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했지만 하향곡선” 대구 사는 90년대생 여성 노동자의 삶

'90년대 여성노동자의 목소리: 차별에 균열을, 노동에 성평등을' 토론회
사단법인 대구여성노동자회 주최... 90년대생 대구 여성 노동자 대상 조사
타지역보다 일자리 부족하고, 임금 수준 낮아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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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인생이 약간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 도움을 받지 못한 게 아닌데 이럴 정도면 제 또래 여성들은 더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들었는데, 뉴스에선 크게 보도되지 않고 사람들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성들에게 바라는 것은 출산율이 낮아지니까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라’는 정도 같아요. 사회에서도 ‘여자는 임신하면 그만 둔다’고 생각하고,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알아주고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 대구 90년대생 여성노동자 A 씨

10일 오후 사단법인 대구여성노동자회 주최로, ’90년대 여성노동자의 목소리:차별에 균열을, 노동에 성평등을’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대구 중구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상상홀에서 열렸고, 사회는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장이 맡았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박선영 중앙대학교 중앙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은 ‘대구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이력과 삶’이라는 주제로 1990년대생으로 대구에 사는 여성 청년들의 노동 현실을 살폈다.

박 연구원은 대구를 기반으로 살고 있는 232명을 포함해, 전국 4,774명의 90년대생 여성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그 중 대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A(30대 초반, 대졸) 씨와 B(20대 중반, 고졸) 씨에 대한 심층면접을 더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박선영 중앙대학교 중앙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은 ‘대구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이력과 삶’이라는 주제로 1990년대생으로 대구에 사는 여성 청년들의 노동 현실을 살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90년대 여성 71.6%가 취업 상태고, 28.4%가 실업 상태다. 전국의 경우, 취업자가 80.2%다. 또 150~200만 원 미만이 23.8%, 200~250만 원 미만이 41.1% 등 81%가 25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전국의 경우 63%가 250만 원 미만이다. 구직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1순위가 전국의 경우 ‘적성에 맞는 일자리’였지만, 대구는 ‘휴식시간, 정시퇴근, 연차 등 근로기준법 준수’가 1순위로 높은 답변을 받았다.

박 연구원은 “해당 통계는 대구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 여성의 일자리가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하고 임금 수준 역시 전국에 비해 낮다”며 “전국과 경기지역 응답과 비교해 보면 대구 지역  청년 여성자들의 일자리가 기본적 근로기준법이 준수 되지 않는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고 짚었다.

대구에서 일하는 90년대 여성은 채용 과정의 불공정 문제도 제기했다. 응답자 56.5%가 불공정했다고 답하면서, 경험했던 문제점(중복응답)에 대해 ‘모집 과정에서 성별 제한을 두지 않지만, 여성은 거의 뽑지 않은 관행’이 84건(19.2%)으로 가장 많다. 그 외 ▲급여를 공개하지 않는 채용공개(78건, 17.8%) ▲실제 근무 조건이 다름(56건, 12.8%) ▲면접 과정의 성차별(45건, 10.3%) ▲면접 시 면접자들의 권위적인 태도(44건, 10%) ▲이력서 제출 시 성별 제한(38건, 8.7%) ▲선발 점수와 무관한 합격자 선택(35건, 8%) 등의 답변을 했다.

노동 이력과 이직 경험에 관한 결과에서도 대구의 열악한 노동 상황이 드러났다. 응답자들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출한 첫번째 일자리와 이후 이직한 일자리 특징을 종합하여 살펴보니, 2명 중 1명은 첫 일자리가 비정규직,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4대보험 가입률이 75.4%고,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경우가 75%다. 전국 응답과 비교했을 때, 200만 원 미만을 받는 비율(전국 57.9%)은 대구가 높다. 응답자 5명 중 4명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자리를 옮긴다.

이직 경험 역시 해고, 계약기간 만료, 수습·인턴 기간 만료, 권고사직 등으로 분류되는 비자발적 퇴사가 55%다. 비자발적퇴사(중복응답) 사유로 계약기간 만료가 10명 중 7명, 권고사직은 10명 중 4명이 경험했다. 자발적 퇴사라 하더라도 ‘근로여건 불만족’이 10명 중 7.5명이다.

박 연구원은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자발적이라고 하더라도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저임금의 영세한 사업장에서 임금 인상과 승진, 장기적인 고용안정성 등의 가능성이 없고, 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힘든 상황과 수직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 연구원은 정부의 관련 지원 정책과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채용과정 및 비자발적 이직에 개입해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 성비 공개 등 채용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자체는 모범 사업주로서 역할을 하고, 고용평등지원 조례 제정 및 권리구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 응답자의 경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전국 응답보다 10%p 높았다. 따라서 가구 단위로 소득평가를 통한 지원 대상 선별은 부모와 거주 중인 절반의 청년 여성들에게 실효성이 없는 정부지원정책”이라며 “(관련 정책이) 현재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청년수당 지급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생활비 자체가 부족하다는 답도 있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보편적 복지를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안숙영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교수,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이사장, 이지인 대구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임선영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안숙영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교수,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이사장, 이지인 대구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임선영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회는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장이 맡았다.

안숙영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노동자 A 씨의 응답이 대구지역 노동시장의 안팎의 부조화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대구는 타지역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고 비정규직이 많고 저임금을 받는다. 게다가 성평등하지 않는 조직문화와 여성을 거의 뽑지 않는 관행이 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보다 낮은 출생률을 이유로 청년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의 우선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대구지역의 부조화는 지난 2016년 ‘금복주사건’에서 잘 나타난다. 회사가 창립 이후 60년 동안 결혼하면 여성들에게 퇴사를 강요해왔다”며 “젠더 무감성(Gender Blindness)에 기초한 노동시장 안팎의 부조화가 21세기 초반의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비통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결혼 퇴직 강요’ 금복주, 여성에게 ‘남편 집안 경조사’만 허락했다(‘16.08.25))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대구여성 청년노동자에게 청년, 여성, 지방이라는 정체성은 이중적인 차별과 기회의 박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채용 성차별과 성별임금격차로 여성 청년 노동자의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며 “직장 내에서도 ‘어린 여자’는 노동시장에 진입한 기간이 짧고 비교적 직급이 낮기 때문에 성폭력에 노출되고, 이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비정규직과 경력 단절의 문제까지 있다”고 말했다.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이사장은 대구시 청년 정책의 제한적 효과를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계층별 맞춤형 종합정책 ‘대구형 청년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2021년 기준으로 대구시 청년정책에 약 1,326억 원이 투입되는데, 일자리 정책 503억, 주거 정책 520억으로 편중돼 있다. 일자리 정책은 인공지능과 게임 등 특정 산업에 1년 미만 단기로 지원한다. 주거 정책 역시 특정 대상에 제한을 둔다”고 말했다.

이지인 대구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90년대생 여성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유의미하지만, 현실적 대안 마련을 위해 더 구체적인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중 향후 5~10년 사이에 함께 살고 싶은 대상에 나 혼자와 반려동물의 답이 높게 나왔는데(64.3%) 그 이유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현재 청년 여성의 노동문제에 대한 정책적 이해가 부족하다. 현재 대구시의 청년 지원 정책이 청년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와 분석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임선영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여성노동자 상당수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음에도 결혼·임신·출산기 여성 채용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이들의 노동불안정성을 높인다”며 “이는 또다시 이들이 청년여성 노동자들이 결혼·임신·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채용 과정의 성차별적 관행과 일터의 성평등, 성별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의 노동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