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파괴가 부른 노동자 죽음

“무차별 징계-고소고발, 노조탄압 회사 책임”

11:00

자동차부품사 유성기업 충북 영동공장 노동자 한광호(43) 씨가 3월 17일 새벽 6시40분께 충북 영동군 양산면 한 공원서 트럭기사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전 15일 연락이 두절됐던 한씨가 발견된 장소는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부친의 묘소가 있는 영동군 양강면 청남리 인근이다.

한씨와 친한 동료 박효종 씨는 경찰 등으로부터 “트럭기사들이 대기하는 그 공원에서 높이 2미터가량 정자에 사람이 있어 운동하는 줄 알았는데 움직이지 않아 기사가 가봤더니 목을 매고 사망해 있었다. 주변에 휴대폰과 잠바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17일 오전 8시께 아침 출근투쟁을 마치고 유족 외에 가장 먼저 사망 관련 전화연락을 받았던 박씨는 울었다. 연락이 어려웠던 한씨의 전화번호로 부재 중 통화내역이 있어 바로 연락해 그는 ‘형’이라 부르며 한 걱정에 목소리를 높였는데, 다른 사람이었다. “경찰이 형에게 사고가 났다고 해 교통사고인 줄 알았는데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사망했다고.”라며 박씨는 취재 중에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박씨는 “울었다. 눈물만 났다. 형의 힘든 부분을 알고 있던 우리가 더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인이 됐다”면서 “형은 2011년 5월 회사가 노조파괴로 직장폐쇄를 한 이후 6년간 많이 힘들어했다. 회사가 징계, 임금삭감, 고소고발 등 우리를 놔두지 않고 계속 탄압하고 괴롭혔다”고 말했다.

유족은 연락을 받고 영동병원에서 고인과 마주했다. 유성기업 노동자인 유족 국석호 씨는 “동생 광호가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하루 이틀 여행 갔다 와서 다시 근무하고 했다. 이번에도 회사가 동생을 징계한다고 하니까 바람 쐬러 갔나 했다”면서 “걱정이 돼서 문자를 몇 차례 보냈지만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동생에게 보낸 문자에는 “광호야 엄마한테 바람 쐬고 온다고 전화한통 해줘”라는 내용도 있다. 고인의 모친은 아직 아들의 사망 소식을 모른다. 국씨는 “거짓말 같다”면서 미안함과 원망스러움을 토해냈다. “유성기업이 나를 해고해 재판이 진행되는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200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어 광호가 어떻게 지내는 지 신경 쓰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는 국씨의 눈이 잠시 눈물로 빛났다. 경찰이 한씨를 자살로 추정하며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 유족은 한씨의 휴대폰을 사이버수사대에 수사 의뢰한 상황이다.

유성기업1

노조파괴 악몽은 6년의 고통으로
“노조원 1인당 많게는 50여건, 적게는 2~3건 고소고발 당해”

회사는 10일 실린더라이너 생산, 가공업무로 야간근무를 하던 고인에게 오는 14일 징계위원회 개최 전 ‘사실조사’로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한씨는 이 통보를 받은 날 근무하다 조퇴신청을 하고 한 밤중에 회사를 나갔단다. 다음 날에도 출근했다 조퇴신청을 했다. 주말이 지나 14일 당일 한씨는 결근하고 징계위원회 사전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사측은 한씨가 무단결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 노조파괴 이후 기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외에 복수노조인 기업노조가 설립됐고, 사측의 노조-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탄압은 심해진 상황이었다. 박범신 유성기업영동지회 부지회장은 관련해 “2012년 사측과 기업노조는 무단결근과 관련해 노사간 단체협약을 개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에 따른 무차별 징계과 고소고발, 헌법에 보장된 쟁의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된 노조 탄압과 차별”이 한씨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사측의 출석요구서를 받고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동료 박씨는 “광호 형은 직장폐쇄 이후 회사가 출근하면 징계 등 탄압하니까 회사 생활을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도 “고인은 직장폐쇄 이후 2013년, 2014년에 노조 간부인 대의원을 했고 당시 유성기업은 노사 갈등이 극심했다”면서 “회사는 무차별 고소고발을 자행했고 이로 인해 경찰과 검찰 조사, 법원 재판 등이 계속돼 압박이 컸다”고 전했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영동병원 장례식장의 한광호 조합원의 빈소.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영동병원 장례식장의 한광호 조합원의 빈소.

