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최외출 총장 비판한 전 교수회 의장 감사 논란

18:48

영남대학교가 불허한 외부인사 초청 강연회를 열고, 현 최외출 총장에 대한 비판적인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승렬(영어영문학과) 전 교수회 의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원 자율성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영남대학교 법무감사처는 지난 2월 18일 이승렬 전 의장에게 “학교 및 동료 교수의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로서 법률과 정관 등에 위배된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소명 요청서를 보냈다.

법무감사처가 지적한 사유는 ▲2019년 5월 8일 교수회 주최로 열린 영남대 전신 옛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 초청 강연회 개최 ▲2019년 8월 8월 최외출 현 총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사기, 강요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 개최 ▲2019년 10월 11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여해 현 총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촉구 발언 ▲2020년 10월 19일 국정감사가 열린 경북대에 총장선출 규정 개정과 최외출 총장에 대한 감사 촉구 피켓 시위 등 4가지다.

감사 사유 등을 보면 영남대는 최염 선생이 학교 정체성을 훼손했고, 이승렬 전 의장이 최염 선생 강연을 주최한 것이 학교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영남대는 2019년 5월에도 최염 선생 초청 강연이 학교 정체성을 헤친다며 불허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영남대학교 정관과 규정에 따르면 총장이나 법무감사실의 지휘계통에 따라 감사가 진행되거나, 공익제보, 민원 제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영남대는 감사 진행을 이유로 지난 1월 이승렬 전 의장이 신청한 사직 신청을 반려했다. 영남대학교에 따르면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기소되거나, 징계 회부, 감사 진행 중일 때는 면직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이승렬 전 의장은 “현 총장 쪽 교수들이 지난해부터 내게 학교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로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최외출 총장에게 사과하라고 하더라.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회 의장으로 공적인 일을 한 것을 두고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렬 전 의장은 “그러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가 되진 않았지만, 중징계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명백히 교원들에 대한 공포 분위기 조성이다. 저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영남학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최외출 교수를 제16대 영남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최 총장이 2009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서울 모처에 사무소를 임차해 사용하면서 학교 경비로 약 3억 원을 개인적으로 지출했다는 업무상배임, 사기, 강요 및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최 총장을 고발했던 이승렬 전 의장 등은 대구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영남대는 1967년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설립했다. 대구대학은 1947년 최준 등 유림들의 모금으로 출범했고, 청구대학은 최해청(1905~1977) 선생이 시민대학으로 설립했다. 1960년대 “한수(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좋은 학교로 가꾸겠다”는 삼성그룹 이병철의 제안에 대구대학 운영권을 넘겼다. 그런데 이병철이 청구대학 경영권을 가진 박정희에게 넘기면서 영남대 설립자로 박정희가 등장했다. 영남학원 정관 1조에는 1981~2011년까지 박정희가 ‘교주’(현 설립자)로 명시돼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 영남학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가 1988년 물러났다. 2009년 6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설립자 유족이자 종전 이사라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전체 7명) 추천권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