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징역 6개월 구형

파견법 위반 혐의,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 대표 등에게 징역형
아사히글라스, "지휘명령 관계 아냐···수사심의위 전문성 없어"

17:49

검찰이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전 대표 등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2019년 기소 후 2년 만의 결심 재판으로 선고는 7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관련기사=파견법 위반 혐의 아사히글라스, 4월 10일 첫 재판 앞둬(‘19.3.29))

3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김선영)은 아사히글라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사건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구형, 피고인 최종 변론, 고소인인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 진술이 있었다.

검찰은 파견법 위반 혐의로 하라노 다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정재윤 전 지티에스(GTS) 대표 징역 4개월, 아사히글라스 법인에 벌금 2,000만 원, 하청업체 GTS에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GTS가 형식적으로는 도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사히글라스의 한 부서처럼 아사히글라스의 지휘 명령을 받으면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사히글라스는 2009년부터 GTS 노동자 178명을 구미 아사히글라스 공장 내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아무런 허가 없이 파견했다. GTS는 오로지 아사히글라스 공장 내 특정 업무에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을 유일한 업무로 하는 업체다.

검찰이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핵심적인 이유는 아사히글라스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업무 지시와 지휘를 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아사히글라스는 도급이 아닌 파견을 한 셈인데,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 생산 업무에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아사히글라스가 ▲도급 계약을 하면서도 GTS의 업무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불특정 ▲공정 내 작업도 원청 직원과 미구분 ▲GTS가 법인 자체 설비도 없이 아사히글라스의 한 부서처럼 운영 ▲GTS 생산 작업 속도, 근무 형태 변경, 신규 채용 인원 등에 관여 ▲현장 노동자에게 일상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녹취록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사히글라스는 GTS에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방법과 수량까지 명시한 의뢰서와 요청서를 통해 업무를 지시했다. GTS는 그 지시에 따라 일을 했을 뿐이다. 일상적 업무 지시는 녹취록에서도 확인된다”며 “(아사히글라스는) 업무 지시 등에 검수권이 있다고 하지만, 제품 이상 발생 시 작업 방법을 바꾸게 하거나 근로자 교육도 시켰다. 검수권을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견법 위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청에 확인받은 적도 없고 외관상 도급 계약 형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것은 노동청 적발을 피하고자 했던 것으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현재 제조업 현실상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다수 존재하고 이를 처벌하면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있지만, 법률에 따라 위법성이 확인된 것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사히글라스 측은 ▲회사와 해고노동자의 업무 지휘가 아닌 회사와 GTS 간의 업무 요청이었으며 ▲도급 관계에서 작업 결과 검수, 품질기준 제공 등이 이뤄졌지만 이 또한 회사 대 회사 차원의 지시였고 ▲GTS는 채용 등 인사 관련 결정 주체로서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라고 반박했다. 아사히글라스 측은 기소를 권고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민간인 위주로 구성돼 전문성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아사히글라스 측 변호인은 “도급이 아니면 파견이라는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규격과 품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구체화하는 것은 지휘감독과 상관이 없다”며 “도급인은 일의 완성을 위해 지시할 수 있으며 이는 회사대 회사 차원의 지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도 2017년 12월까지만 해도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런데 어떻게 기소됐나. 불기소 처분했던 검사를 (해고자들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하고 시위도 했다. 결국 민간인(검찰수사심의위)들이 30분간의 발표를 듣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은 해고노동자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노조 결성 직후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원·하청이 계획적으로 도모한 것”이라며 “특혜를 받는 외투기업에 솜방망이 처벌로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면 이 정도 잘못은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불법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징역형을 선고해달라”라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