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끝) 게코타워 백대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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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한 건물 3층. ‘주식회사 게코타워는 개체수를 늘려 전시, 관림의 목적으로 수익을 남기는 동물원이 아닙니다. 유기 파충류를 보호하고,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라며, 사육자에게 제대로 된 사육정보전달과 교육 커뮤니티를 통해 파충류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코타워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이다.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 두 마리가 다가와 낯선 이의 다리에 몸을 부볐다. 백대현 대표는 “지난 5월에 들어온 유기묘인데,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다”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동물은 파충류와 설치류, 양서류, 포유류 등 다양하다. 대부분 유기동물이다.

▲올해 스무 살인 백대현 게코타워 대표는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파충류와 관련된 사업을 꿈꿔왔다. 백 대표의 최종 목표는 국내에서 유기되는 파충류를 돌보는 보호센터를 차리는 것이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유기 및 유실동물 수는13만 5,681마리다. 2017년(10만 3,093마리)보다 31.6% 증가했다. 2017~2019년 3년 새 유기 및 유실동물 증감율은 전국에서 대구·경북지역이 가장 많은 편이다. 이 기간 경북의 증감율은 88%로 9개 광역(특별)도 가운데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대구 증감율은 31%로 8개 광역(특별)시 가운데 세종시(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게코타워의 사업은 유기동물 보호다. 카페 형태로 유기된 동물이나 백 대표가 기르던 동물을 관리하고 있다. 반려동물 입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파충류 핸들링 체험을 시켜주거나, 학교 등에 가서 파충류 관련 교육도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구조 활동이다. 그는 “게코타워가 조금 알려졌는지 유기동물이 발생하면 구조해달라는 연락이 더러 온다.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라면서 “게코타워에 찾아오거나 문 앞에 파충류가 담긴 상자를 놓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 아프리카 열대우림이 주 서식지인 뱀 ‘볼파이톤’이 출몰해 소동을 빚었다. 국내에서 공비단뱀으로 불리며 가장 대중적인 애완 파충류 중 하나다. 볼파이톤은 2016년에도 제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되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 있다. 이 뱀은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양도·양수 시 관련 증명서를 소지해야만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간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사육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2019년에는 무등산 경계지역인 풍암천에서 미국 남서부 습지생물인 악어거북이 나타났고, 나주 지석천 등 영산강 지류에서는 미국 가재가 서식하고 있다. 모두 관상용으로 몰래 들여와 사육을 포기하면서 하천에 방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렇게 국내에 들여온 외래 생물이 버려질 경우 생태교란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가재는 2019년 환경부에서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뉴트리아처럼 토착종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백 대표는 파충류에 호기심 섞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입양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