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재량 커진 대구시 지방보조금심의위, 괜찮나?

    “지방보조금 심의위 전문성 강화, 세분화 필요”

    20:11

    대구시 지방보조금 사업 심의가 전문성이 떨어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의위원회 업무가 많아 꼼꼼한 심의가 어려운 데다, 2016년부터 심의 과정에서 사업부서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예술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에서 해당 부서 공무원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경우 사업 내용보다 “실무 편의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구시 지방보조금 심의 방법이 바뀐 직후, 한 공모사업 심의 과정에서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는 심의위원 지적에도 사업부서 의견에 따라 사업 시행 단체가 선정된 사례도 나왔다. 최근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행사 지원사업’ 대상 단체 선정 당시 민간 심사위원들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드러난 바도 있다.

    대구시는 2015년 3월부터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심의위)를 통해 지방보조금을 편성하는 사업의 예산 편성·공모사업 대상자 선정 등을 결정했다.

    공모사업은 심의위원(15명)이 각각 지원 단체 제안서 점수를 매기고, 이중 최고·최저 점수 하나씩을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으로 점수를 내 사업 시행 단체를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2016년)부터는 사업부서가 미리 적정 단체를 평가·선정하고 심의위는 검토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선정 방식이 바뀌자마자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1월?말 고시된 한 문화·예술 관련 공모사업에 2개 단체가 지원했는데, 심의위원에게 1개 단체 사업설명서가 빠진?채로 심의가 이뤄졌다. 해당 심의위 회의록을 보면 심의위원들은 “큰 점수 차(100점 만점 중 1점 차)가 없어 판단이 어렵다”,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부서판단의 객관성 부족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 간사인 대구시 예산담당 공무원의 “실무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A 심의위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자료가 빠진?상태에서 서류만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불합리하다고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서류 보완해서 다시 심사하자고 보류해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렸다.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심의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사업부서 의견반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평균 점수를 내서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내용 파악에도 많은 여력이 들고, 때에 따라서는 현장 실사 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5년 심의위는 결성 이후인 3월부터 12월까지 약 1,500개가량 사업의 보조금 편성, 36개 공모사업을 심의했다.

    A 심의위원은 “과거 방식은 시간이?오래 걸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성을 가진 심의위원이 열심히 보더라도 양이 많고 분야가 다양하다”며 “특정 부분에서는 사업부서가 전문성이 있을 수도 있다. 과거 방식은 오히려 사업부서 의견이 배제되는 경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하지만 부서별로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의견을 주는 경우도 있는 한편 심사의원들이 전혀 동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사업부서의 의견을 완전히 뒤엎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구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사업부서가 보조사업 시행과 정산을 다 하는데 심의위가 점수를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었다”라며 “현장에 나가서 심의해야?하는 경우도 생기는 데다 여러 안건을 다 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업부서가 어느 정도 판단 기준을 정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심의위원을 늘리고 전문 분야를 세분화해서 심사해야 한다. 모든 의원이 한 번에 여러 안건을 심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문화 예술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은 공무원이 전문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지금대로라면 심의위는 사업 추진에서 대구시 업무를 정당화하는 것밖에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