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직원 ‘단체행동 금지’규정…“기본권 제한, 위헌”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파업 참가 노조 간부 해임..."노조 탄압"

19:10

경북대병원이 품위유지 의무, 단체행동 금지 등을 직원 복무규정에 신설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18일, 경북대병원은 김대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분회 부분회장을 해임했다. 이유는 복무규정 중 성실의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 등이었다. 지난 2014년 파업 당시 노조 사무장이던 그가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해임 통보를 받은 김 부분회장은 당황스러웠다. 파업 후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이미 지불하기도 했지만, 파업을 두고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이라며 병원이 징계를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보니 지난 2015년 9월, 직원 복무규정 제4조 준수사항에 ‘품위유지의 의무’ 항목이 생겼다.

김 부분회장은 “제가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성희롱을 한 것도 아니다. 정당한 조정절차를 거쳐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것이 업무 방해이고,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한다”며 “경북대병원이 이런 복무규정을 개정해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병원 전체 노동자를 꼼짝달짝 못하게 하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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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복무규정에는 품위유지의 의무 뿐 아니라?’집단행위의 금지’도 포함됐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쟁의행위는 예외로 하되, 직무 외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인사규정도 개정되면서 채용제한연령 등 국가공무원법에 불합리한 내용은 삭제됐다. 그런데 정당 또는 정치단체 가입자를 신규채용에서 배제하는 등 내용은 그대로고, 복무규정에는 품위유지 의무와 단체행동 금지 내용이 추가됐다. 이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실제로 경북대병원은 지난 1993년 법인화되면서 공무원에 준하는 인사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경북병원 관계자는 “품위유지 의무와 단체행동 금지 내용은 원래 인사규정에 있던 내용이다. 이번에 복무규정에도 적용한 것”이라며 “(노조의 주장처럼) 새롭게 개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원 입사할 때 다 교육받는 내용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19일 오전 10시, 2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북대병원의료공공성강화와주차관리비정규직집단해고철회를위한대구지역시민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경북대병원 복무규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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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료연대 대구지부장과 김대일 부분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이라는 법률로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공공기관 근로자의 경우 정당가입 및 활동의 자유,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률이 아닌 일개 회사의 내부 규정만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북대병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국가공무원법을 따와 공공기관 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없음에도 위헌적 발상으로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을 들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은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사회적 신분,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하는 경우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한다.

한편, 노조는 위헌 여부와 별개로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경북대병원을?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대구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변경할 때는 직원 과반?이상 노조의 동의를 얻거나, 과반 노조가 없으면 직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거나 변경한 것이 아니라, 원래 인사규정에 있던 것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