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연이은 사망···차별 증언 나선 성소수자들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서 차별증언대회 열려

17:13

김기홍, 변희수. 성소수자 사망 소식이 이어지자, 대구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자신의 차별 경험을 증언하는 집회가 열렸다. 8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생존을 위한 이어말하기’ 집회에서는 성소수자 당사자가 커밍아웃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 30여 명 중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은 발언에 앞서 무대 앞에 마련된 단상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올렸다. 단상에는 무지개기, 젠더퀴어, 범성애 깃발이 놓였다.

▲8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차별증언대회가 열렸다.

헌화 후 마이크를 잡은 임아현 씨는 “직접 밝히긴 어려웠다. 15년째 레즈비언으로 살고 있다”며 운을 뗐다. 임 씨는 “많은 말을 고민했지만, 죽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 같이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의 외침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라원(활동명) 씨도 “트렌스젠더입니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라원 씨 또한 평소 성소수자임을 공표하지 않다가, 성소수자의 연이은 죽음을 보며 발언을 결심했다. 라원 씨는 “눈에 띄지만 않으면 존중한다고들 하는데, 흔한 혐오의 레파토리”라며 “그런 존중은 필요 없다. 당당한 권리를 요구한다. 차별금지법은 지금 당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아(활동명) 씨는 “언제 혐오의 대상이 될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다”며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죽고 난 다음에 얘기되지 않는, 살아남는 퀴어 이야기가 많았으면 한다. ‘나중에’란 말로 우리 존재를 지우지 마라”라고 말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변희수 하사가 강제 전역 1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김기홍 활동가는 너무 지쳤다면서 떠났다. 이름 없이 죽어간 성소수자도 많다. 성소수자의 삶이 위태롭다”며 “정부와 국회, 정치인, 국방부는 답해야 한다.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지, 얼마나 죽어야 하는지 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무지개인권연대와 정의당대구시당성소수자위원회(준)는 “대한민국은 성소수자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안부를 물으며 ‘오늘도 살아남았다’고 안도한다”며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온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8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차별증언대회가 열렸다.

앞서 2월 24일 성소수자운동 활동가이자 트렌스젠더인 김기홍 씨가 이달 3일에는 트렌스젠더인 변희수 씨가 사망했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권고한 후 2007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되자마자 보수 개신교계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를 포함해 17~19대 국회에서 총 7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중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발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비례)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권인숙,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발의에 참여하면서 발의 요건인 10명을 갖췄고, 2020년 6월 29일 발의했다. 현재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내용은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에 따라, 성별, 장애, 인종, 피부색, 종교,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법률을 통해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차별 행위의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별도의 배상금도 지급할 수도 있도록 했다.

차별금지법 발의 다음 날인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관한 법률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의견표명했다. 이 또한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포함한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