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재판소 가자”···이용수의 ‘마지막 소원’이 갖는 의미

ICJ 회부, 한일 양국이 합의해야 가능해
"사법부 판결 무시하는 두 정부에 죽비를 내리친 것"

15:30

지난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씨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일본 정부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ICJ 회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 후, 다시 이용수 씨가 국제사회에 판단을 얻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수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았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김현정 배상과교육을위한위안부행동(CARE) 대표,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가 함께했다.

이 씨는 미리 준비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증언도 하고, 미국에 가서 결의안도 통과시키고, 샌프란시스코에 기림비도 세웠다. 일본에서도 재판을 했고, 우리 법원에도 갔다”며 “그런데 일본은 판결을 무시하면서 항소조차 안 하고 뻗대고 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우리 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우긴다. 이제는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가 국제법으로 일본의 죄를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사진=정신대시민모임 유튜브 갈무리)

추진위는 “ICJ가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신희석 박사는 “ICJ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당시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 범죄로 법적 책임이 발생하고, 일본은 배상, 사죄, 진상규명 등 법적 의무가 따른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절차적으로는 개인 배상청구권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포기되었고, 한국 법원은 일본의 주권면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는데, 이는 ICJ 회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근거이기도 하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성과가 있더라도, 개인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후 외교부는 “위안부 할머니 등의 입장을 조금 더 청취해보고자 하며, ICJ 제소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CJ 회부는 당사자 국가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어떤식으론 협의를 시작해야 ICJ 회부도 가능해진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 최봉태 변호사는 “판결 뒤에도 양국 정부가 꼼작하지 않으니 남은 방법은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용수 씨의 요구가 수수방관하는 양국 정부를 움직이도록 하는 촉구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11년 우리 헌법재판소는 피해자들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배상청구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한일협정’을 맺은 것 외에 일본과 별다른 협의는 없었다.

일본 사법부도 1992년 이른바 ‘관부재판’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 1심 판결을 통해 위안부 제도가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까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위로금 성격으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도 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할머니가 법원 판결 이후에 일본이 사죄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까지 했다”며 “마지막으로 살아 계실 동안 해결을 하고자 하는 거다. 양국 외교부가 사법 판결을 무시하고 있으니 두 정부에 동시에 죽비를 내리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할머니께서 ICJ에 가자고 하니 한국 외교부도 난리가 났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이것도 못 하면 안 된다”며 “외교부가 나서서 협의하면 된다. ICJ에 못 가겠으면 일본에 사죄하라고 하면 된다. 한국 외교부가 일본 정부를 제대로 상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씨는 편지에서 “이제 시간이 없다. 제가 할머님들한테 가서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으로 판결을 받아 달라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5명이다.

한편, 지난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른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는 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지난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관련 기사=‘위안부 피해’ 일본정부 배상 책임 첫 인정···이용수, “세계 평화 이제 시작”(‘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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