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초 도약? 대구교육청, 통폐합 갈등 숨기고 언론플레이

설문조사 결과 논란, 통합 의사 묻는 답안 4개 중 2개는 찬성
7일 예정된 간담회, 반대 학부모 집회로 취소… 그런데 “새롭게 도약”?

16:41

설문조사 결과 논란, 통합 의사 묻는 답안 4개 중 2개는 찬성
7일 예정된 간담회, 반대 학부모 집회로 취소… 그런데 “새롭게 도약”?

“유가초가 새롭게 도약합니다”

지난 7일 오후 대구교육청이 뿌린 언론 보도자료 제목이다. 대구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달성군 유가면에 소재한 대구유가초등학교가 달성군 유가면 테크노폴리스 내 신설학교(가칭 ‘테크노4초등학교’)로 이전 통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은 “유가초등학교 통학구역 내에 취학예정 아동수가 줄어들고, 인근 테크노폴리스 내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신설학교가 개교되면 신설학교 선호현상으로 유가초 학생 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이전 통합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청, 설문 결과 80% 찬성…명분도 OK, 동의도 OK?
찬반 묻는 문항 답안 중 2개는 찬성, 답변 유보도 자의적으로 해석

대구교육청은 또, “유가초 이전 통합의 필요성을 학부모 및 동창회 등에 수차례 설명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이전 통합 계획을 확정”했다며 “학부모 설문조사 실시 결과 100명의 학부모 중 80%(80명)이 이전 통합에 찬성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유가초 이전 통합이 명분도 좋고, 동의도 얻은 성공적 사업이라는 투다.

실제로도 그럴까? 유가초 이전 통합 문제는 올해 3월 입학식에서 학교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학부모에게 알려진 후 지금까지 논란을 이어오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이어가고 있다. 교육청이 보도자료를 낸 다음 날인 8일 오전에도 이들은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유가초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가 대구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유가초 통합 반대 학부모 모임)
▲유가초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가 대구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유가초 통합 반대 학부모 모임)

교육청이 보도자료를 낸 시점도 의아스럽다. 교육청은 7일 오후 5시 30분께 달성군 현풍면의 한 식당에서 ‘유가초 이전 통합에 따른 교육공동체 화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유가초 학부모,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간담회는 예정대로 열리지 않았다.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간담회 장소에 집회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간담회를 취소하고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간담회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기 때문에, 학부모 모시고 설명 드리고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 건 데, 반대쪽에서 시위를 하니까 잘못하면 다툼의 자리가 될 것 같아 부득이 취소했다”고 간담회 취소 이유를 밝혔다.

통합 갈등 불씨 여전히 남았는데…
유가초 새롭게 도약한다는 보도자료 왜?

교육청 관계자도 말하듯 유가초 통합 문제는 여전히 다툼의 불씨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당당하게 언론 보도자료를 냈고, 다음날 언론은 유가초 통합을 기정사실로 하는 보도를 연달아냈다. 반대하는 학부모는 무시하고 가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보이는 행보다.

교육청이 낸 보도자료만 보면 학부모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실제 설문조사 문항을 보면 교육청이 내놓은 설문 결과에 의문이 생긴다. 전체 3개 문항으로 이뤄진 해당 설문조사 마지막 문항은 “대구유가초등학교의 이전 통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런데 이 문항의 답안이 좀 이상하다.

①이전 통합하여 적정규모학교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②이전 통합이 걱정스럽지만 향후 학생수 감소, 교육력 약화, 재정 부담 등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이전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함
③이전 통합에 반대함
④다수의 의견에 따르겠음

▲유가초 통합 관련 교육청의 설문조사 문항
▲유가초 통합 관련 교육청의 설문조사 문항

가만히 보면 1번과 2번은 찬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반대하는 의견은 3번이 유일하다. 설문조사를 만들면, ‘보통’, ‘잘 모르겠음’ 등 답변을 유보하는 답안이 있기 마련인데, 이 설문조사는 답변을 유보하는 대신 “다수 의견에 따른다”는 답안을 넣어놨다. 다분히 의도가 의심되는 문항이다.

교육청 의도는 설문 결과를 해석하는 데서 드러났다. 교육청은 설문결과 80명이 유가초 통합에 찬성했다고 밝혔는데,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정말 그런가?’ 의문점이 생긴다. 설문 결과 100명 중 명확하게 이전 통합에 찬성하는 1번 답안을 선택한 학부모는 25명에 불과하다.

응답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답안은 2번으로 40명이 선택했다. “통합이 걱정스럽지만, 불가피하다.” 찬성처럼도 보이고 반대처럼도 보이는 답변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명확하게 반대(3번)를 선택한 학부모는 19명으로 찬반이 명확하게 갈라진 응답을 한 학부모는 응답자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가초
▲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80%가 통합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전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80명이 찬성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1번과 2번, 더해서 4번(15명)을 선택한 학부모까지 찬성으로 집계한 결과다.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는 15명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다수 의견에 편입했고, 그전에 “걱정스럽다”는 2번 선택 학부모도 “찬성”으로 분류한 결과다. 이는 통합 반대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문조사는 말 그대로 설문조사지,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 설문조사가 유가초의 통폐합을 결정하기 위해서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설문조사라고 볼 수 없거든요. 저희가 반대 서명을 받아본 결과 기본적으로 학부모들의 생각은 유가초는 지금 그대로 있으면 좋겠지만, 교육청에서 저렇게 확정적으로 이전을 이야기하고, 옮겨가면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게 많았어요. 그런 분들은 저희가 생각할 때 찬성이라고 볼 수 없거든요”
김수옥, 통합 반대 학부모 모임 대표

설문조사 결과에 의문점이 있고, 반대 여론도 있지만 교육청은 일정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1월부터 유가초 동창회를 비롯해 지역민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9월 1일에는 통합 초등학교를 개교한다는게 교육청 정책”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 2016.4.29 대구, 소규모 학교 통폐합 나서나? 유가초 통폐합 논란)