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900명 동원 노인병원 해고자 농성장 강제철거

[현장] 아비규환...농성장 산산 조각나 쓰레기봉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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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7:04 | 최종 업데이트 2016-02-05 17:04

여러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5일 새벽 청주시청 앞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청주시 측은 이날 새벽 5시께부터 공무원과 상당구청 소속 철거 전문 직원 900여명을 동원해 시청정문 앞 청주시노인전문병원(아래 노인병원)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모든 사람의 농성장 출입을 막았다. 공무원 900여명은 하나 같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스크럼을 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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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조 조합원이 오전 6시10분께 농성장에 물을 전달하겠다고 하자 잠시 소란이 일었다. 조합원들은 “우리 분회장님은 단식농성 끝난 지 얼마 안 돼 물을 마셔야 한다.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 “물만 건넨다고 하는데 왜 막는 거냐. 비켜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시민에게 이러면 안 된다” 등 소리쳐도, 청주시 측은 거부했다. 진화 스님이 “농성장 안에 김태종 목사만 만나고 오겠다”고 해도 거부했다.

농성장엔 28일간 단식농성을 하다 삼일 전 시청 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한 권옥자 분회장(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청주시노인병원분회)과 김태종 목사 단 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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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노동자들과 연대 온 시민들이 속속 시청 앞으로 도착하면서 양측 간 크고 작은 실랑이가 간헐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행정대집행법상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에는 대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청주시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행정대집행은 상당한 이행 기간을 두고 집행해야 하는데 2일 계고장을 보내더니 삼일 뒤에 바로 강제 철거한다. 이런 경우가 어딨냐” 등 강하게 항의했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미디어활동가는 영상 촬영을 하다 공무원들이 카메라를 빼앗는 바람에 “카메라를 돌려 달라”면서 울부짖었다.

이들은 경찰 측에도 항의했다. “해도 안 떴는데 강제 집행한다. 노동자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잡아가고, 공무원들이 법을 어기는 데 왜 잡아가지 않냐”는 것이었다. 시청정문 양쪽 인도에 집회 신고를 했는데 공무원들이 겹겹이 둘러쳐 집회를 할 수가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경찰병력 500여명은 이날 새벽 5시께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며 시청 정문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대기했다.

청주시 측은 오전 7시30분께 해가 뜨자마자 바로 강제 철거를 시작했다. 특히 ‘단속’이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철거반 직원들이 커터칼로 천막 찢고 줄을 자르며 앞장서 철거했다. 천막을 비롯해 농성장 바닥의 스티로폼, 피켓, 먹을거리 등 농성물품이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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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안에 권옥자 분회장과 김태종 목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노동자들이 “천막 안에 사람이 있다”고 계속 소리쳤지만, 철거는 강행됐다. 경찰병력이 일시에 집회 대오를 분리해 천막농성장 쪽엔 노동자, 시민 일부만 있던 상황이었다. 무차별 철거가 계속되자 이들 중 일부는 “이제 그만 좀 해라. 새벽 5시부터 나와 이 정도 했으면 월급에서 수당도 두둑이 챙겼을 것 아니냐”고 공무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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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철거는 오전 7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 50여 분간 진행됐다. 철거의 마지막은 농성장 안에 있던 여성 2명을 여성공무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도로 쪽으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농성장에 단 한명도 남지 않자 이미 형체를 잃은 바닥용 스티로폼은 또 작은 조각으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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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철거와 동시에 농성에 사용하던 그릇과 식판 등 멀쩡한 물품을 수시로 쓰레기봉지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청주시 측에 “그만 해라. 이만하면 됐다”고 저항하던 노동자들을 향해 철거반은 “우리가 치워줄께”라며 여유를 부렸다. 역시나 치워주겠다던 농성물품도 쓰레기봉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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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 직후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집회를 열고 청주시의 행정대집행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행정대집행시 명확한 책임자가 신분을 밝히고 정식 고지하고,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해가 뜨기 전에 행정대집행을 할 수 없으며, 계고장을 발부하고 상당한 기간도 주지 않았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주시와 공무원도 법 위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해가 뜬 뒤 7시 30분부터 철거를 강행했지만 새벽 5시부터 농성장을 에워싸고 전기선까지 끊어버리는 등 사실상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청주시의 행정대집행이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한다고 밝혔다. 시청정문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산별노조별로 설 연휴에도 농성장을 지키기로 했다. 오는 12일 오후 4시엔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다.

청주시 측은 오전 10시 기자회견으로 맞대응했다. 윤재길 청주부시장은 “행정대집행에 대해 도로법에 따라 노조의 불법천막을 철거한 것”이며, “시민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부시장은 행정대집행의 불법성 주장과 관련, “새벽 5시부터 모인 것은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 예방하기 위해 노조원의 접근을 미리 차단한 것”이라면서 “일출 뒤 7시30분부터 3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을 했기 때문에 전혀 불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주시는 사회복시사업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노인병원 위탁계약 체결 시 노동자 고용승계에 대한 조항을 넣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하지 않아 법 위반 논란을 사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정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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