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문화예술회관 미술품이 시청·시의회 장식품으로?

대여 시 훼손 대비해 보험 들지만···관리 공백 우려
대구경실련, “청사 환경 개선 위한 장식품 전락”

16:36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소장한 미술 작품이 대구 시청이나 시의회 청사 미관 개선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과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대구시와 시의회는 매년 청사 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미술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소장한 작품을 대여하고 있고, 올해도 26점이 같은 목적으로 시청과 시의회에 걸려있다.

▲대구시의회 복도에 걸려 있는 미술품, 대구시의회는 자체적으로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작품도 복도에 걸려있다.

대구경실련이 대구시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3월 ‘청사 환경정비’ 명목으로 소장작품 9점을 대구시에 1년 대여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도 ‘청사 환경 개선’ 명목으로 대구시 본청 6점, 서울본부 세종사무소 3점, 대구시의회 8점 각 대여했다.

대구시 미술관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장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미술관 등에서 하는 공개 전시 ▲국제문화교류를 위한 전시 ▲작품을 미술관에 관리 전환 또는 기증한 자가 특별히 대여를 요청하는 경우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소장품을 대여할 수 있다.

청사 환경 개선 명목으로 대여된 작품은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미술관이나 문화예술회관 소장품이 시민의 문화 수요 충족이나 미술 발전, 창작활동 지원이라는 본질적인 기능과 거리가 있는 청사 환경 개선에 사용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남는다. 일부는 기관장 집무실에 걸리기도 해서 다수 시민에게 공개도 힘들다.

시청과 시의회가 미술관이나 문화예술회관처럼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고,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 미술관과 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해당 작품의 작가나 기증자는 작품이 청사 환경 개선 명목으로 사용되는지 모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여를 나갈 때, 대여하는 기관이나 대여해주는 기관 모두 보험은 들지만, 훼손 시 금전적 보상은 가능할지라도 작품 자체의 회복은 어려워진다. 훼손 등 대여 작품 관리를 위해 미술관 측은 대여 전후로 작품 상태를 확인해 대여 여부 등을 결정하고, 문화예술회관은 정기적으로 대여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실련은 “시민의 문화 수요 충족, 미술 발전과 창작활동에 기여할 목적으로 기증받거나 구입한 미술 작품이 대구시, 시의회의 청사 환경 개선을 위한 장식품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미술관과 문화예술회관 소장 미술 작품을 청사 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대여하게 한 대구시, 대구시의회를 비판하며 사과와 미술작품의 반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