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불기소’로 바뀐 수사···한국댓와일러노조, “전면 재수사” 촉구

사건 처리 결과 바뀌었는데 통보도 못 받아
노조, "관리자 내부 고발 등 증거 충분···기소해야"
노동청, "수사 보완 과정서 법 위반 다투기 미흡한 부분 있다 판단"

11:44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검찰 재수사 지휘 후 불기소 의견으로 바뀌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댓와일러노조(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한국댓와일러분회)는 수사 의견이 바뀐 것을 통보받지 못하는 등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검찰에 전면적인 재수사를 요구했다.

 

23일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진과 주요 관리자들이 철저한 사전 모의 하에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며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루지 말고 전면적인 재조사와 보완 수사를 통해 사건을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일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한국댓와일러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노조는 지난달 담당 검사가 바뀐 후 조사를 받던 중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조사 지휘를 내렸고, 이후 노동청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확인했다. 재조사 진행은 물론 사건 처리 결과가 바뀐 것도 고소 당사자인 노조는 통보받지 못했다.

노조는 불기소 의견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 관리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우려하며 댓와일러 아시아 관리자에 보낸 이메일, 해당 관리자의 증언,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탈퇴를 종용한 녹취록, 이주노동자에게 한국노총 가입을 조건으로 기숙사비 감면과 고용 연장을 해주기로 한 증언, 금속노조 조합원 블랙리스트 문서 등을 노동청에 증거로 제출했다.

사측 관리자가 댓와일러 아시아 관리자 측에 보낸 이메일에는 “사측이 단체교섭 대표 노조를 바꾸기 위해 사무직을 반대 노조에 가입시키려고 한다. 이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일”이라며 “만약 대표 노조(당시 금속노조)가 이를 알면 부당노동행위로 회사를 고발할 거다. 이러한 위험을 막길 원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댓와일러 관리자가 댓와일러 아시아 관리자에게 보낸 이메일. 메일에는 당시 사측이 부당노동행위 정황을 인지했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사진=금속노조 한국댓와일러분회 제공)

노조는 “고소인 추가 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재송치한 것은 금속노조 쟁의 행위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기 위해 보여주기식 기소를 한 것”이라며 “금속노조 쟁의 행위를 중단하고 현장 복귀를 유도한 뒤 회사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석 한국댓와일러분회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금속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사측 부당노동행위 증거를 모아 제출했고, 관리자 내부 고발도 있었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는데, 갑자기 불기소 의견으로 바뀐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파업 복귀 후에도 여전히 사측은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잔업을 주지 않는 등 불이익과 차별을 주고 있다. 사측이 두 번 다시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 근로개선지도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당시 일부 증거와 정황이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 검찰 재조사 지휘 후 보완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을 다투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해 8월 24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과 함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사측을 고소했지만, 수사가 늦어지자 지난해 10월부터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도 시작했다. 이후 11월 2일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자, 같은 달 12일 파업을 멈추고 현장에 복귀했다.

한국댓와일러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전체 직원은 200여 명이다. 금속노조 한국댓와일러분회는 2019년 출범 당시 조합원 90여 명이었으나, 현재 40여 명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