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밝힌 백신 도입 추진 전말···“사기극 폄훼 유감”

“복지부 권고 따라 시장 명의 구매의향서 써줬다” 밝혀

19:36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추진하던 백신 도입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대구시가 공식 입장을 밝히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구시는 4일 오후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지역 의료계의 선의에서 한 노력을 왜곡하고 폄훼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설명에 따르면 이번 백신 도입 추진은 대구시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정부 백신 도입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한 일이다. 대구시는 4월 27일에 협의회로부터 그간의 추진상황을 전달받았고, 백신 도입 문제는 중앙 정부 소관이라며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걸 권고했다.

대구시 권고에 따라 협의회는 4월 29일에 처음 복지부를 찾아 관련한 내용을 전달했다. 대구시는 이 만남 이후 “복지부 권고에 따라 시장 명의의 구매의향서를 협의회에 작성해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다시 협의회가 절차를 진행하다가 지난 5월 30일 다시 복지부를 찾아 그간의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가 사용한 예산은 없다.

권영진 시장은 그 다음날인 5월 31일 민관합동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백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구시는 2021년 당초 예산으로 코로나19 예방 및 백신 등 지원 예산으로 20억 원을 마련해둔 것이 있었는데, 권 시장은 해당 예산 사용 방안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는 과정에 백신 도입 추진 상황을 밝혔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 의료계 대표들은 31일 백신 접종 참여를 독려하는 민관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 시장은 “지자체가 공격적으로 (백신을) 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의사회, 메디시티협의회 중재로 정부 제공 백신 이외 국내 도입하는 부분은 상당 부분 진전되어 정부에 토스해줬다. 그게 성사되면 조기에 백신이 굉장히 많이 들어올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대구시와 메디시티협의회, 의사회가 백신 공급 유통 쪽으로 협의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진전시켰지만 그다음 단계는 정부 몫”이라며 “지자체가 할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날(6월 1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백브리핑 과정에서 화이자 본사를 통해 정품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같은 날 권 시장은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가시적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정부, 대구시 주선 화이자 백신 정품 여부 확인 중(‘21.6.1))

하지만 2일 중대본 공식브리핑 과정에서 손영래 반장이 “확인이 되어야겠지만 정상 경로는 아닌 거로 판정되고, 공급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확인하고 있다”며 “이외에 제안받은 제품군에 대해선 화이자 쪽에서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고 파악된 것에 따라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하면서 부정적인 상황이 예측됐다. (관련기사=중대본, “대구시 제안받은 백신, 정상 경로 아닌 거로 보여”(‘21.6.2))

손 반장은 3일 다시 백브리핑에서 “백신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절차를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히면서 대구시는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 한국화이자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업체의 제안은 합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제안”이라고 못 박았다.

또 이날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화이자 백신 도입은 메디시티 협의회에서 논의해왔고, 여기에 대구시는 일부 지원해주는 정도였다”며 “아마 자세한 내용은 메디시피협의회에서 특별한 기회가 있으면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대구시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대구시 백신 도입 추진,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21.6.3))

대구시는 4일 입장문을 통해 “백신도입의 성공여부를 떠나 백신접종을 통해 코로나19를 조속히 벗어나도록 하려는 선의에서 보여준 대구의료계의 노력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사기극’ 등으로 폄훼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본인 SNS에서 올린 글.

한편, 여준성 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본인의 SNS를 통해 4월 28일에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복지부에 관련 자료를 보냈고,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자료를 보내면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5월 29일에 대구시가 복지부로 자료를 보내왔지만 검토 결과 정품이 아닌 걸로 의심돼 화이자에 진위여부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