유로 거절 당한 사람들

13:17

[편집자 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내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사회의 아픔도 그대로 드러냈다.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1차 대유행이 할퀴고 지나간 대구는 극심한 감염병으로 직접적인 피해만큼 사회과 품은 또 다른 아픔도 명징하게 드러냈다. <뉴스민>은 ‘코로나19 대구 보고서’ 기획을 통해 이주민과 난민, 학생과 교사,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통해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짚고, 감염병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체계의 현실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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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동은 교수 핸드폰이 짧게 떨렸다. 새로운 문자메시지 한 통이 눈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30분까지 모이라는 전갈이다. ‘코로나 사태’, ‘긴급회의’라는 문구가 눈을 어지럽혔다. 김 교수는 아침 일찍 병원으로 나섰다. 교수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경영진은 ‘밤새 회의한 결과’라면서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내놓게 됐다고 했다. 기존 대구동산병원 입원 환자를 이송해올 준비를 서두르라고 했다. 모였던 교수들이 웅성였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긴급회의를 시작하고 약 한 시간이 흐른 오전 8시 34분, 한슬 씨의 핸드폰도 짧게 떨렸다. “대구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입니다. 금일 정부 방침으로 인하여 긴급 외래 진료가 폐쇄되었으니 병원 방문하지 마십시오.” 짧고 단호한 메시지였다. 한슬 씨는 엄마를 동산병원으로 옮길 생각으로 사전에 진료를 예약해둔 상태였다. 문자 메시지는 시작이었다. ‘정부 방침’은 한슬 씨에게 또 다른 소식도 전해왔다.

▲오전 8시 34분께 한슬 씨는 대구동산병원응로부터 ‘정부 방침으로 긴급 외래 진료가 폐쇄되었으니 병원 방문을 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

대구의료원 간호사들이 병실을 돌며 병동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길 전했다. 한슬 씨에게도 다른 요양병원 연락처를 쥐어주며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동생을 불렀다. 연락처를 받은 요양병원이 엄마가 있을 만한 곳인지 우선 파악했다. 동생 배기석(가명) 씨는 의료원이 소개해준 요양병원을 포함해 요양병원 몇 곳을 찾아다녔지만 엄마가 있을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이 무렵 요양병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신규 환자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출발지가 대구의료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거절 의사는 더 분명해졌다. 기석 씨는 “의료원에서 해주는 처치를 해줄 수만 있으면 집도 괜찮았는데, 요양병원은 그런 곳도 없었고, 대형병원은 받아주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기석 씨가 병원을 찾아다니는 사이 한슬 씨는 한슬 씨대로 전쟁을 치렀다. 간호사들은 여러 차례 한슬 씨를 찾아와 독촉했다. “코로나 환자들이랑 있을게. 나가도 우리 엄마는 죽는 거고 있어도 죽는 거면 우리 엄마랑 여기 있을게” 한슬 씨는 울부짖듯 소리쳤다. 울며 소리치는 한슬 씨 앞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도, 간호사도 눈시울을 붉히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냈다.

의료원은 하루 만에 비워지기 시작했다. 21일 하루에만 175명이 의료원을 나갔다. 이 중 148명은 ‘퇴원’했다. 27명만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 했다. 21일 저녁 7시 20분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6층에서 남인석(가명) 씨는 148명 중 1명의 가족으로 서 있었다. 남은 병원비를 치르고 환자를 데려가는 이들을 보며 인석 씨는 동생을 기다렸다. 치매를 앓는 동생은 3년 동안 이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의료원으로부터 오전에 연락을 받은 인석 씨는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의료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보호자로 병원은 붐볐다. 인석 씨는 먼저 간호사가 알려주는 다른 병원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다른 보호자들도 특별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6년을 이곳에 입원했다는 다른 환자는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에 울며 나가지 않으려 했다. “전화번호 받은 곳도 좀 있으면 자리 없을 거래요” 한 보호자가 귀띔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인석 씨는 동생과 집으로 향했다. 다 비워진 병동은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2월 21일 대구의료원 정신과 앞에 보호자들이 퇴원하는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슬 씨는 의료원을 떠나지 않아도 됐다. 밤 8시를 조금 넘겨 엄마는 3층 호스피스센터로 옮기도록 조처됐다. “그래도 감사하다. 편하게 잘 수 있겠다” 한슬 씨는 엄마 손을 잡고 말했다. 한슬 씨는 전쟁 같았던 하루를 엄마 곁에서 마무리했다.

안심은 길게 허용되지 않았다. 다음날(22일)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간호사는 반색을 하고 다가왔다. 불길함이 마음이 들었다. 간호사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넸다. 시계는 아침 9시 30분 오르내렸다. “시장이고 뭐고, 멱살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한슬 씨는 분노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진자 병상 확보에 혈안이 되었다. 오전 10시 30분 정례브리핑에서 채홍호 행정부시장은 “전담병원의 기존 입원 환자 전원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책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받았다. 부시장은 “구체적인 전원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 드리기보다는 전원을 해서 병상을 마련하는 게 초점”이라고 했다. ‘병상 마련이 초점’이었다.

▲담낭암을 앓던 배한슬 씨의 어머니는 대구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가 호스피스 센터로 옮겨가게 됐다.

한가로운 토요일 낮, 오후 1시께 이관수 씨 핸드폰은 숨 가쁘게 울렸다. 핸드폰 너머에서 동생이 심각하게 말했다.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1월 31일부터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에 입원 생활중이었다. 동생과 통화를 마치고 관수 씨는 서둘러 의료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지인을 통해 다른 병원 입원 방안도 마련했다. 여차하면 옮기자고 생각했다. “호스피스 중에선 대구에서 최고급이라고 해서 이리로 모셨거든요” 관수 씨는 그저 어머니의 마지막을 편하게 모시고 싶었다.

의료원에서 관수 씨는 한슬 씨를 만났다. 그들을 포함해 환자 13명의 가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관수 씨는 지인을 통해 준비했던 다른 병원 입원은 선택지에서 지웠다.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동산병원은 그곳 환자를 그대로 성서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여긴 그런 것도 아니고, 보호자를 모아서 책임자급이 와서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간호사가 개별 보호자 찾아다니면서 설득해서 나가라고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관수 씨는 말했다.

관수 씨와 한슬 씨는 의료원이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로 다른 보호자들과 마음을 모았다. 한 가족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들 가족은 22일 오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대학병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호사들은 그들 가족을 환하게 배웅했다. 한슬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왜 우리 엄마는 안 되고 저 집은 받아주노” 하소연했다. “미리 예약을 해둔 걸 거다” 친구는 위로했지만, “아이다, 빽이다. 저건 능력이다. 빽도 능력이다” 한슬 씨는 좌절했다.

실랑이는 다음 날 오전에서야 일단락됐다. 권영진 시장은 23일 열린 정례브리핑에 나서서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3층과 4층에 환자들이 있다. 지금 방침은 그분들을 그대로 두려 한다. 중환자실에 있는 분들에 대한 전원 문제도 지역 대학병원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 일단 오늘까지 방침은 코호트 격리하면서 나머지 층만 코로나 확진 환자를 위해 쓰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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