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 폐업 250일, 해고노동자들 도보투쟁·1만 서명운동 나서

16일까지 대구 시내 도보 투쟁
대구시, "지방정부 역할 제한적···방법 찾겠다"

12:47

한국게이츠 폐업 후 250일째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들이 대구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도보 투쟁과 1만 서명운동에 나섰다. 노조는 최근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을 만나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진 못했다.

2일 오전 10시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한국게이츠시민대책위 등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한국게이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며 “한국게이츠 공장 정상화로 대구 노동자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와 대책위는 지난달 25일 홍의락 경제부시장과 면담에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대구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폐업 이후 게이츠 본사에 공장 폐업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대구시의회, 달성군, 달성군의회도 공장 재가동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흑자 기업 폐업에 법적 규제가 없고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시에서도 게이츠 본사에 서한을 보내고, 현대자동차와 대화를 요청하는 등 시도를 해왔지만, 모두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정부로서 현재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행정에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니, 지역 정치권이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와 대책위는 대구 시내 도보 투쟁과 서명운동을 통해 대구시와 정부에 역할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일부터 16일까지 평일 11일 동안 해고노동자를 포함해 약 20명이 대구 시내 일대를 행진한다. 또 주말에는 동성로에서 1만 대구 시민 서명전을 펼친다. 서명전은 온라인으로도 병행한다.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경제부시장과 면담은 정말 참담했다. 시민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데 대구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다. 권영진 시장은 신년사에서 한국게이츠 언급조차 없었다”며 “저희는 도보 투쟁을 통해서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만들 것 이다.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목숨을 아끼지 않는 투쟁을 할 것을 다시 한번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투기적 외국자본의 거대한 힘과 횡포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 지방정부, 국회, 지방의회와 여야 정당, 시민사회 모두 하나로 모여야 한다. 그 중간 역할에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게이츠 흑자 폐업의 부당함을 알리고, 손배가압류 철회, 공장 정상화를 위해 대구시민들도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6월 26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폐업했다. 노동자 147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현재 19명이 공장 재가동을 촉구하며 공장 앞에서 농성 중이다. 게이츠 측은 농성 중인 19명을 상대로 3억 4,000여만 원의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