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와 새누리밖에 없노, 니 나온나 찍으께”

[새누리 브레이커s] (3) 황순규 민중연합당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

21:13

[편집자 주] 콘크리트.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곳이라고도 한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대구경북은 타 지역 진보개혁 진영의 ‘공공의 적’이 된다. 대구경북에도 새누리당을 ‘타도’하겠다고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건 아니다. 4.13 총선 대구경북 출마자 131명 중 34명, 무소속을 빼면 17명이 그 사람들이다(3월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 기준). 가뭄에 단비처럼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어준 ‘새누리 브레이커’들을 매일 만날 예정이다.

한 번의 당선과 한 번의 낙선. 2010년 지방선거 대구지역 최연소 기초의원에 당선됐던 황순규(36) 전 동구의원.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낙선 후 택배 기사로 2년을 보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려 정당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4·13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15일 대구 동구갑에 민중연합당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갑작스러운 출마 소식에 놀란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정당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소소한 시민 모임을 꾸려 지역 진보정치를 고민하고 있었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동구갑 지역은 선명한 야당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박’ 마케팅이 한창이었고, 새누리당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공천했다. 혈기왕성한 청년 황순규는 고심 끝에 동구 주민에게 선택권을 넓혀주기로 마음먹는다.

황순규출마

왜 출마했나?
진보 보수를 떠나서 국민들이 걱정 없도록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 기본 역할은 사라지고 ‘통치’만 남았다. 여당은 충성경쟁, 야당은 지리멸렬. 이대로 있다가는 진보정치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출마한 지역(동구갑)에는 정종섭 전 장관이 나왔다. 현 정권의 심판 대상인 사람이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 안타까웠다. 야당이든, 다른 진보정당이든 나왔으면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출마를 결정했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1호로 입법하고 싶은 법은?
‘흙수저 방지법’을 가장 먼저 발의하고 싶다. 서민 지갑을 채우고,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으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타고난 계급, 위치는 다를지라도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이 있다면 ‘흙수저’라는 슬픈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려면 먼저 최저임금 1만 원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반값등록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등록금 100만 원으로 상한제를 정해야 한다. 또, 학자금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소득을 감안해 부채를 탕감하는 법도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청년의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 도입, 졸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일해도 가난한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근로장려세제’를 흙수저 방지법안에 포함할 계획이다.

다른 진보정당인 노동당, 녹색당은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큰 틀에서는 기본소득이 좋다. 하지만 기본소득까지 가는 과정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보장이냐 일자리 창출이냐, 서구유럽은 거기서 진보와 보수가 나뉜다. 앞서 말한 흙수저 방지법 제정을 통해 보편복지가 조금 더 결실을 맺어가면, 기본소득 도입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초의회에도 새누리당 의원이 많다. 쉽지 않은 질문인데, 새누리당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해 달라.
자기 거는 확실히 챙긴다. 구의원, 구청장, 시의원, 국회의원 차이가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내 지역을 위해 뭘 했다는 걸 강조한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출신이지만, 국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는 다 사라진다. ‘예산 얼마 따냈어요.’, ‘다리 하나 지었어요.’ 등이 의정보고서 내용의 주를 이룬다. 구의원, 구청장,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자기 것은 확실히 챙기는 건 여느 정당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럼 황 후보는 동구에 특화된 정책이나 공약이 없나?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차이인데, 지역만 잘 살 수 있는 공약이 있을까?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차별 철폐 없이 동구만 잘 살 수 없다. 부동산 경기 부흥한다고 해서 잘 살 수 있는가? 10년 전부터 ‘재개발 붐을 일으키겠다’고 해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바람만 잔뜩 넣었을 뿐이다.

동구갑 지역은 대부분이 오래된 도심이다. 실질적으로 생활환경 정비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시절 뉴타운 공약에 부풀어 있었지만, 정작 열악한 정주 여건, 주거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투기 붐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도심재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이 살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지역 공약일 수밖에 없다.

황순규프로필
[사진=황순규 예비후보 제공]

출마한다고 하니 구의원 시절 지지하던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주말에 동네청소 나갔다가 한 분이 “새누리당 후보들만 있는데 니 라도 나온나. 나오면 찍어줄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예, 안 그래도 출마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당황스러워하시더라.(웃음)

진보정치인으로서 기초의원 활동 경험이 국회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기초의회는 행정의 가장 작은 단위다. 기초의회에서 뭔가를 결정하려면, 국비, 시비, 구비 다 놓고 의논한다.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뭘 해보려고 해도 국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영유아 무상접종은 구에서 추진했지만, 국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시행 일자가 달라졌다. 국회에서 결정이 기초 단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공무원 조직이 경직된 특성도 있지만, 책임은 확실하다. 여기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보수언론 등에서 워낙 공격을 많이 당해서 쉽지 않은 질문이다.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여론몰이가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당시 여론은 참담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나 또한 주요당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평가도 했다. 그래서 묵묵히 삶의 현장에서 일하고 살고 있었다. 현재 정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누군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정성은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정당 해산이라는 게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말도 안 되지만, 정권에서 지우려고 해도 진보정치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동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정당 해산 된 지 1년쯤 지났나. ‘너거 당은 요새 뭐하노’라는 질문을 듣는다. 그러면 ‘해산됐잖아요’라고 대답하면 ‘그래?’라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또, 연말이면 국회의원 후원회에 후원하던 분들이, 너거 당에 후원하고 싶다고 묻더라. 역시 ‘해산됐잖아요’라고 답하면 놀라시더라. 황순규라는 사람이 그대로 있으니까, 정당 해산이라는 인식 자체가 별로 없더라. 정당을 해산했다고 정치적 목소리나 존재 자체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일이 있으면 찾아주시고 하니까, 희망도 느낀다.

마지막 질문이다. 민주노동당부터 진보정당 활동을 시작해서 이번에는 민중연합당으로 출마했다. 민중연합당은 어떤 정당인지 소개를 간단히 부탁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정당이다. 총선 지나면서 가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다. 노동자, 농민, 청년이 너무 절박하니까 이들이 하나로 뭉친 거다. 총선 이후 지방선거까지 길게 보고, 진보정치의 주체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비정규직 영세노동자가 가장 많을 것 같다. 진보정치의 총선 정국 지나면 가다듬어져야 할 것 같고. 지방선거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완전한 모습으로 호소. 노동자, 농민, 청년이 너무 절박하니까. 하나로 뭉쳤다. 비정규직 영세노동자, 시민들이 될 건데. 비정규 영세노동자들이 가장 많을 거다. 모으는 과정도 그렇고. 결과물도 그렇지 않을까. 앞으로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