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관심없는 국회… 인권위법, 개정되자마자 무력화되나?

새누리당, 상임위원 선출했지만 개정된 인권위법 전혀 반영 안 돼 더민주당, 6개월째 인권위원 선출 미뤄… 시민사회 의견 수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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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15:04 | 최종 업데이트 2016-02-24 17:08

22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이 최근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시민사회단체가 규탄하고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당) 역시 개정 인권위법의 주요 사안 중 하나인 ‘시민사회 의견 수렴’에 부담을 느껴, 인권위원 선출을 6개월 이상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법이 개정되자마자 무력화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오는 5월에 예정된 ICC(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 등급 심사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사태에 처했다.

홈페이지에 인권위원 후보자 공고 낸 게 ‘시민사회 의견 수렴’?

새누리당은 지난 22일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정상환 변호사를 추천했다. 지난 1월, 인권위 상임위원 3명 중 새누리당 추천 몫의 유영하 전 상임위원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지 한 달여만이었다. 이번에 추천된 정 변호사는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3년부터 2014년까지 검사로 재직했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추천 사유로 2002년 대구지검 의성지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재소자와 그 자녀의 재활을 돕기 위한 ‘한빛 장학회’ 설립을 주도한 점, 미국 흑인 인권운동사에 관한 책 『검은 혁명』을 발간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같은 날,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아래 인권위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새누리당 인권위원 추천은 시민사회 참여와 여성할당제를 명시한 인권위법 개정안을 무시한 절차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정상환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교섭단체 추천 인사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명되었다. 교섭단체 추천 인사 심의위원회는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원내수석부대표, 사무 제1부총장으로 구성된 위원회”라면서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임위원을 공모했고 3명이 지원했다는 설명 이외에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었’다는 어떤 설명이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새누리당 대변인의 발표만 놓고 봤을 때는 새누리당이 인권위법 개정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상임위원을 지명한 것이며 이는 정부·여당이 앞서서 한 달 전에 통과시킨 인권위법을 위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인권위 공동행동은 "우리는 인권위법 개정안이 ICC 권고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 엉터리 졸속 법안이라고 규탄하였다. ICC 권고의 핵심인 인권위원 선출과정에서의 시민사회의 참여가 개정안 조문으로는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음을 강조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세 차례나 ICC 등급심사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원 선출의 투명성과 다양성, 시민사회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국회는 다가오는 5월 ICC 등급 심사를 앞두고 인권위법을 개정했고 이는 지난 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인권위법 제5조 4항은 “국회,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을 선출·지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다양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개정된 법 시행 이후 처음 실시된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이러한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인권위원 선출을 담당하는 새누리당 원내행정국의 한 관계자는 “인권위가 시민사회에 배포한 보도자료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면서 “인권위가 1월에 유영하 인권위원 후임선출에 대해 시민사회 의견 청취한 게 있으니 ‘이걸 참고하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인권위 의견 수렴 결과 한 장애인단체가 ‘장애인 위원을 선출하라’는 의견을 제출했고, 새누리당은 이러한 의견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권위와 새누리당이 홈페이지를 통해 인권위원 후보자 공모를 공개적으로 올렸기에 절차상 아무 문제 없다고 새누리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2월 4일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후보자 공고문
▲지난 2월 4일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후보자 공고문

새누리당은 시민사회 의견 수렴을 위해 별도 기구 설치 여부가 필요한지 인권위에 유권해석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인권위로부터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나 외부인사가 더 있을 수 있느냐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권위가 ‘ICC 심사로 인해 2월 안에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여, 시간상의 이유로 새누리당은 결국 추가 의견 수렴 없이 인권위원 공모를 마무리했다.

새누리당은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도 인권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개정된 인권위법 제5조 7항에선 11명의 인권위원(인권위원장 포함) 중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권해석 요청 결과, 새누리당은 인권위로부터 유영하와 강명득 위원 임기가 만료되면서 ‘2명이 공석 상태’라는 답을 받았다. 강 위원의 경우, 지난해 8월 12일로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자로 추천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선출안이 지난해 9월초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수행을 한다’는 인권위법 제5조 8항에 따라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수행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인권위는 ‘특정 성이 임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둘을 ‘공석’으로 치면 현재 인권위원은 남성 5명, 여성은 4명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출 시기를 앞당긴다면 남성·여성 상관없이 공모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인권위의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결과 3명의 남성 후보자가 지원했고, 새누리당은 그중 한 명을 선출했다.

이러한 새누리당 의견수렴 절차에 명숙 인권위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홈페이지에 공고한 게 무슨 시민사회 참여냐”면서 “홈페이지 공고는 과거에도 했었다. 그렇게 했는데 ICC로부터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명숙 집행위원은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도 “여성지원자가 아무도 없어서 법이 개정된 것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유권해석 한) 인권위도, 새누리당도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여성할당제에 대해 공지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이번에도 남성들만 지원한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더민주당과 의사일정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정상환 변호사에 대한 선출안을 국회에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민주당, 6개월째 인권위원 선출 미뤄… 시민사회 의견 수렴 때문?

한편, 강명득 비상임위원 임기 종료가 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더민주당이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않은 배경엔 시민사회 의견 수렴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거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권위원 11명(인권위원장 포함)은 국회 선출 4명, 대통령 지목 4명, 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강 위원이 임기 종료 6개월이 지났음에도 ‘직무수행’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엔 더민주당이 인권위원 선출을 미루고 있는 문제가 있다.

더민주 원내행정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당내 여러 상황들로 신경 쓸 여력이 안 된다. 당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의원들이 추천하는데 총선이 얼마 안 남아서 바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 역시 인권위법 5조 8항을 언급하며 “공석이라고는 하지만 (강 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 “시민사회 목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난번 박김영희 대표 부결 사태에 대한 당내 부담 또한 내비쳤다. 구체적 선정 계획 여부에 대한 물음에도 “심혈을 기울여 찾고 있다”라는 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해 8월 12일로 임기가 종료된 강명득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사진이 여전히 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8월 12일로 임기가 종료된 강명득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사진이 여전히 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더민주당 내 인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더민주당은 인권위원 선임에 있어 시민사회 의견 수렴을 위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 이뤄진 외부위원 3명과 당 내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인선위원회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9월 초 박김영희 후보 선임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뒤 더민주당으로부터 2번의 연락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더민주당 측은 박김 후보를 제외한 남은 후보 중에서 재선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인사 3명은 모두 이에 반대했다. 이들은 “현재 인권위에 접수되는 차별사례 절반 이상이 장애차별이기에 그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이로써 박김영희 씨를 추천했던 것”이라면서 공모 절차부터 다시 밟을 것을 당에 역제안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은 당으로부터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즉, 시민사회 의견 수렴에 부담을 느낀 더민주당 측도 이를 위해 마련한 인선 절차를 사실상 가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명숙 인권위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국회가 인권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여야가 인권위원 선출에 진중히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강 의원 선출과 관련해 ‘야당의 몫’이라고 정확히 선을 그으며, 위원 선출 지연으로 임기 종료된 위원이 직무수행을 6개월째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강 의원 자리가 ‘공석’이라고 인정함에도 그에게 ‘인권위원’ 자격을 주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했다. 강 의원은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2015년 12월 24일 자 인권위 결정문 ‘환경미화원 채용시험 제도 개선 권고’, ‘문화관광해설사 나이제한 관련 권고’에 인권위원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명숙 집행위원은 “‘공석’인데 인권위 결정에 이름이 들어갈 순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인권위를 질타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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