실제 한씨는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징계(견책)를 받았다. 2013년에도 11월 18일부터 이듬해 1월 17일까지 2개월간 출근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한씨를 포함해 6명이 징계를 받았다. 최지순 유성기업영동지회 사무장은 “사측은 불법행위에 대한 징계라고 주장하지만 모두 2011년부터 합법인 노조의 쟁의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사측이 계속 불법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와 관련해 “2011년 이후 금속노조원과 기업노조원을 차별해 잔업과 특근을 시키지 않았고,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의 임금까지 삭감하는 등 마구잡이 임금삭감을 강행했고, 열악한 부서인 주조부의 복지금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이를 은폐하다 발각되기도 했다”면서 “고인은 이 모든 회사의 불법에 항의하다가 징계를 당했다”고 밝혔다.

또, 유성기업지회는 2013년 12월 현장에서 연이어 삼보일배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들이 쟁의행위를 물리력으로 방해해 항의하다 조합원들이 다쳤는데, 한씨도 당시 부상을 당했단다. 지회가 현재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측은 한씨에게 형사사건을 포함해 그동안 6건을 고소했다.

충남 아산공장의 윤영호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25명가량씩 징계 받는 현실”이라며 “지난 해 11월, 12월 검찰이 노조에 벌금을 고지한 것만 해도 1억 원가량이며, 사측이 검경에 고소한 사건은 노조 조합원 한 사람당 많게는 50여건, 적게는 2~3건으로 비일비재해 셀 수도 없다”고 밝혔다.

노조파괴 우울증 고위험군 매년 40% 넘어
한광호 조합원 우울증 상담치료

노조파괴 공작으로 비롯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노사간 극심한 갈등과 탄압에 노동자들은 몸과 마음이 다쳤다. 충남노동인권센터 부설 ‘노동자 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은 2012년부터 매년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우울증 고위험군 비율이 매년 40%를 넘고 있다고 했다. 한씨도 2014년 심리치유사업단이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이 의심돼 상담치료를 받았다.

▲2011년 5월, 유성기업 사측은 '밤에는 자을 자자'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노조가 요구하자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대거 투입했으며,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파괴 공작을 기획, 실행했다. 이는 각종 법원 판결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용역경비의 폭력성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절차를 거친 정당한 쟁의행위에 경찰병력까지 투입돼 공권력 남용 논란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사 파업에 이례적으로 나서 '연봉 7천만원 귀족노조 파업'이라고 공격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출처 :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
▲2011년 5월, 유성기업 사측은 ‘밤에는 자을 자자’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노조가 요구하자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대거 투입했으며,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파괴 공작을 기획, 실행했다. 이는 각종 법원 판결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용역경비의 폭력성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절차를 거친 정당한 쟁의행위에 경찰병력까지 투입돼 공권력 남용 논란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사 파업에 이례적으로 나서 ‘연봉 7천만원 귀족노조 파업’이라고 공격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출처 :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
‘노조파괴 범죄자 처벌,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는 “복수노조를 악용한 임금 근로조건 차별, 총 30억 원이 넘는 임금체불, 관리자의 욕설과 폭력, 모욕주기, 청소와 페인트칠 등 허드렛일 강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노동자 감시, 징계와 고소고발 남발, 40억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 회사의 온갖 노동탄압에 도저히 심리정신건강이 온전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 바 있다.

또, 2011년 이후 피해자인 노동자들이 19명이나 구속됐지만 창조컨설팅을 동원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고, 검찰 수사기록에서 현대자동차 개입 증거가 나온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6년간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유성기업지회는 17일 성명에서 “2011년 이후 계속된 노조파괴와 현장탄압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심신 건강을 악화시켜 왔다. 계속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고귀한 한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면서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는 고 한광호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유성자본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