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해외연수③]대구 북구의회, 보고서 돌려막기 드러나

북구의회 검증 과정서 유사 보고서 다수 발견
원본 확인 어려워...연수보고서 ‘돌려막기’

10:39

북구의회 검증 과정서 유사 보고서 다수 발견
원본 확인 어려워…연수보고서 ‘돌려막기’

대구 북구의회는 2년 임기 동안 미국, 터키, 일본 등 3개국, 3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총 연수 경비는 8,500만 원, 8개 구⋅군의회 중 세 번째로 많다. 보고서 역시 3개로 세 번째로 많은데 앞서 공개한 수성구의회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보고서는 부실했다.

▲북구의회 해외연수현황(2014년 7월~2016년 5월)
▲북구의회 해외연수현황(2014년 7월~2016년 5월)

다른 의회와 마찬가지로 연수국, 도시, 관광지 설명 중 일부가 네이버-다음 포털 백과사전, 블로그 또는 다른 의회나 공공기관의 보고서 내용과 일치했다. 역시 출처 표기는 없었다.

3개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2014년 미국 해외연수보고서는 🔺연수개요 🔺연수국 현황 🔺주요 연수도시 현황 🔺방문지별 주요견학 현황 🔺연수를 마치고 🔺연수 소감 등 6개 항목으로 나뉜다.

보고서 내용 중 대부분이 연수국 현황이나 주요 연수 도시 현황으로 이뤄져 있는데, 거의 대부분 2013년 북구 공무원 해외배낭연수 보고서, 2010년 대구광역시 중견실무리더과정 해외연수 보고서 내용과 일치했다.

2014년 북구의회 연수보고서나 2013년 북구 공무원 배낭연수보고서, 2010년 대구시 해외연수보고서 등은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느 것이 원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만연한 공직사회 보고서 베끼기 관행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한 흔적은 연수 소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왼쪽부터 2014년 북구의회 보고서, 2013년 대구 북구 보고서, 2010년 북구, 남구, 수성구 보고서. 2010년 보고서는 서로 다른 구가 올린 보고서지만 내용이 똑같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2014년 북구의회 보고서, 2013년 대구 북구 보고서, 2010년 북구, 남구, 수성구 보고서. 2010년 보고서는 서로 다른 구가 올린 보고서지만 내용이 똑같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2014년 북구의회 보고서, 2013년 대구 북구 보고서, 2010년 수성구 보고서의 연수소감 및 후기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2014년 북구의회 보고서, 2013년 대구 북구 보고서, 2010년 수성구 보고서의 연수소감 및 후기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 중견실무리더과정 보고서는 구별로 참가자들이 보고서를 작성 공개했지만, 내용은 모두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연수보고서 돌려막기로 추정된다.

내용 동일한데, 등록 기관만 다른 보고서 발견
2010년 중견실무리더과정 연수보고서 돌려막기 추정

지난해 터키 연수보고서에서는 어이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지난해부터 북구의회는 일부 의원들의 노력과 시민사회단체 감시의 결실로 해외연수 전에 사전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알찬 연수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고서는 1, 2차로 나눠 진행한 워크숍도 짧게 소개하는 등 의미 있는 내용이 포함했지만, 보고서 짜깁기 흔적은 여전했다.

특히, 다른 보고서들과 유사하게 연수국이나 도시 설명을 포털 등에서 베끼면서 터키 대통령 이름을 잘 못 베끼는 실수를 범했다. 보고서는 터키 대통령을 압둘라 귈(Abdullah Gul)로 적고 있는데 압둘라 귈 대통령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터키 11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북구의회가 터키를 방문한 2015년 4월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터키 사상 첫 직선제 투표로 선출돼 재임 중이었다.

또, 이 보고서는 ‘북구 사례 접목’이라며 연수지에서 영감을 얻어 북구에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을 기술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일부 다른 보고서와 일치하는 문단이 발견됐다.

2015년에 터키 방문⋯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
북구의회 관계자, “관행-관성 때문⋯벗어나도록 노력”

일본 연수보고서도 연수국, 도시 소개 중 일부 내용에서 블로그 등을 옮겨온 흔적이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보고서와 다르게 실제 연수 현장 내용을 충실하게 적고, 관광지 설명이 없어서 전체 보고서 분량에선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표지를 포함해 전체 72페이지에 달하는 일본 연수보고서는 57페이지가 연수 현장 일지와 참가 의원 모두(5명)의 개별 소감문으로 채워져 3개 보고서 중 가장 알찼다.

한편 북구의회 관계자는 “관행과 관성, 예산 문제 때문에 연수 일정 중 관광 일정이 많은 경우가 있고,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다른 문헌을 참고하기도 한다”며 “지난해부터 사전 워크숍도 하면서 좀 더 나은 연수를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더 나은 연수를 위해 필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관행이나 관성을 벗어나기 위해 의원님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