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흉악범? 검찰, 노조원 DNA 채취 논란

구미 KEC 지회 노조원 48명, 영장 발부 후 DNA 채취
2010년 파업 조합원 대상...DNA 채취 더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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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16:24 | 최종 업데이트 2016-05-11 20:31

검찰이 노조 조합원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DNA를 채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DNA를 채취당한 당사자들은 25일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무분별한 DNA 채취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DNA 채취를 목적으로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48명에게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들의 DNA를 요구하는 이유는 2010년 KEC 노사갈등에서 비롯됐다.

2010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KEC지회의 파업과 이에 대한 회사의 용역 투입 등으로 노사 분쟁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95명은 지난 2014년 11월 공장을 점거한 혐의(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검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근거로 DNA 채취를 요구했다. 2010년 시행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근거한 것이다. DNA법은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행됐지만, 법률상으론 이번에 검찰이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DNA를 요구한 것처럼 폭력 등을 이유로도 채취할 수 있다.

문제는 노사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에도 DNA를 요구하면 노동자의 단결권 등 노동권을 크게 위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의 변론을 맡은 신훈민 변호사는 “폭력행위처벌법을 넣은 건 조직폭력배 같은 흉악 범죄자를 고려한 것”이라며 “노동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훈민 변호사는 “법무부가 법을 만들 당시 검찰과 법원이 DNA 채취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노조 파업할 땐 한번 잘못 엮이면 DNA를 채취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KEC 노사분쟁 관련 DNA 채취 48명 외에 더 있을 듯
처벌받은 사람 95명..."임의 안내문으로 채취한 사람도 있어"

▲2012년 KEC지회가 구미 KEC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2012년 KEC지회가 구미 KEC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한편 대구지검 김천지청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2010년 KEC 노사분쟁으로 처벌받은 95명을 가리지 않고 DNA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지청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며 “정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폭력행위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들 대상으로 진행했고, 일부는 임의 안내문으로 채취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NA 채취를 한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묻는 물음에는 “그 부분에 대한 통계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면 KEC 노사분규 건으로만 최소 48명에서 최대 95명이 임의 또는 영장 발부를 통해 DNA를 채취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엽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95명 중 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조합원으로 아직 남아서 영장을 발부 받았던 48명”이라며 “나머지 사람들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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